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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ESG가 글로벌 경제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를 평가하는 지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하는 만큼 ESG는 기업의 가치경영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각 기업들의 ESS는 정량적 평가보다는 정성적 평가에 기반해 점수가 매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각 기관별로 평가기준과 평가방법이 상이해 일반 국민들은 물론 투자자들도 지표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별로 상이한 산업구조와 경영환경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투자업계 안팎에선 ‘한국형 ESG’의 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 환경에 걸맞은 ESG평가 기준을 세우면서도 정량적 평가를 가능하도록 해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유의미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새로 쓰는 한국형 ESG’를 선정하고 한국의 경영 실정에 맞는 E·S·G 각 항목의 평가지표를 제시하고 업계 전문가를 비롯한 주변의 반응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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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창현·윤승준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지속가능 경영의 기본 조건으로 지목되는 ‘E’(환경) 지표에 재계, 투자업계 등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 100%), 탄소배출 제로(0) 등을 주요 과제로 선정하며 친환경 경영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며 ESG지표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겠다는 복안이다.
그런데 E를 포함한 ESG 평가지표는 국가별, 기관별로 기준이 상이한 데다 정량적 평가가 어려운 측면이 많아 우리나라 경영 실정에 맞는 평가지표 마련을 촉구하는 여론이 많다. 제대로 된 평가지표가 없어 각 기업이 ESG 경영 실천 여부와 관계없이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산업·기업별 환경과 성격 등을 고려한 지표의 등장과 해당 지표의 확립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스카이데일리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E 부문 평가항목을 △친환경 경영 혁신 △친환경 경영 인증 △친환경 경영 성과 △친환경 연구개발 △환경사고 예방·대응 △생산·공급 시스템 △온실가스 배출량 △지역 환경 보호 △환경규제 대응 △친환경 마케팅 등 10가지로 정했다. 환경 부문은 세계적 이슈인 만큼 일정 부분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용해 평가지표를 마련하면서도 기술적인 부분과 산업의 성격, 기업의 노력 등도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환경은 글로벌 이슈… 글로벌 스탠더드 바탕에 두고 기업별 상황 고려해야”
ESG 평가는 각 기업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부문에서 어떤 성과를 냈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을 가늠케 하는 지표다. 환경 지표에 해당하는 E로 범위를 좁혀보면 기업이 기후변화, 자원고갈 등 문제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내용이 골자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있는지, 재생에너지·청정기술을 활발하게 사용·개발하고 있는지 등이 주요 평가항목이다.
경제계 전문가들은 ESG 중 E 부문의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데 있어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기준 규범)를 기본 토대로 둬야 한다고 설명한다. 기후문제 등은 특정 국가·지역의 문제로 한정할 수 없는 만큼 세계적 추세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ESG 평가지표를 가장 활발히 활용할 집단으로 해외 투자자들을 지목하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를 더한다.
환경규제에 적극 대응한 기업일수록 해외 진출 시 사업성과를 많이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이 그 이유다. 국내기업의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아 환경 이슈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이슈를 기반으로 E 부분 평가를 하기보다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평가기준을 만드는 게 보다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윤진수 한국지배구조연구원 ESG사업팀 팀장은 “ESG에서 E의 경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기후문제 등을 지역이슈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선진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한 만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대해 우리 기업들의 대응 여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각 기업들의 환경규제 대응 여부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유불리를 가르는 평가지표로 작용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도 “세계적인 무역환경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ESG 경영은 더 이상 우리나라가 취사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게 됐다”며 “이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더욱 분명해졌는데 각 기업은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원자력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활용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탄소배출 감축 등은 만국 공통 사안이기 때문에 한국만의 기준을 만들 필요성이 떨어진다”며 “펀드 등 투자자들은 돈 잘 버는 회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측면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내는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밑바탕엔 글로벌 스탠다드를 두면서도 세부적인 실천사항은 기업들의 규모별, 사업성격별로 각기 다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탄소배출량 등 결과만을 두고 ESG 평가에 나서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ESG 경영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현재 국내기업의 ESG 대응수준은 선진국 10점을 기준으로 대기업이 7점을 받았다. 반면 중소기업은 4점에 불과해 기업 규모별 ESG 대응여력의 차이는 분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진수 팀장은 “모든 기업의 규모와 기술력 등이 다른 만큼 일정 부분에 대해선 각 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하며 평가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실제 외국 투자기관 등도 모든 국내 기업에 대해 동일한 ESG 평가기준을 적용하진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RE100, 탄소배출 절감 등을 선언하고 있지만 기술력의 한계 등으로 실현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다만 각 기업이 약속한 것들을 지키는 과정에서 기술이 발전하고 약속한 것들을 지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각 기업이 ESG 경영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준선 교수도 “모든 기업에 대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예를 들어 포스코 같은 기업은 사업성격상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데 탄소배출량만으로 ESG 경영을 평가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친환경 실천 의지·개선 성과 등 토대로 종합적 평가… 전문가들 “규제가 돼선 안 돼”
스카이데일리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한국형 ESG’ 평가 항목을 마련해봤다. ‘E’평가항목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면서도 국내 기업의 규모, 기술력 등을 고려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각 기업이 국내외 법·규제 등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해 비즈니스 역량 등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E 부문 10가지 평가항목 중 ‘친환경 경영혁신’은 △친환경 경영과 관련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가 △조직 핵심 역량에서 환경성을 강화하고 있는가 등이 주요 평가 내용이다.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친환경 요소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각 기업의 친환경 경영 의지 등은 유의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ESG 경영 이행 의지 등을 평가하기 위해서도 로드맵을 제시했는지는 중요하게 판단된다.
