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테마주는 항상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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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테마주는 항상 경계하라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7-07 00:02:30

‘전거복철(前車覆轍)’ 또는 ‘복철지계(覆轍之戒)’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앞의 수레가 엎어진 바퀴자국이라는 뜻으로 남의 실패를 거울삼아 경계하라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실패를 경험하기에 삶의 철학으로 삼을만한 교훈적인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선 전거복철의 교훈을 철저히 무시하는 분위기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과 무관한 ‘정치인 테마주’의 가격이 뜬금없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기업의 실적은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오로지 학연·지연·혈연 등 풍문을 억지로 엮어 ‘000 테마주’로 주가를 부양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연초(1월 4일)와 비교해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부동산 매매·임대 업체인 이스타코였다. 이는 여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장기공공주택(기본주택) 정책 테마주다. 이스타코의 주가는 677원에서 6650원으로 882.27% 올랐다.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거둔 종목은 NE능률이었다. NE능률의 주가는 2845원에서 2만2400원으로 687.35% 올랐다. 영어교육 업체인 NE능률은 ‘윤석열 테마주’다. 최대주주인 윤호중 에이치와이(hy) 회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에서다.

이 밖에 플랜티넷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자회사와 성남시가 창업 생태계 구축 관련 협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132.8% 급등했다. 한국종합기술도 사외이사가 이재명지키기범국민대책위원회 발기인 명단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118.5% 올랐다. LS네트웍스는 구자용 대표와 이행일 사외이사가 이 지사와 중앙대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93.3% 상승했다.

행복은 길지 않았다. 대선 출마가 공식화되자 신비감을 잃었는지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5일 기준 이스타코의 주가는 5830원으로 이 지시가 공식 출마한 1일 이후 3거래일 만에 12.3% 하락했다. NE능률 역시 윤 전 총장이 공식 출마를 선언한 지난달 29일 이후 2만24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15.2% 줄어들었다.

전거복철의 교훈을 비춰보면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과거에도 대선 후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테마주 광풍은 존재했다. 2002년 16대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내걸었던 수도 이전 계획에 계룡건설·충남방적·동양백화점·우성사료 등 충청권 연고 기업들이 들썩였다. 5년 뒤 2007년 17대 대선에선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삼호개발·이화공영·동신건설 등 중소 건설사들이 ‘대운하 관련주’로 소개되며 급등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선 정치인 테마주의 위험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2012년 6월 1일부터 2013년 12월 20일까지 정치 관련 테마주 147종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주가는 최고가 대비 평균 48% 떨어졌다. 이 가운데 ‘문재인 테마주’로 불렸던 우리들생명과학(-89.3%)·우리들제약(-88.0%)·위노바(-87.3%)와 ‘안철수 테마주’로 꼽혔던 미래산업(-85.8%)·에듀박스(-80.2%) 등 6개 종목은 80% 이상 폭락했다.

앞에 가던 수레가 뒤집힌 자국이 있으면 뒤따라가던 수레는 당연히 조심해야 한다. 정치인 테마주는 풍문으로 급등했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폭락한 역사를 되풀이했다. 이러한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비싼 가격에 산 뒤 팔아야할 시점을 놓치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투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윤승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