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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시멘트는 우리나라 시멘트업체 7곳 중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고 허채경 명예회장은 지난 1961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정부의 건설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받은 차관을 이용해 한일시멘트를 세웠다. 창업주인 고 허 명예회장은 살아생전 ‘송상의 후예’라는 수식어로도 유명했다. 개성 인근에서 태어나 6·25 때 월남한 배경 때문이다. 한일시멘트는 설립 후 국가의 경제발전 배경에 힘입어 발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1969년에는 국내 시멘트 업계 최초로 주식을 공개하며 상장기업의 면모를 갖췄고 1974년 한일실업, 1978년 한일건설을 각각 세우며 사업 분야를 넓혔다. 1986년에는 최초의 민자유치 사업인 서울랜드의 개발을 담당했다. 고 허 명예회장은 시멘트 관련 업종 외에 새로운 업종으로도 사업 분야를 확장해 갔다. 지난 1969년 경영난을 겪던 수도미생물약품을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인수한 수도미생물약품은 이후 백신사업의 선도기업으로 불리는 녹십자가 됐다. 한일시멘트와 녹십자, 이 두 기업은 현재 각각 분리돼 있지만 엄연히 한 배에서 나온 형제기업인 셈이다. 1995년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후 한일시멘트 계열사들은 창업주의 아들들이 각각 나눠서 물려받았다. 이 가운데 주력계열사인 한일시멘트 지분은 장남 허정섭 명예회장 일가를 중심으로 골고루 나눠서 보유하며 가족기업이 가진 특유의 돈독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2000년대 초 장남 허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그의 장남인 허기호 부회장이 후계자로 두각을 드러내면서 한일시멘트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한일건설을 물려받은 3남 허동섭 전 회장과 한일시멘트 경영에 참여해 왔던 4남 허남섭 회장이 본인과 자녀들 명의로 한일시멘트 지분을 늘려간 것이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약 3년 동안은 두 일가의 지분 매집 행보가 두드러졌다. 당시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한일시멘트 오너 일가의 지분 경쟁이 가시화 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3남 허동섭 회장의 일가가 지분의 100%를 보유한 계열사의 행보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보여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내부거래로 실적을 올리는 것도 모자라 활발한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고, 심지어 미국에 부동산 개발 전문 회사도 따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원개발이 가업의 지분 매집을 위한 허 회장의 실탄 창구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조카와 숙부간의 지분확대 동향, 3남 허동섭 회장 일가가 보유한 세원개발의 최근 행보 및 이에 대한 업계 그리고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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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시멘트 3대 경영 체제가 들어선 지난 2010년 이후 적통 후계자인 허기호 부회장과 두 숙부들 사이에 지분 확대 행보가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지분 경쟁 논란을 일으킨 3남 허동섭 전 한일건설 회장의 일가가 세운 비상장기업인 세원개발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원개발이 강남 빌딩을 통해 적지 않은 시세차익을 시현했을 뿐만 아니라 내부거래를 통해서도 돈을 벌어들이고 있어 지분 매입에 뒷심을 발휘할 실탄을 확보한 것으로 업계에 비쳐지고 있다. 사진은 한일시멘트 본사 전경 ⓒ스카이데일리
한일시멘트 오너 일가, 3대 경영서 지분매입 경쟁 보여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장남이자 2세 경영인인 허정섭 명예회장이 지난 2003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장남인 허기호 부회장이 한일시멘트 후계자로 두각을 드러냈다. 대부분은 창업주로부터 이어지는 장자 적통의 승계가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3세 체제에 돌입한 한일시멘트의 향후 행보에 적지 않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허기호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후부터 한일시멘트 오너 일가의 행보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됐고, 미묘한 긴장감마저 흐르기 시작했다. 허 명예회장의 동생이면서 허 부회장 숙부, 창업주의 3남과 4남인 허동섭 전 한일건설 회장과 허남섭 한일시멘트 회장이 본인과 자녀들 명의로 한일시멘트 지분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일가는 특히 2010년 이후 지분 매집 행보에 더욱 집중했고, 그 결과 창업주의 장남 허정섭 명예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율과의 격차를 상당 부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허정섭 명예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일시멘트 지분율의 합은 지난 2010년 14.12%에 비해 약 1.36% 오른 15.48%였다. 반면 3남 허동섭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은 지난 2010년 5.06%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5.81%나 오른 10.87%에 달했다. 이에 따라 두 일가의 지분율 차이는 2010년 9.06%에서 4.61%로 줄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4남 허남섭 회장 일가도 꾸준히 지분을 매집한 결과, 지난 2010년 6.49%였던 지분율을 지난해에는 8.75%까지 끌어올렸다. 지분율 차이는 7.63%에서 6.73%로 줄었다.
