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평행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

A. 이(理)는 궁극의 원리다. 진리(眞理)는 이(理)를 실현하는 현실의 도구다. 인간에게 적용되는 진리는 생명의 질서에 있다. 생명은 신체의 몸, 정신의 자유, 사회의 관계 등 3가지가 있다고 했다. 인간은 이들 생명을 통해 궁극의 원리(原理)를 현실에 투영토록 하는 삶을 부여받았다. 그래서 3가지 생명 모두 똑같이 고귀하다. 이들 생명이 네트워크에서 치밀하게 얽히고 조화로울 때 진리가 구현된다. 그것이 평등이라고 했다. (367쪽 : 새로운 진리가 무한히 펼쳐질 때 진리들이 조화의 망에 있다) 생명이 마주하는 변수들이 진리의 눈을 뜨게 한다. 진리는 생명의 존엄성에 녹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이 네트워크에 얽힐 때 진리의 정수인 창조의 힘이 드러난다. 타자들과의 소통을 통한 변수들이 자신의 사건으로 드러날 때 다양한 현실을 만드는 창조가 시작된다. 마치 뇌의 작용과 같다. 몸·자유·관계의 주체는 자신의 소중한 생명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변수와 그 사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엄밀히 ‘나’라는 개체성이 없다. 이처럼 네트워크의 무한 변수에 올라타는 것이 ‘평행한 삶’이다. 변수는 또 정보다. 몸·자유·관계의 생명이 모두 정보에 관여한다. 자신을 규정하는 것은 곧 네트워크의 정보 메커니즘이라고 했다. 평행한 삶은 네트워크 내 무수히 분기되는 변수들의 정보에 의해서 규정되기에 불평등은 없다. 인간의 생명은 소유 개념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분산돼 역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에서는 몸이 죽음의 위협을 느끼는 공포, 자유가 억압당하는 노예의 공포, 관계가 망가지는 소외의 공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행한다. 이들 생명의 공포 때문에 인간은 네트워크에서 변수와 정보 없이 홀로 살아가지 못한다. 3가지 생명은 최선을 다해 매순간 정보를 파악하고 네트워크 변수에 얽힌다. 평행한 삶은 네트워크 내 역동하는 생명의 질서다.

 

 

A. 신체적 생명을 유지하는 핵심이 뇌와 심장이다. 심장이 멈추어도 죽음을 맞지만 뇌사 상태 역시 죽음의 연장선상에 있다. 뇌는 약 1000억개에 달라는 뇌세포 뉴런과 이들을 초연결하는 최대 100조개의 신경 네트워크 시냅스로 이루어져 있다. 시냅스의 정보처리는 고정돼 있지 않고 유연하다. 뇌라는 자아의 주체는 이처럼 치밀한 네트워크의 극적인 조화로 작동한다. 뇌의 뉴런은 독립체가 아니다. 거대한 네트워크를 통한 치밀한 정보의 송수신이 뉴런의 독립성을 규정한다. 수많은 변수들이 정보로 교환되면서 사건을 일으켜 뉴런의 존재가치가 드러난다. 인간의 생명 또한 네트워크에 얽혀 규정되지만 그 얽힘이 인간의 존엄성을 만든다. 의식이 이를 믿을 때 타자지향성의 얽힘에 충실한다. 이기심을 멀리하고 이타심을 따른다. 이타심을 통한 책임·사랑의 강자논리가 곧 자신을 위한 것임을 인지·확신하게 된다. 이어 강한 믿음으로 이를 확산하는 것이 생명의 순리다. 반대로 자아를 자신만으로 규정한 채 이타적 심성을 멀리하면 나락으로 빠진다. 네트워크를 의심하고 네트워크 밖에서 혼자 살려고 하는 것이 이기심이다. 극적인 이기심은 정신병이다. 혼자만의 이익을 구하는 자아가 아닌 모두의 이익을 구하는 네트워크가 자아라고 믿으면 미래가 열리고 결실이 맺어진다. 그것이 평행한 삶을 실천하는 자세다. (375쪽 : 믿음은 신성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것 같지만 자아를 향한 강력한 에너지 응축 과정이기 때문에 자가발전이다) 네트워크에 충실하고자 할 때 인간에게 분유(分有)된 신성의 믿음이 일어난다. 이는 의존이 아닌 자가발전이기에 고귀하다. 이기심은 의존에 빠지지만 이타심은 의존성이 없다.

