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 노력 필요한 때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박정은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3-05 00:02:31

지난달 초, 미얀마에서 민 아웅 흘리앙 최고사령관을 위시한 군 세력이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구금시키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로부터 4주 동안 하루를 빼놓지 않고 열린 시민불복종 운동과 쿠데타 규탄 시위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미얀마 전역 곳곳에서 평화롭게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군경의 대응은 초반 시위대를 처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수준에서 물대포, 고무탄 사격, 최루 가스 살포를 넘어 끝내 실탄 사격이라는 악수를 두며 끔찍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군경이 시위대에 실탄 사격을 감행하며 최소 18명이 숨졌고 30명 이상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사상자 수를 이와 같이 밝힌 유엔인권사무소 측은 사상자가 집계된 것보다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못 박았다. 이 일이 있기 전날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요구한 쪼 모 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는 목소리를 낸 바로 다음날 해임됐다. 이달 4일 군경은 다시금 시위대를 향해 조준사격하며 38명의 사망자를 냈다.

다수 사망자가 나오며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지난달 28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내고 쿠데타 주모자들에 대한 추가 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도 군부 인사 측에 제재 조치를 취했다며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우리나라 외교부도 이달 1일 성명을 내고 미얀마의 유혈사태를 우려한다는 뜻을 표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와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와 같은 국제 사회의 반응이 허울뿐인 경고라는 비판도 나온다. 규탄 성명이 줄줄이 쏟아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나빠지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인권사무소 대변인은 미얀마 군부를 향해 평화 시위를 하는 시위대에게 무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불법 체포한 사람들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시위대의 무력진압 책임자 및 군부 소유 기업에 대한 제재에 더불어 유엔 헌장 7조의 발동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엔 헌장 7조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필요시 유엔안보리가 무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이달 2일 전직 유엔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 특별자문위원회가 결성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냈다. 특별자문회는 미얀마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위한 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제공해야 하고 국제사회가 군정에 반대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각종 자료를 통해 제공할 것과 반 쿠데타 운동을 벌이는 시위대의 목소리를 전달할 대변자 역할을 해줌으로써 단순히 경고성 성명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서한을 통해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이 나서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체가 필요합니까(How many dad(dead) bodies needed for UN to take action?)’ 지난달 28일 미얀마 제 2의 도시 양곤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가했다가 총격을 당해 사망한 니니 아웅 뗏 나잉이 사망 전날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문구다. SNS 계정에 게시한 사진 속에서 그는 해당 문구가 적힌 팻말을 목에 건 채로 마스크와 모자를 쓴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의 희생이 무의미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때가 아닌가 싶다.

[박정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정은 je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