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앞세우다 ‘교육’은 뒷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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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앞세우다 ‘교육’은 뒷전인가

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2-26 00:02:45

월드오미터 통계에 따르면 이달 18일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가 50만명 선을 넘고 말았다. 지난해 2월 29일 미국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50만명으로 늘어나기까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초 미국에서 하루 평균 500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을 때만 해도 설마 했던 것이 최근에는 일일 사망자가 2000명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는 비현실 같은 현실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는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50만명의 희생자를 위한 촛불 추도식을 갖고 묵념을 했다. 워싱턴 대성당에서도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타종 의식을 가졌다. 사망자 1000명당 한 번 종을 치는 것으로 500번의 조종이 울려 퍼졌다.

미국의 코로나 희생자는 제1·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에서 희생된 미국인 사망자 수보다 더 많다고 흔히 지적한다. 하지만 50만명이란 숫자는 얼핏 그 규모가 와닿지 않는 숫자다.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BBC가 실감나는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만일 사망자 1명을 애도하기 위해 1분간의 묵념을 한다면, 50만명의 사망자를 모두 애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47일, 즉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또 미국에서 사상 최대의 관중이 몰렸던 1977년 슈퍼볼 경기 관람객 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당시 10만이 넘는 관중이 모였으니 그 5배가 된다는 식의 설명이다.

미국이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 있어서 세계 통계 리스트에서 1위로 기록되면서 그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짐작되고 있지만 실제로 인구비례로 가장 큰 인명 피해를 겪은 나라는 미국이 아니다. 인구 대비를 따진다면 미국의 순위는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발표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코로나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미국의 순위는 9위로 내려간다. 미국 앞에는 체코, 영국,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이 위치해 있다.

영국은 10만명당 사망자 182명으로 세계 6위이다. 152명으로 기록된 미국의 1.2배에 해당한다.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 수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10만명당 3명으로 비교적 코로나 안전지대에 속한다. 중국은 0.3명이라고 하나 일각에서는 중국의 사망자 통계에 관해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이렇듯 미국과 영국은 코로나 피해가 막심한데도 불구하고 새 학기를 앞두고 대통령과 총리가 나서서 학생들의 대면수업을 위해 학교문을 조속히 열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12일 안전한 학교 재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으로서 나의 목표 중 하나는 미국의 학교를 최대한 조속히 그리고 안전하게 재개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1일 취임한 이후 첫 3주 동안에 학교 재개를 위해 방법을 강구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22일 향후 전국적 봉쇄령을 4단계에 걸쳐 단계별로 해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 첫 번째 단계는 학교 문을 열어 학생들이 대면수업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존슨 총리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시급히 정상화를 꾀해야할 분야로 모두 ‘교육’을 꼽았다. 이는 코로나로 인해 국가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는 부분이 교육이라는 관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방역을 앞세우는 데 무게를 두는 바람에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장 새학기의 시작인 3월2일이 다음주로 코앞에 닥쳤는데 당국이나 각급학교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어서 학부모들만 속이 타고 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직장맘인 한 초등 저학년 학부모는 학교가 등교일정을 정하지 못해서 아이 돌봄 계획을 짜지 못해 답답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개학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학교가 새학년 등교 방침도 공지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사실상 긴 겨울방학 동안 이미 정해져 있어야 했을 일이다.

이달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를 이날부터 수도권은 2.5단계에서 2단계로, 비수도권은 2단계에서 1.5단계로 한 단계씩 완화한다면서 이 조정안이 2주간, 즉 이달 28일 밤 12시까지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3월부터는 어떤 상황이 될 것이며 어떻게 대응책을 마련해야할 지 학교로서는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다. 교육 당국은 개학 첫 주는 기존의 방역수칙을 기준으로 준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지만, 교육 대책이 어디 1주일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냐고 학교당국과 학부모들은 묻고 싶을 것이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