 

 

 

 

A. 현대의 각종 제도·법률 등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됐지만 여전히 불완전하다. 아무리 완벽한 제도·법률이라고 해도 늘 문제와 부작용이 발생한다. 제도·법률은 부정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악한 행동을 하거나 부정한 짓을 하면 처벌하겠다는 채찍질은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다른 근본적인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새로운 약자논리·강자논리이면서 평등론이다. 약자는 생상·협력, 강자는 책임·사랑이 선행되도록 하는 것이 긍정의 선순환이다. 새로운 평등론 또한 이 같은 약자·강자논리로 불평등 속 평등을 구현하는 자유의지라고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도·법률은 맞지 않는 옷이다. 네트워크형 삶을 공유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389쪽 : 부정을 지우면서 가는 선행이 능동적 선행보다 한 때 크게 유행했지만 미래는 긍정을 이끌면서 가는 작업이 훨씬 중요하다) 부정을 없애는 것이 선행이기는 하지만 궁극의 대안은 아니다. 그 부정이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긍정을 선행하는 평행한 삶의 실천이 곧 만물의 원리와 맞닿아 있다. 평행우주론의 평행한 삶은 추정이지만 시공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에너지와 얽힌 삶은 엄정한 현실이다. 이 에너지는 평행우주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수많은 종교는 이미 평행우주를 기정사실화해서 이야기 한다. 만물의 원리가 에너지 얽힘으로 드러난 이상 거시 인간의 삶도 그 장(場)을 벗어나기 어렵다.

 

 

A. 이기심을 줄이기는 대단히 어렵다. 이타심을 갖고자 노력해도 이기심은 수시로 이타심을 짓누른다. (506쪽 : 자본(자유)시장은 이기심으로 탄생하고 이기심으로 통제되는 이중성을 지녔다) 이기심의 이중성은 혼돈을 불러와 미지의 상황을 확대시키면서 혼돈과 불안을 야기한다. 인간에게는 방황과 번뇌의 진원지다. 특히 현실에서는 이념이 사특한 혀를 날름거리며 유혹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한다. 인간의 삶이 끝내 척박해진다. 평행한 삶은 이런 카오스의 고난을 해소시켜 줄 길을 밝혀주는 등대 역할을 한다. 네트워크에서 분산하는 힘을 확장하는 길을 평행한 삶이 일러준다. (506쪽 : 불안으로부터의 해방이 분산이다) 일을 중심에 둔 창조력은 평행한 삶의 좋은 출발이다. 하지만 창조력의 실현 과정에서 도덕률과 끝없는 시소게임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가야할 길이 복잡해진다. 평행한 삶은 이 때 자기변증을 해가면서 에너지가 상승하도록 돕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하고 명료하게 찾게 된다는 것이다. 가야할 길을 확실히 구분하면 타자와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분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를 통해 자기안의 불안이 해소되기 시작하면 네트워크와 자연스럽게 깊고 넓게 엮인다. 긍정의 선순환을 통해 부가가치가 자연스럽게 창출되는 과정이다. 평행한 삶은 매순간 현재를 살면서 외견상 무소유 의식을 갖게 되지만 더 많은 이익이 반드시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506쪽 : 분산은 현재성이면서 그것이 영원한 현재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행한 삶이 영원한 현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면 약자탈출이 가능한 상생·협력을 끌어내고 아름다운 강자논리인 책임·사랑을 키울 수 있다.

목차

제1장 신 보수의 가치   1-1. 욕망의 장 1-2. 권력의 장 1-3. 경쟁과 차별 1-4. 빈수레 진보 1-5. 이념의 굴레 1-6. 탈 진영의 길 1-7. 신 보수가치   제2장 누가 약자인가   2-1. 인심과 수심 2-2. 베풂과 이기심 2-3. 강자와 약자 2-4. 강자논리 2-5. 약자논리 2-6. 강자의 비탈 2-7. 약자의 험로   제3장 새로운 평등을 말한다   3-1. 불평등 샘 3-2. 평등론 3-3. 평행한 삶 3-4. 삶의 사단(四端) 3-5. 책임의 행복 3-6. 신들의 평등 3-7. 인간의 지혜   제4장 제국주의는 없다   4-1. 열국주의 4-2. 제국과 식민지 4-3. 민족의 꿈 4-4. 제국의 꿈 4-5. 1인 나라 4-6. 초국의 실수 4-7. 무국의 질서   제5장 민중은 가공됐다   5-1. 국민론 5-2. 민중론 5-3. 지성적 시민 5-4. 오만한 민중 5-5. 인공의 허(虛) 5-6. 신들의 공(功) 5-7. 인간의 꿈   제6장 역천의 이념인가   6-1. 건곤(乾坤) 6-2. 변증 소용돌이 6-3. 하늘의 영광 6-4. 반야(般若)의 지혜 6-5. 순천&역천 6-6. 현재형 인간 6-7. 미래 사다리   제7장 이상사회를 논하다   7-1. 제3의 역사 7-2. 사회적 굴레 7-3. 사회의 꿈 7-4. 대동사회 7-5. 커뮤니티 진보 7-6. 이상국가론 7-7. 이상사회론

Q. 강력한 긍정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해도 될까

 

