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아닌 부동산 유무로 계층 나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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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3-12 00:02:30

길고 긴 전례 없는 부동산 상승장이다. 이제는 떨어지겠지, 앞으론 떨어지겠지란 생각으로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집값은 닿을 수 없는 가격에 위치해 있다.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정부는 출범이후 연달아 대책을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2018년 9·13대책, 2019년 12·16대책, 2·20대책, 지난해 6월 17일 수도권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이내 전입하거나 처분해야하는 ‘갭투자’ 방지 대책 등이 있다.

또한 지난해 7월 10일엔 종합부동산세(종부부세)를 인상하고 양도소득세 중과세율과 취득세를 강화했다. 국회에서 졸속으로 통과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임대차3법도 전세시장을 들쑤셔놨다.

전체적으로 대책들을 보면 세금으로 압박해 다주택자의 집을 시장으로 공급하도록 만들고 대출을 막아 투기수요의 싹을 자르겠단 의지가 엿보인다.

이렇게 대책을 쏟아냈지만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다. 요즘 집을 사지 못한 사람은 별안간에 거지가 됐다는 ‘벼락거지’라는 말이 오르내린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선 집을 사야한다, 너무 많이 올랐다, 세금이 과도하다 등 부동산 관련 이야기만 들려온다. 온 국민이 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형국이다.

집을 가진 이들은 오르는 세금 때문에, 대출의 힘을 빌려야 하는 모아놓은 자금이 없는 무주택자는 대출규제로 속 앓이하고 있다. 특히 영끌을 가능하게 했던 신용대출도 규제를 해놓은 상황이다. 숨쉴 구멍까지 막았다. 1억 이상 대출을 하는 사람에게는 DSR 제도를 더 엄격한 잣대를 대 한도를 줄였다. 대출을 받을 수 있어도 주택매수를 금지시키는 확약서까지 써야한다.

흔히들 신용이 좋고 고소득자라고 생각하는 의사, 약사, 변호사, 회계사 등의 전문직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도 입을 모아 말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좋은 직업을 가졌지만 그게 무슨소용이냐고, 이제 더 이상 근로소득으로 부동산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아무리 억대 연봉을 번다해도 아파트 값은 1년 안에 몇 억이 올라와 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해도 아파트를 산 사람을 이길 수가 없다. 열심히 노력해 변호사가 된 1987년생 K씨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만 더 일찍 태어나 대학등록금과 로스쿨 비용으로 차라리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게 더 나았겠다는 부질없는 생각까지 한다.

전문직도 부동산 앞에 작아진다. 근로소득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이 와닿는다. 이제 우리의 계층을 가르는 건 직업이 아닌 부동산이 됐다. 직종과 연봉을 불문하고 한 순간의 선택으로 벼락거지가 되기 십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주거안정’을 가장 큰 정부의 과제로 삼았다. 다른 건 몰라도 부동산 가격은 하락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전 12억으로 ‘반포자이’ 아파트를 살 수 있었지만 현재는 23억 9000만원에 실거래가 형성됐다. 이제는 12억으로는 도봉구 구축 33평형을 매매할 수밖에 없다.

남은 임기가 길지 않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수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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