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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공덕동은 예로부터 주변에 언덕이 많아 ‘크다’와 언덕을 뜻하는 ‘더기’를 합쳐 ‘큰더기’로 불렸다. 이후 ‘큰덕이’, ‘큰덕’을 거쳐 오늘날의 ‘공덕’이란 지명이 된 것이다. 공덕은 마포 포구를 오가는 사람들의 길목이어서 예전부터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었다. 현재에도 공덕오거리는 강북권의 주요한 교통의 요충지다. 한강 이남에서 마포대교를 건너 강북에 진입하게 되면 공덕오거리를 거쳐 서울의 요지로 갈 수 있다. 용마루고개를 통해 용산·이태원으로, 애오개를 통해 서대문·광화문으로, 만리재를 통해 서울역으로, 그리고 신촌 등으로 가는데 갈림길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지리적 특성으로 공덕오거리에 위치한 공덕역은 지하철 5·6호선, 공항철도, 경의선 등 무려 4개 노선의 환승역이다. 훌륭한 교통망이 조성돼 있는 까닭에 접근성 또한 용이해 공덕오거리에는 수많은 유동인구가 유입된다. 특이한 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일반적으로 거대 상권이 형성돼 있는데 반해 이곳은 유동인구에 비해 상권의 규모가 초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와 세월호 참사 여파가 더해지면서 고객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상인들은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쇠퇴기에 접어든 공덕역 일대 상권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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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덕오거리의 상권은 크게 두 곳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만리재(서울역방향)와 애오개(서대문·광화문방향) 사이 공덕동 상권과 다른 하나는 마포대로 동쪽 빌딩들 배후에 위치한 도화동 상권이다. 사진은 족발골목전경 ⓒ스카이데일리
공덕역이 위치한 공덕오거리 어느 곳에 서더라도 거대한 마천루를 마주한 기분이 든다. 롯데시티호텔과 마포롯데캐슬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으로는 S-Oil일 본사와 서울대학교 장학빌딩 등이 자리하고 있다. 또 마포·여의도 방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대로를 따라 빌딩들이 일렬로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공덕오거리를 위성사진으로 보면 빌딩들 뒤로 아파트와 주택가가 빼곡하게 밀집돼 있는 특징이 나타난다. 이곳의 상권은 아파트와 주택가의 경계쯤에 형성돼 있는데, 고층빌딩들 후면에 위치한 오피스상권치고는 초라해 보인다는 느낌이 풍겼다.
공덕오거리의 상권은 크게 두 곳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만리재(서울역방향)와 애오개(서대문·광화문방향) 사이 공덕동 상권과 다른 하나는 마포대로 동쪽 빌딩들 배후에 위치한 도화동 상권이다.
불경기 일수록 점심장사 오히려 늘어나는 서민상권
오전 시간에 찾은 공덕동 상권은 점심장사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공덕역 4·5번 출구 일대는 공덕시장과 마포시장을 중심으로 족발골목, 튀김·전골목과 각종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이 지역은 서부지법, 서부지검을 비롯해 각종 단체 및 회사와 오피스텔 등이 군집해있고 공덕초등학교 뒤쪽으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이어서 주거와 오피스지대의 완충지에 있는 시장을 중심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메뉴들을 취급하고 있었다.
▲ 유명 예능프로그램 등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떨친 튀김전골목. 인근 족발골목의 손님들이 포장을 해서 같이 먹는 등 족발골목과 상생하는 곳이다. 사진은 공덕동상권 위치도(위)와 튀김전골목 전경 ⓒ스카이데일리
이곳에서 수년간 장사를 했다는 한 상인은 “점심시간이 대목이다”며 “경기가 나쁠수록 회사원들이 지하상가보다는 상대적으로 밥값이 싼 이 일대에서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공덕동 상권의 명물인 ‘족발골목’의 경우 주로 오후시간에 문을 여는 가게들이 많아 군데군데 불이 꺼진 곳도 보였지만 ‘국밥’ 등을 판매하며 점심장사를 하는 음식점들의 손길은 바빴다. 점심시간에 쓸 머리고기 등을 썰어 담아내고 그날 판매할 족발을 삶는데 여념이 없었다.