A. 영화 ‘루시’는 역사성을 통해 현재성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최초의 유인원 화석에 이름 붙여진 루시는 인간의 뇌 활용이 100%에 이르면서 무소부재의 신성으로 표현된다. 루시는 인류의 모든 역사를 담았지만 강력한 현재성을 동시에 포괄하고 있다. 강력한 긍정의 삶은 루시와 같은 변수에 달려 있다. 마치 시공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의식을 갖고 모든 사건과 변수에 평행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평행은 시간차를 두고 존재하지만 하나같은 역사성을 동시에 갖는다. 또는 기찻길처럼 공간차를 두고 서로 만날 수 없지만 만날 필요가 없는 하나의 모습이다. 전자는 만물의 원리에서, 후자는 수많은 현실에서 각각 드러난다. (490쪽 : 전지전능과 무소부재의 신성이 현재성을 특징지운다) 만물의 에너지 원리로 보면 모든 것은 평등하다. 무소유한 것이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 수많은 시공간이 이런 원리로 탄생한다면 시공을 초월한 강력한 현재성의 표현이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랑과 증오는 둘의 모습이지만 하나다. 상호 만나지 못하지만 반드시 관여해 상대를 존재하게 한다. 만남과 이별도 같은 원리다. 이별 없는 만남이 없고 만남 없는 이별이 없어 둘이지만 하나다. 중요한 관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개별성·유한성·독립성만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는데 있다. 끝이 없는 길을 보면서 가기 어렵지만 그 끝을 향해 가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끝과 같다는 생각이 평행한 삶이다. 끝이 없는 것과 끝을 향한 발걸음은 만날 수 없지만 하나다. 현실의 삶을 통해 신성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A. 외롭다는 표현은 틀렸다. 상호 돕는다고 해야 맞다. 도움은 상대를 향한 책임이다. 결국 얽힘은 강한 사랑이다. 사랑이 외롭다고 하면 옳지 않다. 네트워크형 삶은 그래서 행복을 부른다. 이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반대로 상대를 소유하겠다는 물리적 하나됨은 행복하지 않다. 완벽한 하나됨의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됨이 가능하다고 하면 그것은 소멸을 의미한다. 네트워크는 수많은 존엄성의 장을 세워 나가는 곳이다. (472쪽 : 완벽한 사랑을 전제로 한 인간의 조건은 자유시장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외로움을 느낄 새 없이 존재하고 있다면 누군가를 책임지면서 사랑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나아가 얽힘의 전제조건인 포용·관용은 책임·사랑을 위한 윤활유다. 이기심이 발아할 때 포용·관용은 효과적인 무기다. 용서할 수 없는 타자에 대한 적개심·증오심의 깊은 내면에 이기심·시기심이 꿈틀 거리고 있음을 보면 섬칫 놀란다. 네트워크를 보면 드러나는 이기심·시기심을 녹이는 길은 큰 용기를 쌓는 방식이다. 포용·관용의 그릇을 키우는 방식에 수직적이고 불평등한 시장의 논리가 관여하는 것은 용기의 선순환 작용이다. 이 같은 평행한 삶에서 시장은 언제든 나래를 펼 수 있는 공간들로 가득하다. 크든 작든 시장의 눈으로 보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타자의 존재가 자신을 위한 것임을 직감한다.

 

 

A. 돈을 화폐로 보면 안 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돈은 생명의 결실이라고 했다. 평행한 삶을 살수록 네트워크가 커지면서 더 많은 돈이 만들어진다. 이에 준해 화폐를 더 찍어내면 현실적인 결실의 혜택을 누리는 양이 커진다. 하지만 돈은 안타깝게도 불평등의 원인으로 수없이 지목돼 왔다. 이념가들은 특히 사유재산과 욕망의 근원인 돈이 평등을 방해하는 악마성을 갖고 있다고 미워해 왔다. 그러면서 이념가들은 돈을 평등이념의 구현에 더 많이 사용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이들은 돈을 포용·관용의 상징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돈을 오히려 악마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그로인해 더 심화된 불평등을 불러들인다. 돈을 화폐로 본 작위적 행위들은 비참한 결과를 낳는다. 돈이 포용·관용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하려면 돈의 ‘순환 확률’을 잘 살펴야 한다. 순환 확률이란 돈의 순환 횟수가 소유권이 되는 비율이다. 순환의 횟수가 적을수록 불평등한 소유가 많아진다. 반대로 순환 횟수가 많아질수록 평등에 가까워진다. 무한 순환을 하면 평등이나 다름없는 평등에 수렴한다. 돈은 돈이 갖고 있는 의미처럼 많이 돌아야 한다. 그 순환의 주체가 인간이고 환경은 자유시장이다. (459쪽 : 돈은 네트워크 이성과 경험을 기반으로 도덕률을 만들어 가면서 절대 멈추지 않는 확률의 평등성을 구현해 내고 있다) 돈은 이성의 의지와 경험의 노하우가 만들어 내는 결실이다. 인류사에서는 결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묵시적인 불문법과 성문법 등의 도덕률이 확립됐다. 이들 법에 따라 돈은 더 많은 결실을 내기 위한 씨앗으로 계속 뿌려지고 있다. 돈의 순환이 빨라질 때 포용·관용이 바늘과 실처럼 따른다. 순환은 평행한 돈을 창조한다. 돈이 평행하면 불평등 속 평등의 구현이다. 순환의 주체가 될수록 모두의 평등에 가까이 가는 주인공이 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