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진 밥상물가, 수급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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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2-24 00:02:56

빵, 햄버거, 즉석밥, 두부 등 주요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상승하고 있다. 농수산물 가격 급등으로 1차 가공품인 쌀, 밀 등의 가격이 오르자 2, 3차 가공식품의 가격도 도미노식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식품업계는 이상 기후로 작황이 부진한 데다 코로나19로 수입에 차질을 빚으면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가공식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선두 업체들이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후발업체들도 잇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다. 올해들어 풀무원은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10~14% 인상했다. 계란과 밀이 주재료인 제빵업계의 경우 1, 2위 업체가 잇달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는 제품가격을 5~9% 인상했다.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동원F&B 역시 즉석밥 가격을 6~11% 올렸다. 샘표식품은 통조림 제품 가격을 평균 42% 인상했다.

가공식품 인상의 여파는 외식 업계로 이어지고 있다. 맥도날드는 25일부터 버거류 11종을 포함해 총 30종 품목의 가격을 2.8% 올린다. 롯데리아도 버거·디저트 등 제품 25종의 가격을 약 1.5% 올렸다. 장기화한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닭고기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치킨업계도 더 이상 이 가격으로 버티기 어렵다며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가정 내 식료품 소비가 늘면서 국민들의 체감물가는 더 올랐다. 가뜩이나 소득과 일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서민들은 급등한 물가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소득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3.2% 감소했다. 일용직·임시직 일자리가 급감해 저소득층은 직격탄을 맞았다. 일시휴직자, 구직을 단념한 사람이 무려 438만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일용직 근로자나 소상공인 등이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져 서민들의 부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식료품 물가는 앞으로가 더욱 걱정스럽다. 미국 등을 강타한 역대급 한파와 최근 들어 치솟은 계란 가격 등으로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라 일반 물가가 빠르게 오르는 애그플레이션 현상을 피하려면 올해 곡물의 생산 주기가 정상화돼야 한다.

천정부지로 높아져만 가는 밥상 물가를 잡지 못하면 서민 고통은 더욱 커지게 된다. 원재료값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면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서다.

앞서 정부의 수급 대응 대처가 안일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정부는 19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농식품 가격 상승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했다. 쌀 정부 비축물량을 방출하고 양파와 과일 등 물량 출하 확대를 독려할 방침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막연한 비축물량 방출과 식재료 수입은 산지와 신선도에 예민한 품목의 특성 및 냉동보관이 어렵고, 유통기간이 짧은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현실성 있는 정부의 수급 대책이 필요하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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