족발골목 바로 옆에 위치한 ‘튀김·전 골목’의 한 직원은 “튀김과 전의 경우 식사대용보다는 술손님이 주 고객이다”면서 “족발과 함께 드시기 위해 포장해 가는 분들과 막걸리를 찾아 직접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간식과 반찬구매를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도 상당수다”라고 전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공덕동 상권의 경우 값싼 가격에 식사와 간단한 술자리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대부분 1차를 목적으로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아 늦게까지 장사를 해야 먹고사는 상인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해지면 사라지는 사람들 탓에 ‘점심장사 특화 거리’로 변모
이 같은 사정은 건너편 도화동도 마찬가지였다. 공덕역과 마포역 사이 빌딩 뒤 이면도로에 자리 잡은 도화동 상권은 공덕동 상권보다도 점심장사에 특화된 모습을 보였다.
▲ 점심시간이 되자 인근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넥타이부대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도화동상권은 저녁이 되면 빠지는 인구탓에 점심장사특화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은 도화동상권 위치도(위)와 점심시간 인산인해로 붐비는 도화동상권 일대 ⓒ스카이데일리
‘최대포집’으로 대표되는 대폿집들과 ‘불판가장자리 계란찜’으로 유명한 갈매기살집들 일대 역시 점심장사를 위해 마련한 메뉴를 크게 써 붙이고 손님 맞을 채비에 한창이었다. 이외에도 대부분 음식점이 만두, 제육볶음, 김치찌개, 냉면, 설렁탕 등 술 없이도 팔 수 있는 식사메뉴들을 내세우고 있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밤 8~9시만 돼도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한적한 곳으로 변하기 때문에 상인들은 저녁 술장사와 주말장사는 포기하고 있다”며 “주로 밥장사 위주의 영업을 하는 가게가 많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택시를 타고 식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과 인근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넥타이부대들이 늘기 시작했다. 식당마다 테이블이 하나 둘 차더니 이내 만석에 가까워졌고 이름이 난 가게들 앞으로는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점심장사만큼은 공덕동보다 도화동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 따라갈 수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가히 인산인해였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찾은 이곳 식당일대는 다시 저녁장사를 위해 분주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한 상인은 “점심에 비해서 저녁은 다소 한산한 편이다”며 “회식손님이나 단체손님이 아니면 가게가 꽉 들어차는 경우가 드물다”고 전했다.
▲ 공덕오거리 일대는 회사 등이 많아 유입 및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강변북로와 인접하고 마포대교, 공덕오거리를 통해 여느 방향으로 진입이 용이한 만큼 이 곳 일대는 버스 노선이 풍부하고 택시잡기 쉬우며 ‘쿼드라플(Quadruple) 역세권’으로 불린다. 이처럼 교통이 좋아 밤이 되면 유출되는 인구탓에 상권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도화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밤 8시만 돼도 거리가 비기 시작하고 9시, 10시를 넘기면 인적이 뜸해진다”며 “평일에는 회사원들이 많아서 그런지 주말이면 더욱 더 썰렁해지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퇴근 후 이탈하는 인구를 붙잡을 만한 ‘콘텐츠’ 절실
편리한 교통과 수많은 유동인구에도 불구하고 점심특화라는 반쪽짜리 상권으로 변모한 공덕오거리 일대 상권을 두고 주변 상인들과 부동산관계자들은 “오히려 교통이 너무 좋아 문제”라며 입을 모은다.
공덕역 일대는 인구가 많고 강변북로와 인접해 있으며 마포대교, 공덕오거리를 통해 여느 방향으로도 진입이 용이한 만큼 버스 노선이 풍부하고 택시잡기 손쉬운 곳 중 하나로 꼽힌다. 트리플을 넘어 ‘쿼드러플(Quadruple) 역세권’으로 발돋움했을 정도로 대중교통망이 잘 형성돼 있다.
상인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며 이 교통망을 통해 직장인들이 다른 곳으로 다 빠져나간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공덕역에서 5정거장 이내에 종로, 광화문, 여의도, 신촌, 홍대, 이태원 등 주요 도심과 유흥가로 유명한 곳들이 인접해 있기도 하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공덕역 일대 상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퇴근 후 저녁시간대에 이탈하는 인구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회사들이 밀집해 있어 유동인구는 많으나 이들을 붙잡을 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족발골목이며 전 골목 등이 방송과 입소문을 통해 유명해졌지만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1차가 끝난 후에 마땅히 2차를 할 곳이 없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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