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엔솔 책임 공방, 전기차 불신 키운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오창영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3-03 00:02:35

현대자동차가 최근 수차례 발생한 화재로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던 코나 전기차(EV)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단행키로 했다. 코나 EV, 아이오닉, 전기버스 일렉시티 등 국내에서만 2만6699대가 리콜된다. 해외에 판매된 5만5002대까지 합하면 전 세계에서 총 8만대가 넘는 전기차를 리콜해야 한다. 이에 리콜 비용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전기차에 대한 대대적인 리콜에 나서기로 한 것은 최근 3년 내 수차례 발생한 차량 화재 때문이다. 코나 EV의 경우 2018년 5월 이후 국내에서만 15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전기버스 일렉트릭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배터리 자재 수급 계획에 따라 배터리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다”며 “고객 불편이 없도록 신속하게 조치하고 앞으로도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국토부)가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셀의 제조 불량으로 인해 코나 EV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실제로 이들 차량에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 장쑤성 난징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몇 년 간 코나 EV 등에서 화재가 잇따르자 국토부는 화재 원인에 대해 대대적으로 조사해 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난징공장에서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생산된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 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KATRI는 리콜로 수거된 불량 고전압 배터리 분해 정밀 조사 결과 셀 내부 정렬 불량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화재 재현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 코나 EV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충전맵 로직 오적용도 확인했다. KATRI는 BMS 충전맵 로직 오적용이 급속 충전 시 리튬 부산물 석출을 증가시키는 등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를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국토부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셀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뉘앙스의 결과를 발표하자 LG에너지솔루션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입장문을 통해 “음극탭 접힘은 국토부 발표대로 재현 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의 BMS 충전맵 로직 오적용의 경우 당사가 제안한 급속 충전 로직을 현대차에서 BMS에 잘못 적용한 것을 확인했다”며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과 협조해 추가적으로 확인해 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LG에너지솔루션이 코나 EV 화재 원인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는 등 뒷말이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가 발화의 원인’이라는 데 인정했다고 국토부가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재 부위도 배터리, 원인도 배터리인 건 확실하다”며 “음극탭 접힘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높다는 걸 LG가 인정한 것이며 이에 대해 반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KATRI가 주축이 돼 수개월 간 조사를 진행해 왔으나 확실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면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간에 책임 공방은 점차 첨예해지고 있다. 양사가 대치하고 있는 와중에 국토부까지 뛰어들면서 이번 전기차 리콜 사태는 더욱 혼돈에 빠져들고 말았다.

KATRI가 화재 재현 실험 등 꾸준히 추진하기로 한 데 이어 리콜이 적정했는지 꾸준히 살피기로 한 것은 화재 원인에 대해 규명할 것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결국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양사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양사와 국토부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국민의 마음 속에 자라나는 불신과 불안이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잇단 화재로 인해 코나 EV 등이 리콜에 들어간 바 있다. 당시 리콜에선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고 배터리관리시스템(BMS)만 손봤다. 그러나 이후에도 리콜 차량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하자 결국 고전압배터리시스템(BSA)을 통째로 바꿔주기로 했다.

현대차가 강행한 이번 자발적 리콜은 현대차를 믿고 코나 EV 등 전기차를 구매한 국민들을 위해 매우 적절한 조치임에 틀림없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늑장 리콜과 결함 은폐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서로 다른 입장을 앞세워 책임 공방을 벌이며 대립하고 있는 모습은 전기차 화재의 근본 원인과 리콜의 적정성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양사는 코나 EV 등에서 발생한 화재의 근본 원인과 방지 대책 등 의문점들에 대해 잘 모르는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리콜 비용 분담을 놓고 설왕설래하기 전에 국민 앞에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시점이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