‘친환경 경영 혁신’ 항목에서 통해 다뤄진 내용들은 ‘친환경 경영 인증’ ‘친환경 경영 성과’ ‘친환경 연구개발’ 등 항목을 통해 한층 세밀하게 평가가 가능하다. 먼저 ‘친환경 경영 인증’은 각 기업이 권위 있는 국내외 기관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이력 등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식이다. 대표적인 친환경 인증으로는 영국 ‘카본 트러스트’의 탄소발자국 인증, 물발자국 인증 등이 지목된다. 각 기업의 친환경 경영 실천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게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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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친환경 경영 성과’는 각 기업이 경영 및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환경성 개선에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발표한 환경 부문 로드맵 등을 토대로 기존 대비 환경성 개선 수준과 목표 달성률 등을 토대로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각 기업이 상대적으로 열약한 규모·기술력 등으로 낮은 점수를 받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노력과 개선의지 측면의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목표로 한다.
‘친환경 연구개발’은 각 기업의 친환경 경영 실천 의지 등의 평가를 기본 목표로 한다.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가 △공정작업에서 탄소배출량을 저감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가 등이 주요 평가내용이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기업의 친환경 경영 실천 의지 등을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항목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주요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은 각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량에 따라 부과되는 ‘탄소국경세’ 도입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각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은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각 기업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 활동을 하고 있는가 △실제 온실가스 저감량은 어느 정도인가 등을 평가한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과 성과 등을 동시해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환경사고 예방·대응’은 언제든 발생 가능한 환경사고에 각 기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환경사고 피해 최소화도 환경보호에 유의미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애초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효과적인 예방시스템을 구축했는지 등도 주요 평가 내용 중 하나다.
‘생산·공급 시스템’은 기업이 상품 등을 생산·공급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최소화하고 있는 지를 평가한다. 아울러 협력업체 선정 등 공급관리망 구축 과정에서 친환경적 요소를 얼마나 고려했는지 등도 평가하면서 친환경 경영 의지를 확인한다.
‘지역환경 보호’는 사업장 등이 지역사회 환경 보호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기업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배출하는 폐수 등을 얼마나 감축할 수 있는지, 기부금·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지역사회 환경개선에 영향을 줬는지 등을 점검하는 식이다.
‘환경규제 대응’은 각 기업이 국내외 환경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환경규제 리스크 방지는 경영성과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그린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친환경적 선택을 유도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소비자들의 환경보호를 독려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정도를 확인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실정에 맞는 ESG 평가 지표를 마련하면서 공통된 의견을 전달했다. ESG 평가가 규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ESG 평가결과를 토대로 각 기업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원인이 규제에 있다면 이를 과감히 해소해야 한다고도 부연했다.
최승노 원장은 “각 기업이 ESG 경영을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지 ESG가 그 자체로 규제가 되선 안 된다”며 “기업이 ESG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면 왜 낮은 점수를 받았는지를 확인하고 만약 국내 제도가 미흡한 영향이 있다면 이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삼성그룹이 국내에선 가장 먼저 여성 임직원 처우 개선에 나섰던 것처럼 앞서나가는 기업일수록 앞서갈수록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게 ESG 경영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며 “규제 해소 등으로 기업이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자발적으로 ESG 경영에 나설 것이며 이는 곧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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