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과수원 땅에 주차장이…제일약품-용인시 ‘특혜커넥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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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명암<915>]-제일약품그룹

제일약품, 공장부지 일부 한승수 회장 토지 활용
수십년째 지목과 다른 활용에도 용인시 “문제없다”
“결코 일반적인 상황 아냐…커넥션 작용 가능성”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3-09 15:26:45

▲제일약품이 용인시로부터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제일약품 백암GMP공장. ⓒ스카이데일리

제일약품이 공장건립 과정에서 지자체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일약품 백암공장이 세워진 토지 일부가 서류상 사용목적과 다르게 활용되고 있음에도 지자체 차원의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목과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가 모두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 개인소유 부동산이라는 점에도 시선이 쏠린다.

제일약품은 법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시청 관계자 역시 백암공장 증축 과정에서 지목 변경이 늦어지는 것이라며 제일약품을 두둔했다. 다만 증축을 명목으로 오랜 시간 지목과 다른 용도로 토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혹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커넥션이 없다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9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근곡리 소재 제일약품 백암공장 부지 일부는 한승수 회장 소유 토지다. 확인된 필지만 20곳이 넘고 면적은 총 3만584㎡(약 9251평)에 달한다. 한 회장 소유 필지 위엔 공장 건축물이나 주차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해당 토지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한 회장에게 매월 1500만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제일약품이 사용 중인 한 회장 소유 필지가 공장용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 회장 소유 필지들의 지목은 과수원, 전, 임야 등으로 돼 있다. 과수원과 밭 등이 조성돼야 할 공간에 공장과 주차장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목은 토지의 주된 용도에 따라 토지의 종류를 구분해 지적공부(公簿)에 등록한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공부 상 사용목적과 실제 이용 상태가 일치해야 한다. 지자체는 이를 지휘·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백암공장 내 필지 지목과 실제 이용 상태 간 차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용인시는 제일약품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당 필지들을 지목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증축을 위한 임시사용승인을 내줬기 때문에 행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제일약품 측이 백암공장 증축 허가를 신청했고 시는 허가를 내 줬다”며 “임시사용승인을 받은 필지들은 지목과 다른 목적으로 사용돼도 문제될 게 없고 증축작업이 마무리된 후 지목도 실제 사용목적에 맞게 변경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2000년대 이전부터 공장 증축허가를 꾸준히 받아왔다. 가장 최근의 증축허가는 2020년 2월에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증축 등에 따른 토지 임시사용기간은 2년이다. 제일약품은 2022년까지 한 회장 소유 필지를 지목과 다르게 사용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용인시의 이러한 해명에도 제일약품 특혜 가능성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제일약품 백암공장이 이미 수십년간 임시로 사용승인을 받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축을 명분 삼아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놓고 계속해서 기간을 연장한 것 자체가 애초부터 증축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실제 증축 여부와 관계없이 제일약품의 편의를 위해 증축허가·임시사용승인 등을 활용하도록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 부동산협회 관계자는 “공부와 실제 이용상태가 일치해야 하는 게 행정이며 토지 사유자 및 담당 공무원 등은 이를 지휘감독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공장 토지 이용 현황이 지목과 일치하지 않는 등 제일약품이 위법·편법 경계선에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지목과 다른 용도로 토지가 활용되는 건 엄연히 불법이며 이게 오랜시간 유지되는 건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며 “편법이나 위법 등이 오랜 시간 유지될 수 있던 배경에 일종의 커넥션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일련의 내용과 관련해 제일약품 관계자는 “공장을 증설하는 과정에서 한승수 회장 부동산을 사용하게 된 것이고 법을 준수하며 절차에 알맞게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편 한 회장은 2005년 제일약품에 3만5691㎡(약 1만796평) 규모 필지를 매각한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필지 지목은 공장용지다. 당해 제일파마홀딩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한 회장과 78억9200만원의 거래를 실시했다. 거래 명목은 공장용부지 매입으로 확인된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