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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경제민주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반재벌 여론이 일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는 오늘의 한국경제를 일군 ‘주춧돌’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국가경제 성장을 주도한 기업들 중 일부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당시 기업 경영을 진두지휘했던 오너들은 ‘총수’로 불리면서 사실상 황제지배라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탄생시켰다. 이들 총수들은 이제 노령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 중 일부는 이미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이는 현재 국내 대기업 중 상당수가 ‘경영승계’라는 숙제를 풀어야만 하는 상항에 처했다는 의미다. 특히 거미줄 지배망으로 덩치가 커진 대기업 집단의 경우 총수들의 주식을 곧이곧대로 증여 또는 상속하기에는 받는 쪽의 세금재원 마련에 무리가 뒤따랐기 때문에 후계승계 문제는 더욱 민감한 사안으로 부각됐다. 삼성·현대차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집단들 또한 이재용·정의선 부회장 등 확실한 후계자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건희·정몽구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갖춰져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건설명가’로 불리는 대기업집단인 대림그룹 또한 경영승계가 한창 진행 중이다. 창업주의 장남이자 2세 경영인인 이준용 명예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갖춰져 있는 대림그룹은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이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3세 경영인인 이해욱 부회장 중심의 지배체제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반 쪽짜리 승계’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대림그룹의 핵심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이 명예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61%, 이해욱 부회장이 32.1% 등을 각각 보유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와 관련된 행보로 짐작되는 일련의 사안들이 업계와 증권가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 부회장이 본인 소유의 대림산업 주식을 매각했는데, 이를 경영 승계를 위한 실탄(자금) 확보로 보는 견해가 상당한 것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도 발생하고 있어 이 부회장을 향한 비난 여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가 대림그룹의 후계자인 이해욱 부회장의 행보와 함께 이에 대한 주변의 평가 및 그를 둘러싼 이런저런 잡음들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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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대림그룹의 후계자 이해욱 부회장이 본인 소유의 대림산업 주식을 계열사인 대림아이앤에스에 매각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개인 소유 기업이나 마찬가지로 치부되는 계열사에 주식을 팔았는데, 이는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해 사실상 지갑만 바꿔 찬 것’과 다름 없다는 주장이 재계와 증권가에서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대림산업 본사 ⓒ스카이데일리
이해욱 부회장 주식 매각에 “지갑만 바꿔 찬 셈” 비난 여론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대림그룹 총수인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3세 경영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해욱 부회장은 지난 10일 보유했던 대림산업의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대림그룹 전체 매출액의 약 65.5%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이 부회장은 대림그룹의 계열사인 대림아이앤에스에 대림산업 보통주 16만3644주, 우선주 6990주 등을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주당매매가는 각각 보통주 8만7000원, 우선주 3만7300원으로 이에 따른 총 매각대금은 145억원 가량이다.
언뜻 보면 이번 거래는 단순히 오너 일가의 주식을 계열사로 넘기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움직임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이번 주식 거래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는 것이 업계의 여론이다. 특히 주식을 매입한 대림아이앤에스가 이 부회장의 개인 회사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꼼수 승계 논란’ 마저 일고 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말 기준 대림아이앤에스가 보유한 자사주 9.56%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 89.69%를 보유했다. 이는 사실상 이 부회장이 지분의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나 다름없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대림산업 지분을 대림아이앤에스에 넘긴 이 부회장의 대림산업에 대한 지배력은 전혀 달라진 게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 부회장 개인 주머니만 두둑해졌다는 비난성 발언들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지갑만 바꿔 찼을 뿐, 변한 것은 없는 셈”이라며 “경영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해 기업 곳간을 털었다”는 강도 높은 비난도 나오고 있다.
대림그룹 3세 경영 체제 구축의 핵 ‘대림아이앤에스’ 거론
이해욱 부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한 대림아이앤에스가 내부거래로 외형을 키워온 점 또한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4년 3월 31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지난 1995년 설립된 대림아이앤에스는 IT인프라 서비스, 첨단 기술의 디지털 홈 서비스, 지능형 빌딩 시스템 및 빌딩 관리 서비스 등 IT 기반의 건설 및 주택부문 서비스 용역제공 등을 주요 사업 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 2년간 대림아이앤에스의 매출액은 2012년 약 2896억원, 2013년 약 278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 가운데 그룹 내 타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액은 2012년 약 2623억원, 2013년 약 2277억원 등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2012년 90.6%, 2013년 81.7%인 셈이다. 이는 사실상 내부거래 없이 독자 생존하긴 힘든 매출 구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더욱이 대기업 총수 일가들이 내부거래를 하는 개인회사의 경우를 보면 통상 수백억원의 수준이 많은 것과는 비교되게 수천억원의 내부거래로 일어나는 외형은 주목대상 이슈로 꼽히고 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가 최근 대기업 집단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칼을 빼들었고, 여론 또한 대기업의 내부거래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며 “이는 내부거래 자체가 중소기업 위축 및 시장경제 교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있지만 높은 실적을 올린 계열사가 고배당을 실시해 오너 일가만을 살찌우게 만드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이해욱 부회장은 이런 분위기가 무색하게도 지난해 대림아이앤에스로부터 무려 82억9276만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긴 것도 모자라 보유했던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대림아이앤에스의 곳간을 축냈다”고 비난했다.
현재 증권가 일각에서는 대림아이앤에스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자금 지원을 실시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대림아이앤에스가 보유한 잉여금이 713억원에 달하는데, 이를 경영 승계를 위한 이 부회장의 실탄(자금원)으로 보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욱 식 미래 먹거리 창출 행보 ‘기대 반 우려 반’
▲ 이해욱 부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한 대림아이앤에스는 그룹 내 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외형을 키워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대림아이앤에스를 경영 승계를 위한 ‘곳간’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림아이앤에스 본사가 위치한 빌딩 ⓒ스카이데일리
이 부회장이 145억원 가량의 주식을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주식을 팔기 직전인 지난 8일 대림산업 주가(종가기준)는 8만7000원에 불과했으나 28일에는 9만1500원까지 약 5.2% 올랐다.
이 같은 주가 상승의 이유는 대림산업의 후계구도가 안정돼 이 부회장이 미래먹거리 창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했던 게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의 ‘체질 개선’과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해 언급했다.
건설업계 한 중역에 따르면 건설업을 주력 사업으로 삼은 대림그룹은 타 대기업에 비해 비교적 영위 사업이 적은 편에 속한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림그룹이 건설업 불황을 비켜가진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종종 들려왔으며, 일각에서는 사업다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 자료:한국거래소 ⓒ스카이데일리
이런 상황에서 대림그룹의 후계자로 낙점된 이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이 부회장은 국내외 발전소 운영경험을 쌓아 해외 민자발전 시장에 적극 뛰어든다는 복안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다양한 이유를 들며 우려감을 나타내는 상황이다. 우선 거론되는 부분은 이해욱 부회장이 그룹의 후계자로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경영 능력에 대해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림그룹 전직 임원은 “이해욱 부회장의 나이가 올해로 46세에 불과하고, 아직까지 이준용 명예회장의 그늘 아래 있어 이렇다 할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 점은 주변의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이 직접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복안을 마련한 데 대해서도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오너의 의중이 실린 대규모 프로젝트는 강력한 추진력을 동반하는 장점을 보이긴 하지만 반대로 실적이 좋지 못해도 선뜻 발을 빼지 못해 그룹 전체가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이번 복안 내에 이 부회장이 대림그룹의 차기 총수로써 그룹 내 입지를 올리는 발판으로 삼는 의중마저 심어져 있다면 실적 부진이 있더라도 발을 빼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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