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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국민들은 망가진 국가 안전 시스템에 ‘영혼의 조기’를 걸 만큼 슬픔과 동시에 분노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국가개조를 선언하고 나서 세월호 침몰은 대한민국의 낡은 질서를 깨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절박감을 안겨 주었다. 그것은 고통 속 좌절이면서 동시에 희망이기도 했다. 이 시기에 먼 이국 땅에서 같은 또래 한 아이의 눈에는 남모를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국 미시간주의 크랜브룩(Cranbrook)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장원’이라는 학생은 세월호 참사에 남다른 눈물을 닦아야 했다. 이 학생은 세월호 사건을 접하고 처음에는 재난사고가 또 터진 것 쯤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종자들의 생환 가능성에 목메어 우는 부모들과 한 마음이 됐다. 장원 군에게는 세월호 사건처럼 갑자기 친구를 잃은 슬픔이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전인 10학년 학기 초에 힘든 수업을 밤샘 해가며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심장발작으로 갑자기 세상을 등졌다. 장 군은 이후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절망과 괴로움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찾게 된 것이 음악이었다. 평소에도 친구가 잠든 묘지를 자주 찾으며 슬퍼했던 장 군은 세월호 사건으로 한국에 들어와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등진 같은 또래 아이들의 유골이 자리한 하늘공원과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그리고 이들을 마음으로 위로할 수 있는 길을 고민했다. 장 군에게는 힙합 음악이 다른 이들에게 열정을 전할 수 있는 매개체였을 뿐만 아니라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약이었다. 그는 그렇게 아이들의 영혼을 위로할 수 있는 음악회를 열지 않으면 안 됐다. 장 군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떠난 친구 그리고 남은 친구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었다”며 같이 유학을 하고 있는 친형과 선배 등 뜻이 맞는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음악회를 준비했다. 미국 동부의 아이비리그 명문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음악회에 적극 동참해 공연은 큰 성황을 이뤘다. 홍대 앞 작은 공연장에서 열린 볼륨맥스(Volumax Show)에는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마음을 같이하는 시민들이 많이 참석해 뜻 깊은 기부천사 행렬에 동참해 주었다. 스카이데일리가 잔잔한 감동이 진하게 흐르는 장원 군이 음악회를 열기까지의 사연과 공연내용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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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 군에게는 고국의 그리움이 사무치도록 아픈 이국땅 유학길에서 가장 힘이 돼 주던 절친한 친구가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곁을 떠났다. 참담한 슬픔에 잠을 못 이루던 장 군에게 고국에서 들려온 세월호 참사는 숨을 못쉴 만큼 또 한 번 가슴을 아프게 짓눌렀다. 그는 미국에 유학중인 형과 선배들을 모아 먼저 간 그의 친구 그리고 세월호 같은 또래 친구들을 위한 공연을 준비했다. 볼륨맥스(Volumax Show) 전체 공연(위 사진)과 장원 군의 힙합 공연 모습 ⓒ스카이데일리
장원 학생이 호스트를 맡은 볼륨맥스(Volumax Show)의 공연 모티브는 ‘Don’t forget 4.16‘(세월호 참사 4월 6일을 잊지말자)으로 정해졌다. 홍대 앞 클럽 크랙에서 열린 공연은 △세월호 참사 기억 △음악에 대한 열정 표출 △단원고 기부 등의 취지를 내걸고 진행됐다. 공연의 입장료는 따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모금함에는 시민들의 적지 않은 자율기부 행렬이 이어졌다.
이렇게 모아진 수익금은 단원고 발전기금에 전액 기부됐다. 뜻 깊은 기부금을 모은 공연에는 발라드의 강연호(한국국제학교, 12학년), 락의 Bananafish(나동민 외 멤버/노스웨스턴 대), 전범선과 양반들(다트머스 대), 힙합의 김동현(조지워싱턴 대), 장찬(다트머스 대) 등이 함께 어우러졌다.
이중 장찬 학생은 장 군과 함께 힙합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어릴 때 부터 같이 공유해 온 친형이다. 그는 동생에게 랩을 사랑하는 지금의 음악인을 만드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장원, 19살 미국 유학 12학년 앳뗀 청소년 ‘리더형 재원’
장원 군은 미국 미시간주의 크랜브룩(Cranbrook)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올해 19살인 장 군은 12학년에 올라가는 시기의 애뗀 청소년이다. 성격이 남다르게 활달한 그는 크랜브룩 코리안 클럽 회장, 락 클럽 회장, 10~11학년 학급 임원 대표 등을 맡고 있는 리더형 재원으로 급우들 사이에서 평이 나 있다.
