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기자조선의 실체는 번조선의 148년 기씨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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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헌식의 대고구리

위만·기자조선이 고조선 계승했다는 식민사학 논리는 ‘언어도단’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6-03 09:10:29

서쪽 변방을 지키던 위만이 정변을 일으켜 도성을 기습공격하자 기준 왕이 맞서 싸웠지만 그의 적수가 되지못했다. 『북부여기』에 “2세 모수리 단군 원년(정미, B.C. 194) 번조선 왕 기준이 떠돌이 도적떼인 위만에게 패망한 뒤 해로 들어가더니(入于海) 돌아오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기준의 행적은 『삼국지』위서 동이전과 『후한서』동이열전에 기록돼 있는데 통합해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좌우 궁인 수천 명을 거느리고 해(海)로 들어가 마한을 공격해 깨고 한지(韓地)에 살며 스스로 한왕이라 칭했다. 기준의 자손이 끊기자 마한인이 다시 스스로 진왕(辰王)이 됐다.”

위만에게 패해 달아난 기준의 행적은 우리 역사를 해석함에 있어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기준 왕이 도망간 한지(韓地)는 곧 삼한(三韓)의 땅으로 훗날 마한이 백제로 발전하고, 진한이 신라로 발전하고 변한이 가야로 되기 때문이다.

한의 땅(韓地)에서 스스로 한왕(韓王)을 칭했던 기준(箕準) 왕은 자신의 성을 기씨(箕氏)에서 한씨(韓氏)로 바꾼다. 그래서 기자(箕子)가 청주 한씨의 시조가 되며 41대 후손 한준(=기준)이 중시조가 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성씨 중 청주 한씨(淸州韓氏) 외에 행주 기씨(幸州奇氏)와 서씨(徐氏)와 태원 선우씨(太原鮮于氏) 등이 기자를 시조로 모시고 있다.

그리고 시조 기자를 문성대왕(文成大王)으로 모시고는 이하 35대까지 직계조상들을 모두 왕으로 추존했다. 태조 문성대왕, 2세 장혜왕, 3세 경효왕, 4세 공정왕, 5세 문무왕, 6세 태원왕, 7세 경창왕, 8세 흥평왕, 9세 철위왕, 10세 선혜왕, 11세 의양왕, 12세 문혜왕, 13세 성덕왕, 14세 도회왕, 15세 문열왕, 16세 창국왕, 17세 무성왕, 18세 정경왕, 19세 낙성왕, 20세 효종왕, 21세 천노왕, 22세 수도왕, 23세 휘양왕, 24세 봉일왕, 25세 덕창왕, 26세 수성왕, 27세 영걸왕, 28세 일민왕, 29세 제세왕, 30세 정국왕, 31세 도국왕, 32세 혁성왕, 33세 화라왕, 34세 예문왕, 35세 경순왕 등이다. 이들의 추존 재위기간은 총 705년이다.

▲ 시조 기자에게 제사를 올리고 있는 청주 한씨 종친회. [사진=필자 제공]

36~41대까지는 실제로 왕위에 있었던 인물이기에 추존할 필요가 없었다.

36세 가덕왕 후(詡) 27년간 재위→37세 삼노왕 욱(煜) 25년간 재위→38세 현문왕 석(釋) 39년간 재위→39세 장평왕 윤(潤) 19년간 재위→40세 종통왕 비(丕) 12년간 재위→41세 애왕 준(準) 26년간 재위 등이다.

그렇다면 기자의 36세 후손인 기후가 어떻게 번조선에서 왕이 됐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그러려면 당시의 국가통치시스템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B.C. 2333년 단군왕검이 나라 이름을 조선(朝鮮)이라 칭했고 B.C. 425년 44세 구물 단군이 등극하면서 대부여(大夫餘)로 바뀌었다. B.C. 238년 47세 고열가 단군이 하야하면서 58년에 대부여라는 이름이 내려지고 B.C. 232년 해모수가 등극하면서 북부여(北扶餘)라 칭했다.

대부여와 북부여는 조선의 정통성이 그대로 이어진 국호만 달랐지 같은 나라였다. 조선은 예로부터 진조선, 마조선, 번조선으로 나눠 통치됐다. 진조선은 단군이 직접 통치했으며 마조선과 번조선은 제후 왕이 다스렸다. 마치 군주제와 연방제가 혼합된 정치시스템이었다.

기후가 왕이 된 사연은 다음과 같다. B.C. 341년 번조선의 해인 왕이 연(燕)이 보낸 자객에게 살해당하자 5가가 다투어 일어났다. 이에 수유(須臾) 출신 기후(箕詡)가 5000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와서 진한과 번한의 병력과 함께 연합해 연을 여러 곳에서 대파하는 등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B.C. 323년에 번조선의 69세 수한 왕이 후사 없이 죽자 기후가 단제의 명을 받아 군령(軍令)을 대행했다. 연이 왕을 칭하고 쳐들어오려하니 기후도 대부여(조선)의 보을 단군에게 사자를 보내 윤허를 받아 번조선의 왕이라 칭했다.

이에 대해 『위략』에 “옛날 기자 이후에 조선후가 있었고 주나라가 쇠퇴해가자 연이 스스로 왕을 칭하고 동으로 공략을 하자 조선후도 스스로 왕을 칭하고 군사를 일으켜 연을 쳐서 주 왕실을 받들려 했다. 대부(大夫) 예(禮)가 간하므로 이를 중지하고 예를 파견해 연을 설득하니 연도 전쟁을 멈추고 조선을 침략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기후가 죽자 아들 기욱이 즉위했고, 기욱이 죽자 B.C. 230년에 아들 기석이 즉위했고, 기석이 죽자 BC 191년에 아들 기윤이 즉위했고, 기윤이 죽자 B.C. 172년에 아들 기비가 즉위했다. 기비는 해모수가 정변을 일으켜 대부여를 무너뜨리고 북부여를 세우는데 큰 공을 세웠다. 기비가 죽자 아들 기준이 즉위해 재위 26년 만에 위만에게 나라를 빼앗긴 것이다.

위와 같이 기자의 36~41대 6명의 후손들이 대부여(조선)의 일부였던 번조선에서 왕을 한 것이 조선왕조 유학자들에 의해 천년 기자조선으로 과장되게 둔갑한 것이다. 그리고 위만은 번조선의 왕위를 찬탈한 도적(盜賊)으로 봐야한다. 위만조선이 기자조선을 이어 고조선의 정통성을 계승했다는 식민사학의 논리야말로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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