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권력이 주도하는 검찰 개혁은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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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권 폐지·중수청 반대” 전격 사퇴
“검찰 해체로 거악 판치면 피해는 서민 몫
권력비리 대응 못하면 공정·민주주의 붕괴”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3-05 00:02:01

윤석열 검찰총장이 어제 전격 사퇴했다. 임기만료 4개월여를 앞둔 시점, 언론 인터뷰를 통한 작심 발언 공개 이틀만이다. 그는 사퇴 의사를 직접 밝히며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도 어느 위치에서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로써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전제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4월 재·보궐선거, 1년 후 차기 대선 구도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생겼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예상 못한 상황임을 인정했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검찰총장 윤석열을 공개 비판한 게 하루 전이다. 중수청을 밀어붙여 온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들 역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윤석열을 겨냥한 여권의 ‘출마금지법’ 추진도 날아갔다. 여러모로 절묘한 타이밍이다.

윤석열의 이력엔 원칙과 소신이 녹아 있다. 그 연장의 절박함과 진정성을 보여준 게 2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였다. 검찰개혁에 호응해온 그가 처음으로 관련 입법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명료한 논지, 단호한 어조였다. “검찰 권한 아닌 국민권익을 위해서”라는 명분도 당당했다. 전문지식과 직무 체험에 기반한 생생한 언어로 합리적 주장을 쏟아냈다. 결과적으로 정권 주도 검찰개혁의 허구성과 위험성이 부각됐다.

그의 요지는 간명했다. “권력비리에 대응 못하면 공정과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꼭 필요한 게 반부패역량 강화인데 입법 방향성은 이에 반한다.” 비대한 검찰이 문제라면 검찰총장 지휘 밖에 금융범죄검찰청·마약범죄검찰청 등을 두라, 단 반부패역량을 해칠 수사·기소 분리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국민 여러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 어이없는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학계·법조계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논의, 올바른 여론 형성을 기다린다.” 윤석열의 언론 인터뷰는 여론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권력과 그 묻지 마 지지층으로부터의 혹독한 압박에도 꿋꿋하던 그가 끝내 사퇴했다. 검찰총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권력형 비리 트렌드가 바뀌는 길목마다 있던 검사, 윤석열 검찰총장은 말했다. “범죄가 지능화할수록 검사들의 법정 경험이 수사력이고 국민적 자산이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몇 건의 권력형 비리가 제대로 처벌되면 관행 자체가 바뀌고 유사 범죄들이 자취를 감춘다.” “검찰수사권 박탈은 70여년 형사사법체계를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며 “중수청 신설은 실질적인 검찰 폐지”다.

“권위주의에서 문민정부로의 이행이 민주화운동이라면, 그 이후 민주주의는 법치의 발전이다. 재벌이나 정치인의 형사처벌을 목격하면서 권위주의가 무너지고 보통 시민의 권리의식이 고양됐다. 사회 진일보, 민주주의 발전이다.” 윤석열의 거시적 통찰이다. 그는 “내가 밉다고 국민을 인질 삼나”고 개탄하며 지난 19개월을 이렇게 정리했다.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원칙대로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한다.”

중립과 청렴을 위한 검찰개혁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범죄의 지능화·조직화·국제화에 대응할 전문성·숙련도 역시 시급하다. 현 정부 들어 수천억~1조원급 금융사기의 피해자 다수는 서민이다. 역량 강화가 절실한 시점에 검찰을 해체함으로써 권력비리의 은폐라는 혐의가 선명해졌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석열의 운명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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