▲ 장원(사진 오른쪽) 군이 호스트를 맡은 공연에는 힙합 음악의 멘토가 돼 준 그의 형 장찬(다트머스 대, 사진 왼쪽)씨를 비롯해 미국의 명문대에 다니는 선배들이 함께 해 주었다. 홍대 작은 공연장에는 ‘천국의 아이들이 웃어줄 선율’이 아름답게 수놓아졌다. 사진은 장원·장찬 두 형제의 공연 모습 ⓒ스카이데일리
이런 적극적 성격을 바탕으로 장 군은 학기 초에는 국제학생들의 입학과정과 적응을 돕는 ‘인터내셔널 멘토’(International Mentor)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장 군의 활달한 웃음은 지난 4월 16일 이후 가려져야 했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던 중 고국에서 들려온 세월호 참사에 장 군은 처음 몇일간 또 한번 재난사고가 터졌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그는 같은 반의 다른 한국인 학생에게 소식을 처음 들었고, 이후 언론매체의 기사와 SNS 등을 통해 자세한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런데 장군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해지는 세월호 참상을 가슴으로 느껴야 했다. 특히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생존학생들의 소식들 외에 수많은 실종 학생들의 뉴스를 접하면서 초조해지고 불안해 지는 것을 느꼈다. 안타깝게도 실종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안타깝게 부모들의 가슴에 묻히는 아이들로 변해갔다.
장 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사망자수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고 심경을 말했다. 그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속절없이 운명을 달리하는 것에 남달리 가슴 아파하는데는 아픈 기억이 선연히 남아 있는 탓이다.
이국땅에서 사춘기에 맞은 친구의 갑작스런 사별로 아픔에 빠져
2년전 10학년 학기초의 일이었다. 기숙사 옆방에 살던 장 군의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은 어린 장 군에게 정말 충격적인 일로 다가왔다. 힘든 수업들을 날밤새며 같이 공부하던 친한 친구가 어느날 새벽에 심장발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은 그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 미국 미시간주의 크랜브룩(Cranbrook)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장 군은 크랜브룩 코리안 클럽 회장, 락 클럽 회장, 10~11학년 학급 임원 대표 등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위 사진은 장 군이 회장으로 있는 락클럽에 멤버로 속해 있을 당시의 모습(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장 군)이다. 아래 사진은 9학년때 급우들과 함께 찍은 모습인데, 가운데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장 군이고 그 옆의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학생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장 군의 친구. <사진=장원>
“전날 새벽까지 옆방에서 흘러들어오는 친구의 맑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는 제곁에 없었습니다. 다시 친구를 봤을 때는 싸늘한 관속에 차가운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장 군은 그날을 잊지 못한 채 몇 달간 괴로움에 잠을 못이루는 날을 보냈다. 그에게는 결국 탈출구가 필요했다. 예전부터 관심있던 ‘힙합’을 더욱 마음깊이 담게된 계기가 그랬다. 음악에 대해 하나가 될 수 있는 공통된 관심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그와 호흡을 맞췄다. 장 군은 힙합에 빠져들며 그때의 괴로움을 조금씩 잊고 이겨 나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제 또래들이 제 친구와 하늘나라에서 만나니 아팠습니다”
친구를 잃은 아픔을 음악으로 달래던 시기에 고국에서 들려온 참담한 소식은 장 군에게 더없는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대부분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입니다. 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고국의 친구들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 친구를 하늘나라에서 만났을 단원고교 학생들은 제 또래지기 97년생들입니다. 같은 동년배로서, 반 친구들이 모두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버렸다는 상황을 그저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숨이 막혀옵니다”
▲ 장원 군은 세상을 등진 친구를 잊지 못해 추모곡 ‘족적’(永远纪念)을 헌사했다. 장 군은 노래를 통해 “한발 다가가면 두 발을 다가온 당신이었는데, 신이 질투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꽃이였기에 열매를 채 맺지도 못해 꽃잎이 땅으로 졌죠”라며 슬퍼했다. 장 군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같은 동년배로서, 반 친구들이 모두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버렸다는 상황을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온다”고 했다. 사진은 볼륨맥스 공연(위)과 장 군의 공연 모습 ⓒ스카이데일리
장 군은 평소에도 미국에서 격주마다 죽은 친구의 묘지를 찾았을 만큼 친구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 아픔은 세월호 참사로 하늘에 간 아이들을 잃는 아픔으로 이어졌다.
