위구르 여성 인권문제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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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2-05 00:02:50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혹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으라면 ‘쇼생크 탈출’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 영화는 미국작가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져 1994년에 개봉했다. 벌써 2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영화라고 인정할 만큼 뭉클한 감동과 통쾌한 결말을 담고 있는 수작이다. 인기의 요인 중 하나는 아마도 인간의 삶의 형태 중 가장 극단적이라고 할 만한 상황이 전개되는 쇼생크라는 악명 높은 형무소를 배경으로 한 점도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전직 유능한 은행원이었던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이 악질 교도관 해들리의 고민거리인 세금 문제를 처음 해결해주었을 때다. 앤디의 저의를 의심하며 무엇을 대가로 원하는지 캐묻는 교도관에게 앤디는 그 보상으로 함께 노역을 나온 동료 죄수들이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물론 큰 이익을 얻게 된 교도관은 그의 사소하기 짝이 없는 부탁을 들어줬고, 동료들이 아주 잠깐 동안 일을 멈추고 맥주를 마시며 자유를 만끽하는 동안 앤디 자신은 그들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만 보았다.

모처럼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며 순간의 행복감에 빠진 죄수들의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감옥에 갇혀 있는 상황이란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환기시켜준다. 신체와 행동의 자유를 구속당하는 것은 아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죄없는 사람들을 가둬둔 채 ‘교육’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인권탄압을 자행하는 곳이 있다면, 그것도 국가 권력이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면, 인권과 자유를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로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이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신체를 속박 당하는 것만으로도 비참한 일인데,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경우 더 큰 시련이 가해지는 일이 있다. 우리 국민의 아픈 손가락 위안부 문제가 그 중 하나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직을 맡았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안부 후원금 유용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에 있지만, 우리 국민은 위안부 문제라면 우리 모두의 지난날 아픈 상처로 인식하며 물심양면으로 공감을 표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들이 중국 신장에서 위구르 여성을 상대로 자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3일 영국 BBC는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을 ‘재교육’한다는 명분하에 세운 수용시설(캠프)에서 여성 재소자에 대한 조직적인 집단성폭행과 끔찍한 고문이 자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가 미국에 도피 중인 이 수용시설에 갇혔던 한 위구르 여성의 증언을 토대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매일 밤 많은 여성이 끌려나가 정장 차림에 마스크를 쓴 남성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다는 것이다. 성폭행 뿐 아니라 전기봉 등 각종 도구로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끔찍한 고문과 수모를 당해야했다고 여성은 말했다.

이 여성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젊은 여성들이 고통 속에서 내지르는 비명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BBC는 이런 여성들을 남성에게 데려가기 전에 옷을 벗기고 두 손을 목 뒤로 올려 수갑을 채우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다른 여성의 증언도 실었다. 그에 따르면 끌려간 여성이 젊고 예쁜 경우 남자들이 돈을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마주하기 힘든 고통과 수치심을 무릅쓰고 증언에 나선 위구르 여성은 신장의 수용시설에서 9개월을 지내다 용케 그곳을 탈출했다. 그리고는 보다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문제의 수용시설은 말이 재교육 캠프이지 사실상 감옥과 다름없는 곳이다. 자료 사진을 보면 캠프 내부는 복도 양쪽으로 촘촘하게 방이 늘어서 있고 문과 창문은 철제 창살로 막혀져 있다.

2014년 신장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역 관리들에게 “(위구르인들에게) 눈꼽만큼의 자비심도 보이지 말고 가차없이 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지난해 9월 미국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2018년 사이 신장지역에서 위구르 여성에게 시행된 불임수술 건수가 인구 10만명당 50건에서 250건으로 무려 5배 증가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위구르인을 말살시키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이해됐고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은 이런 관행이 대량학살에 대한 유엔 협약 제2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일(현지시간) 180개 국제 인권단체연합은 위구르인 등 중국 내 소수민족의 인권 유린과 관련해 내년 2월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인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촉구하고 나섰다. 올림픽을 핑계로 중국 정부가 인권 탄압을 조여올 것을 우려해서다.

이와 대조적으로 떠오르는 장면은 2019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을때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과 신장위구르 문제에 대해 “중국의 문제”라고 인정했다는 중국 매체의 보도내용이다. 위안부 문제에 버금가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위구르 여성의 증언이 나온 지금도 문 대통령의 생각이 그대로인지 묻고 싶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