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ESG 평가…합리적 지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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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2-25 00:02:30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첫 글자로 따서 만든 단어다. 이는 기업이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방식 등을 적용해 지속 가능하게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요소로도 기업을 판단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말로만 들으면 참 좋다. 환경오염이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대적 사명이기도 하다. 다만 문제는 국가마다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일괄적인 지표로 기업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평가기관들이 한국 사회와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타국 기업보다 낮은 등급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환경 평가항목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아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적으로 많다. 그러나보니 환경 부문에서 낮은 등급을 받고 있다. 물론 최근 대다수의 국내 제조업 기업들도 ESG경영을 내세우며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 ESG를 평가하는데 있어 감소세보다 탄소배출량 그 자체가 중요해서다.

오너 경영이 많은 점도 ESG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재벌이라는 독특한 기업 형태가 정착해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경영권을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승계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입장에선 일반적인 상황이다. 다만 전문경영진 체제가 많은 영미권의 시각에선 이러한 오너 경영은 ‘나쁜 기업’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최고경영자를 처벌하는 법규가 많은 탓에 낮은 등급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경제 관련 형사처벌 항목은 2657개로 이 가운데 83%(2205개)는 범죄를 저지른 직원뿐 아니라 법인과 대표이사가 함께 처벌받는다. ‘오너 리스크’를 계속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2018년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ESG 우수 기업 리스트인 ‘MSCI 코리아 ESG 리더스 지수’에서 제외된 바 있다. 정치적 사안이었음에도 국외 ESG 기관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취지는 공감한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에서 문제가 되는 기업은 지속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국가, 업종, 문화 등을 고려한 유연한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 같은 기업의 ESG 등급이 여기서는 A등급, 저기서는 C등급으로 나온다면 투자지표로 실효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정부의 입김이 강한 국민연금이 ESG를 핑계 삼아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것이 우려된다. 지난달 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ESG 문제 기업이라는 이유로 포스코, CJ대한통운 등 7개 회사에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안건을 내놨다. 수많은 ESG기관에서 한 곳이라도 저조한 ESG등급이 나온다면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은 명분을 얻게 된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한국형 ESG 평가 항목이 필요한 이유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글로벌 ESG 평가 기관들의 항목이라도 표준화해야 한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