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사법부에 묻는 국민의힘의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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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곽 대표, 초선의원 선거권 박탈” 주장 ‘직무정지가처분신청서’ 제출
허원 위원장 “가처분신청 인용 가능성 크지 않아… 의정활동 전념할 것”

강재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5 12:16:13

정치는 표 대결 아니면 모두가 ‘명분’과 ‘바람’ 싸움이다. 표도 결국은 명분이 강한 쪽이 이기는 법이다. 명분에서 밀리면 실리라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경기도의회 야당인 국민의힘 행태를 보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하다.

큰집 내홍도 못 봐줄 지경인데, 작은 집까지 불난 집이니 못 봐주겠다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야당으로서는, 김동연 지사의 독주를 막고, 윤석열 정부의 순항에 일조하기보다는 중앙당이 겪는 내홍의 아류판을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한 달 넘게 비대위 구성을 통해 당대표의 일방적 행보를 비난해온 허원 위원장 등 국민의힘 비대위원 3명은 지난주 수원지법에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의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며 중앙당에 이어 광역의회에서도 정치를 사법부 판단에 묻고 말았다. 중앙당에서 이준석 전 대표 사태 이후 사법부가 정치를 재단한다고 비판하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 내홍은 11대 경기도의회가 출범한 이후 의장 선출 전후로 거슬러 올라가고, 그에 앞서 당대표 선출이 화근으로 지목돼왔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78명씩 의석을 양분한 도의회는 지난달 9일 진행된 의장 선거 때 국민의힘에서 5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면서 민주당 염종현 의원이 국민의힘 김규창 의원을 83대 71로 누르고 당선되면서 당 내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왔다. 하지만 원인을 캐보면 앞서 얘기대로 당대표 선출과정에서 찾는다.

이날 법원에 낸 가처분신청서에서도 적시했듯, 국민의힘 당규에 의하면 당대표를 의원총회에서 선출해야 하는데 곽미숙대표는 재선 이상 의원 15명의 추대로 선출돼 60명이 넘는 초선의원들의 선거권을 박탈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도의원으로서 당선증은 받았지만 공식 임기 시작하기 이전, 당선인 신분으로서 6월17일 있었던 제11대 도의원 당선인 상견례 자리에서 곽 대표가 추대형식으로 선출됐다. 이는 당규를 위반한 것이며, 당시 상견례에 오지 않은 의원의 경우 당대표 출마 의사가 있었음에도 선거권을 빼앗긴 것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당대표 선출에 불만이 내재했던 도의원 사이에서는 의장 선출에 비토를 하고 싶었던 것이 사실일 것이다.

도의회 교섭단체 내부의 문제를 법원으로 들고 간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더 이상의 비대위 활동으로는 무력감을 절감한다는 것이고,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되지 않더라도 결과를 수용하는 동시에 더 이상의 대표 사임 촉구는 하지 않고 의정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달여 전, 비대위 추진 당시에도 정상화추진위(정추위)까지면 좋은데 굳이 비대위로 가느냐는 소리가 도의회 당 안팎에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의심수준이긴 하지만, 역선택 작용으로 당대표를 뽑았건, 정식 배지를 달기 전에 추대형식에 의해 당대표를 선출했건, 일이 꼬이려면 뭔 일은 없을까. 패배를 자인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