| 추모곡 ‘족적’(永远纪念) 가사 |
August 28th, 어둠속에서 빛이 피었죠/그 여린 떡잎은 어두운 대지를 밝게 비췄죠/그대 존재는 우리에게 희망, 참 따뜻한 햇살이 내린 Sunday Morning 과도 같은 (존재였죠)/운명처럼 만난 piano란 soil and water Nutrition for his talent, got his vision big and clearer/물 본 물고기 마냥, 멈추지 않는 성장, 꽃을피운 당신이 가는곳엔 꽃내음이 낫죠/한발 다가가면 두 발을 다가온 당신이었는데, 신이 질투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꽃이였기에 열매를 채 맺지도 못해 꽃잎이 땅으로 졌죠/But, Sight of your petals dead, left a pain in my 마음에/하지만 전능하신 주여, 시간을 돌려주소서/있어줌에 감사했단 말도 못했어요/하지만 전능하신 주여, 그 작은 떡잎을 손에 쥐어 생기를 앗아 가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요? |
장 군은 단원고 친구들을 위로하고 자신의 눈물을 달랠 음악이 필요했다. 어릴 때부터 사랑해온 힙합 음악은 그에게 안성맞춤 가슴으로 저미어 들어왔다. 그는 힙합이 다른 이들에게 열정을 전할 수 있는 매개체였을 뿐만 아니라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약이었다.
비록 프로 실력은 아니라고 해도 장 군은 공연을 열정적으로 준비했고 많은 관심과 성원 속에 공연을 끝냈다. 장 군은 “억울하게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난 단원고 친구들을 위해 공연을 바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저의 음악이 참사로 인해 아픈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그들에게 참사의 희생자들을 기억해야 하는 계기를 주고 싶다”고도 했다.
장 군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세월호 참사를 항상 마음 한 켠에 두고 기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고인이 된 친구를 위해 가사를 써 곡을 바쳤듯이 앞으로 쓸 가사들에도 이 사건을 잊지 말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공연내용
◆ 1부 : 락/발라드 = ▷강연호, 신기원 - 발라드 ▷Bananafish(나동민 외 멤버) - 락/발라드 ▷전범선과 양반들 - 포크락 ◆ 2부 : 힙합 = ▷Brainswords (홍대 흑인 음악 동아리) ▷B.Won of D!VERSE(장원) ▷Somebody(김동현) ▷Changstarr(장찬)
| 스카이데일리에 보내 온 장원 군의 편지 |
▲ ‘Don’t forget 4.16‘(세월호 참사 4월 6일을 잊지말자)을 모티브로 한 볼륨맥스(Volumax Show) 공연 포스터. <이미지=장원> 4월 16일 세월호 참사, 그리고 3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언론/미디어에서는 계속 거론되고 있는 이슈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충격과 부실했던 나라의 대책에 대한 원망과 안타까움은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듯 합니다.
슬픔에 무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때의 일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TV에 나오는 예능을 보며 웃고, 음주가무로 금요일을 불태우더라도 가슴 한켠엔 미숙한 대응으로 목숨을 잃은 분들에 대한 기억이 언제나 자리잡고 있어야 합니다.
아쉽게도 3달이 지난 지금, 쪽잠자며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잊혀져 가고 있는 듯 합니다. 전국에서 추모를 위한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안산시는 다시 참사 이전의 여느 경기도시로 돌아왔습니다.
얼마전 방문한 안산시는 시민들의 아픔을 아직 담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하늘공원의 납골당이나, 정부의 공식분향소나 추모객은 몇몇 유가족들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듯 했고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원봉사자들이었습니다. 축구장 크기의 분향소는 조용하다 못해 황량하기까지 했습니다.
안시 방문 이후 제가 공연을 주최하게 된 계기와 이유는 더 명백해졌습니다. 우리가 공연으로 자선을 하는 대상이 어떤 존재인지를 피부로 느껴야 했습니다. 더불어 우리 모두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강한 모티브를 갖게 됐습니다.
아티스트들과 관객들이 우리 공연을 열정적으로 즐기되, 저는 사람들이 공연의 의의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히 가졌습니다. 저는 이 공연으로 하여금 관객들에게 영구적으로 잊혀져 가려하는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들을 마음에 상기시켜주고 기억하게 하고 싶습니다.
※기사의 배경음악은 하늘나라로 간 장원 군의 친구에게 바친 곡 ‘족적’(永远纪念)이라는 음원이다. <추모곡: https://soundcloud.com/dve-rse/october-5t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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