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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성적표가 갈수록 참담하다. 겉은 마지못해 버티고 있는 것 같지만 속은 계속 타들어 간다. 경쟁국과 비교해 국가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적신호가 여러 군데서 켜지고 있다.
4년간 경제 역주행의 처참한 결과다. 코로나19와의 사투에서도 남들보다 그렇게 낫지 못하다. 총체적 국가 파행을 순간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갖은 정치적 꼼수가 난무한다. 국가 백년대계는 실종된 지 오래고, 천민 정치의 본색만 더 노골화되는 추세다. 피로한 국민은 이 판에 굴러들어오는 떡이라도 하나 더 챙기려고 정치 놀음에 놀아난다.
윤리와 도덕은 바닥까지 떨어졌고, 위선과 허풍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혹시 권력 판세에 역전이 일어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 나머지 사방에 대못을 박기 일쑤다. 공교롭게 선거까지 겹치면서 포퓰리즘 경쟁에서 여·야가 따로 없다. 선출직 입법 권력의 무한 질주의 횡포에 견제의 다른 축인 행정·사법까지 휘둘리면서 국가 정의는 거침없이 무너진다. 후진 정치로 엄청난 국가적 후퇴를 경험한 국가들의 전철을 밟고 있어 씁쓰레하다.
잘되는 국가와 잘못되는 국가의 차이는 극명하다. 후자에 나타나고 있는 전형적인 특징은 선출 권력과 이에 속한 집단들이 무소불위의 횡포를 저지르는 것이다. 한국은 어느 편에 속하고 있나? 디지털이 뉴노멀로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반해 구태의 아날로그 정치가 절정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폭주하는 기관차를 막을 뾰족한 방도가 없다. 국가주의의 짙은 그림자가 깔리면서 민간에겐 족쇄를 채우고, 진영에 속한 자들의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른다. 선거 때만 되면 혹세무민하면서 국가 재정으로 표를 사려는 매표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건전한 비판과 합리적 대안에는 귀를 닫고, 이에 재갈을 물린다.
주변을 살펴보면 온통 그들만의 리그이다. 능력이나 자질이 기준에서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선출직이 임명직의 요직까지 독점하면서 야수의 이빨을 드러낸다. 늦기 전에 자리를 꿰차려고 정권 말기에도 이들로 넘쳐난다. 막장 드라마 그 자체다. 세간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이 정권의 국가 유린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선량한 국민은 기진맥진해서 속수무책으로 무력감에 빠져든다.
잘되는 국가들은 권력이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고 겸손을 미덕으로 한다. 진영의 논리보다 국가의 미래가 우선이다. 반대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화합을 통해 국가의 동력을 한 곳으로 집중시킨다. 현명한 국민은 이런 권력을 신뢰하면서 무한 지지를 보낸다.
특히 팬데믹과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 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진영의 논리와 무관하게 국가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전문가들을 두루 중용하고, 비효율과 낭비를 배격하고 국력을 모은다. 주변 국가들에게서도 이러한 사례들이 목격된다. 국가가 중심을 잡고, 기업과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데 전력을 쏟는다.
한때 우리와 더불어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렸지만 한동안 뒤에 처져 있던 대만이 역전의 기회를 잡고 나섰다. 코로나 방역 최우등 국가가 되면서 작년 3%의 경제 성장에 이어 마침내 세계 1등 경제로 승천할 태세다. 초기 방역에 성공함으로써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절대강자로 부상할 조짐이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분야가 많다는 측면에서 대만의 합리적 리더십이 부러울 뿐이다.
국가는 뒷전이고 진영의 이기에만 함몰돼 국가경쟁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곤두박질
국가 재정은 먼저 차지하는 자의 몫이다. 미래 청사진이 없으니 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퍼주고, 생색내기에 안달이다. 벌써 가덕도 후폭풍으로 인천·광주·대구도 공항 특별법을 해달라고 손을 내민다.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는 쪽은 해주고, 그렇지 않은 쪽을 무시해 버릴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래저래 또 분열이 생기기 마련이다.
제대로 된 나라는 4차 산업혁명과 궤를 같이하면서 중장기 에너지 포트폴리오 전략을 추진한다. 재생에너지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태양광·풍력·원자력·바이오 등의 비율을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간다.
우리같이 무 자르듯 뭐는 되고, 뭐는 되지 않는 방식이 아니다. 주어진 환경과 국가경쟁력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간다. 태양광 난개발로 여의도 면적 17배에 달하는 삼림이 훼손되고, 심지어 정치권과 연결된 비리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빚더미에 내몰린 태양광 사업자들의 탄식도 들린다. 해상풍력 5대 강국 선언이 무색하게 풍력 발전 이용 비율은 30%에 미치지 못한다. 현실을 무시한 채 낡은 사고와 이념에 사로잡힌 엄청난 결과다.
식은 죽 먹듯이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선보인다. 이에 익숙해진 시장 참가자들은 비웃기라도 하듯이 정확하게 반대로 움직인다. 채 성숙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들을 남발하다 보니 시장에서 먹혀들 리가 만무하다. 때마침 광명·시흥 신도시 개발과 관련한 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비리가 곪아 터졌다.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들의 배 불리기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꼴이다. 이렇듯 현 정부 들어 추진하고 있는 대부분 정책이 혼선을 빚고, 부정부패와 연결되고 있는 것은 사필귀정이다.
정권의 말기가 되고 보니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호시탐탐 한몫을 크게 챙기려는 기생충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듯하다. 때가 되면 으레 재난지원금까지 살포되다 보니 정상적인 경제 활동보다 요행수로 눈먼 돈 챙기려는 부류들로 넘쳐난다. 국가와 미래 세대들이 멍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이런 정치 권력을 비호하고 손뼉을 친다. 국가 전체가 비생산적인 함정에 빠져들고, 희망을 잃고 자포자기하는 비관론자가 줄을 잇는다.
설상가상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처절한 분열이다. 정치권은 편 가르기를 즐기고, 국민은 양쪽으로 나뉘어 자기 진영 사수에 사활을 건다. 국가는 뒷전이고 진영이 우선이다. 이런 나라가 잘된다면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내 편에겐 떡 하나라도 더 주고, 남의 편엔 재갈을 물린다. 반(反)헌법·시장 포퓰리즘은 쉴 새 없이 작동한다. 국회에 계류된 기업 규제 강화 법안은 229개지만 완화 법안은 고작 30개다. 퍼줄 돈이 부족하다 보니 가진 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겠다고 벼른다. 자기 편이 적극적으로 반길 것이라고 믿는다.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심보다. 정권 출범 초부터 이런 방식으로 줄기차게 밀어붙였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양극화는 더 커졌다. 부동산·주식 등 소득을 비롯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신흥 IT 대기업과 중소 상공인·자영업자, 자본가와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과 격차가 확대됐다. 정확하게 공멸이다. OECD 국가 중 출산율 꼴찌·노인 빈곤율 1등, 법인세는 주요 선진국 1.5배, 재산세는 2배 수준이다. 기초과학 경쟁력은 계속 뒷순위로 추락하고, 노사협력 경쟁력은 독일의 80%에 불과하다. 이 지경이면 이제 국민이 용단을 내려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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