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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기능이 다섯달 째 마비됐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정쟁과 갈등이 지속되면서 지난달 말 기준 총 7973건에 이르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여·야 합의를 통해 본회의 통과만 남은 법안 총 91개다. 새누리당은 우선 이것만이라도 통과시키려 했지만 야당의 반발로 쉽지 않은 상태다. 특별법 제정의 핵심 쟁점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유가족과 야당은 동의했으나 여당은 받아들이지 않아 국회의 기능 중 입법 기능은 올스톱됐다. 이로 인해 8000여건의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세월호법과 민생법을 따로 처리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수사권 부여를 직접 결정하라는 주문이 유가족과 야당에서 흘러나왔다. 이를 두고 여·야의 공방이 치열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던 중 박근혜 대통령이 침묵을 깼다. 지난 16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자리에서 “(대통령이 결정 하는 일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를 흔드는 일로 대통령이 결단할 사안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일하지 않는 국회는 무책임하다며 세비를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은 핵심 여권 관계자를 불러 여당이 특별법과 민생법안을 주도해서 처리할 것을 당부했다. 같은 날 정의화 국회의장은 의장의 직권으로 멈춰진 국회 의사 일정을 결정했다. 결정안에 따르면 오는 26일 본회의가 열리고 10월1일부터 20일까지 국정감사가 실시된다. 현재 국회의원 300명중 새누리당 의원이 158명· 52.67%로 새누리당 단독으로 의사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야당의 동의 없이 진행하기에는 새누리당도 부담이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지금 세월호 사고를 정쟁으로 더럽힌 정치인들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의사활동 재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국회를 해산하고 재구성하자는 강경한 여론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식물국회로 낮잠을 자고 있는 민생법안들에 대한 새누리당의 단독 강행처리가 사실상 무르이었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민생법안에 대한 여당 단독처리 분위기 고조 배경, 국회 정상화를 위한 청와대·국회의 전방위적인 야당 압박, 여론의 반응 등을 취재·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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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두고 여야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회의 의사일정이 마비됐다. 입법 기능이 마비되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직권으로 의사일정을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17일부터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의사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사일정에 반대해 국회 파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국회의사당 전경. ⓒ스카이데일리
업무를 멈춘 국회를 향한 전방위적 압박이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법의 수사권에 대해 선을 그었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정기국회의 의사일정을 직권 결정했다.
시민단체들은 국민들의 과격한 언동 자제와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으로 변질됐다며 ‘국회 해산’이라는 강경론을 제기됐다.
대통령 “무책임 국회, 세비 반납해야”, 국회의장 “의사일정 직권결정”…야당 압박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에 대해 대통령이 결정하라는 일부 의견이 있다”며 “이는 삼권분립과 사법체계를 흔드는 일로 대통령이 결단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는 세월호 유가족과 야당의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이어 박 대통령은 “합의안이 두 번 뒤집히면서 국회는 마비상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고 민생이다”고 전했다.
또 대통령은 “국회의원 세비는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므로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한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며 “의무를 못 다할 경우 그 의무와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긴급 회동을 갖고 여당이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 처리를 주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여당 당직자는 “대통령이 그동안 침묵을 깨고 직접적으로 세월호 기소권과 국회의 운영 마비를 거론했다”며 “이는 국민과 민생으로 국회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국민여론 분위기를 탄듯 국회 본회의·국정감사 일정을 주요 골자로 한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16일 직권 결정하고 나섰다.
정 의장의 직권 결정은 국회 운영위원회와 의사일정 결정 협의가 안 될 경우 의사일정을 국회의장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게 만든 국회법 제76조 3항에 근거한다.
국회의장 결정안의 따르면 국회는 9월17일에 상임위 활동을 가동한다. 26일 본회의를 열고 29일·30일 이틀간 교섭단체 대표가 연설한다. 국정감사는 10월1일부터 20일까지 20일간 실시된다. 22일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이 있고 23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대정부 질문을 갖는다. 31일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정기국회 일정을 마치는 것이 이번 정의화 의장이 직권 결정한 의사일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의장의 직권 결정에 반발해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즉각 밝혔다. 이에 따라 17일부터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상임위를 소집해 법안·예산안 심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자료: 국회의장실 ⓒ스카이데일리
17일 기준 국회의원은 총 300명으로 새누리당 158명, 새정치민주연합 130명, 정의당 5명, 통합진보당 5명, 무소속 2명으로 구성됐다. 새누리당이 52.67%로 과반수를 차지한 상태로 단독 의사일정은 가능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여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며 “법안 상정 등은 하지 않더라도 국감 일정 변경 등 상임위 활동은 한다”고 전했다.
“세월호 가족 아픔 공감하나 정치변질 안될 일”…“차리리 국회 해산”
지난달 26일 기준, 국회에 계류 중인 의안은 총 7973건이며 이 가운데 민생 관련 법안은 1857건이다. 이 중에서 경제·내수활성화와 관련된 핵심 법안은 30건이다. 전체 계류 법안 중 여야 합의로 상임위·법사위를 통과한 법률은 총 91개다.
▲ 자료: 기획재정부 ⓒ스카이데일리
그동안 91개 법안이라도 우선 처리하려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정 의장이 의사일정을 직권결정하면서 새누리당 단독으로 의사진행이 가능해졌다. 정 의장은 이번 직권결정에서 26일 본회의 중 91개 계류 법안을 처리할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누리당 관계자는 “반드시 처리하려는 방침이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지만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하기에는 새누리당도 부담을 드러냈다. 최근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합의에 따라 통과한 법률 91개에 대해서는 (의장이 의사일정을 잡으면) 언제든지 처리 가능하다”고 하면서도 “야당이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으면 여당이 단독으로 표결해야 할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여당·국회의장이 야당을 압박하는 가운데 국민들 사이에서는 국회해산 이라는 강경론이 대두됐다. 여·야의 정쟁으로 국회 활동이 마비되면서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고 다시 구성하자는 의견이다.
▲ 자료: 각 단체 ⓒ스카이데일리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회가 민생을 챙기기보다 단지 권력 투쟁에서 승리하려는 모습이 여·야를 막론하고 보여진다”며 “특히 현 정부를 뒤흔들려는 야권은 유가족의 슬픔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제는 저상장 국면인데 국회는 마비돼 민생이 위기를 맞았다”며 “이럴 바에는 국회를 해산하고 다시 구성하는 것이 백배 낫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는 일간지 광고를 통해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며 “정치인이 무책임한 돌 던지기로 경제를 죽이고 민생을 죽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우회는 “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나라가 거덜 나는 일은 결코 막아야 하니 정치인들이 제발 정신을 차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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