다만 허남섭 회장 일가는 올들어 한일시멘트 지분을 처분하면서 지분경쟁에서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부인 박아심 씨는 지난 4월 네 차례, 6월 한 차례 등 다섯 번에 걸쳐 한일시멘트 지분 6468주 전량을 매각했을 뿐만 아니라 아들 정규 씨도 지난 6월 네 차례에 이어 7월 1일부터 9일 사이 일곱 차례의 장내매도를 통해 들어 한일시멘트 지분 11만4138주 전량을 팔아치웠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결국 한일시멘트 오너 일가의 지분 경쟁이 장남과 3남으로 좁혀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드러난 싸움은 아니지만 ‘숙부의 난’이라고 부르며 가족간의 경영권 분쟁을 기정사실화 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특히 2010년 이후 지분 매집에 집중했던 3남 허동섭 전 회장의 행보에는 유독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한 관계자는 “허 전 회장은 타 형제들에 비해 개인적으로 한일건설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고, 한일건설 워크아웃 돌입 후에는 경영 일선에 나섰지만 한일건설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기 시작하자 곧바로 사임했다”며 “이 때문에 ‘건설업에서 실패한 후 시선을 주력 계열사인 한일시멘트로 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업계 “좌초된 건설 수장 허동섭 회장 개인 기업 곳간 채우기 급급” 분분
▲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3남 허동섭 전 회장의 일가가 지분의 100%를 보유한 계열사 ‘세원개발’은 최근 2년간 80%가 넘는 내부거래율을 보였다. 내부거래율이 이 정도 수치면 통상적으로 독자 생존이 어려운 사업구조로 인식된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잠시 지분 매집 행보가 소강상태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완전히 끝났다고 확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재계와 증권가의 시선이다. 실제로 하나대투증권 소속 한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두 일가 모두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일 뿐 불화의 조짐은 여전히 상존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3남 허동섭 전 회장의 일가가 지분의 100%를 보유한 계열사 ‘세원개발’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보여 업계와 증권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멘트업계 한 전직 임원은 “세원개발이 내부거래 및 부동산 투자 등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한일시멘트 주식매집을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원개발의 일부 행보에 대해서 구설수들이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세원개발은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경비·청소 용역업 등의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1984년 설립됐다. 지난해 말 기준 허동섭 전 한일건설 회장의 딸인 허서연 씨와 그 특수관계인들이 지분의 100%를 보유했다. 사실상 허 회장 일가의 개인 기업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스카이데일리 <도표/이미지=최은숙>
세원개발은 실적 대부분을 한일시멘트를 비롯한 특수관계인들과의 거래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띄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57억원 중 48억원을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통해 시현했다. 내부거래율이 84.2%에 달하는 셈이다. 앞서 2012년에도 매출액 55억원 가운데 83.6%인 46억원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재계에서는 내부거래율이 이 정도 수치면 통상적으로 독자 생존이 어려운 사업구조로 인식되고 있다.
세원개발은 내부거래를 통해 실적을 올리는 것 외에 부동산 투자로도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원개발은 지난 2002년 역삼동에 위치한 빌딩을 약 60억원 가량에 매입했다. 그로부터 약 11년여가 흐른 지난해 7월 이 빌딩을 매각했는데, 매각가는 155억원에 달했다. 무려 95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누린 것이다.
앞서 빌딩을 매각하기 직전인 2012년에도 서초동에 위치한 빌딩 한 채를 추가로 사들였다. 당시 매입가는 260억원이다. 빌딩전문 부동산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이 빌딩의 가치는 약 300억원 가량이다. 양재역 1번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위치적 이점을 보유한데다 현재 7층인 건물을 최대 15층까지 증축이 가능할 정도로 개발이 용이한 지역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세원개발은 불과 2년여 만에 무려 40억원의 부동산 시세차익을 누리는 것 외에도 앞으로 새롭게 건물을 짓게 되면 더욱 높은 수익률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부동산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세원개발이 설립한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 “이런저런 의혹 불거졌다” 여론
▲ 세원개발이 지분의 100%를 보유한 ‘DUNER HOLDINGS LLC.’는 계열사 명단에 누락돼 있는데다 개인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어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은 세원개발이 2012년 매입한 서초동 빌딩 ⓒ스카이데일리
세원개발의 행보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세원개발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해외법인에도 새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원개발이 단독주주로 있는 해외기업의 명칭은 ‘DUNER HOLDINGS LLC.’로 미국 국적의 기업이다. 지난 2009년 설립됐으며, 본사는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해 있다. 주력사업은 부동산 개발 등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한 해 매출액 약 55억원, 자산총액 441억원에 불과한 세원개발이 해외에 부동산 개발 전문 회사를 따로 설립한 것에 대해 의심의 시선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기업 오너 일가의 해외 부동산 매매와 관련된 각종 비리 사건이 속속 드러나는 배경 때문에 ‘이들 사건과 유사한 맥락의 의도로 설립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전했다.
세원개발이 세운 기업의 법인형태가 ‘LLC’인 점은 논란이 제기된 배경이 되는 사안으로 지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이나 해외법인 설립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한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에서 설립할 수 있는 법인은 크게 Corporation(Corp)와 Limited Liability Company(LLC)로 구분된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Corp의 경우 사업상 이익에 대해 법인세가 부담되지만 주주를 등록하고 규모가 커지면 상장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그만큼 기업의 운영은 투명할 수 밖에 없다. 반면 LLC의 경우는 사업상 이익에 대해 주주 개인이 개인 소득세를 내는 등 소규모의 회사 체계를 갖추는데 적합하다. 그만큼 회사는 폐쇄적일 수 밖에 없고, 사실상 오너 개인의 목적을 채우기 위한 법인에 가깝다.
이런 부분 때문에 “세원개발의 설립이 허 전 회장 일가 개인의 목적을 채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대두됐고, 이로 인해 이런저런 의혹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고 변호사는 설명했다.
더욱이 ‘DUNER HOLDINGS LLC.’는 한일시멘트의 계열사 명단에서도 누락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업계 다른 중역은 “특별한 목적으로 설립한 게 아니라면 굳이 계열사 명단에서 제외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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