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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라면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농심그룹의 오너 일가를 둘러싼 구설수들이 잦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논란의 대부분은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이슈화 돼 온 ‘일감몰아주기’와 관련된 사안들이다. 농심그룹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과 그의 자녀들이 다량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이 일감몰아주기로 곳간을 쌓아왔다는 눈총을 받으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농심그룹 오너 일가의 이 같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농심기획 및 쓰리에스포유 등에서 우선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 50% 외에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10%,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이 40% 등의 지분을 갖고 있었던 농심기획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 년 전체 매출액 중 절반에 가까운 돈을 내부거래로 벌어들였다. 신현주 부회장과 신 부회장의 두 딸이 지분의 100%를 보유했던 쓰리에스포유 또한 내부거래를 통해 괄목할 만한 실적 향상을 이뤄냈다. 농심그룹은 내부거래로 잦은 구설수에 휘말린 두 기업을 지난해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매각했다. 그러나 두 기업을 매각한 후에도 내부거래 구설수는 그치지 않았다. 내부거래 규모면에서 앞서 매각된 두 기업을 훨씬 능가하는 계열사들이 또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계열사가 율촌화학이다. 농심그룹 계열사들이 생산한 라면, 스낵류 등과 관련된 포장재를 생산하는 율촌화학은 지난 6월말 기준 농심홀딩스가 지분의 40.32%, 신춘호 회장이 13.5%,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6.08%, 신춘호 회장의 아내인 김낙양씨가 4.60%, 신동윤 부회장의 아내 김희선씨가 0.39%를 각각 갖고 있다. 같은 시기 농심그룹 오너 일가 외 특수관계인들이 농심홀딩스의 지분 66.64%를 보유한 점을 감안했을 때, 율촌화학은 오너 일가 개인기업과 다름없다는 평판이다. 이런 율촌화학은 매 년 매출액 절반 가량을 내부거래로 벌어 들였고, 타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보다 높은 배당성향으로 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내부거래로 오너 일가의 배를 채워주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설상가상으로 농심그룹은 지난해부터 내부거래 보다도 훨씬 높은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킨 ‘갑의 횡포’ 논란에도 휘말렸다. 이 때문에 농심그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상당한 수준에 달한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는 “업계 1위라는 위치 때문에 라면민심이 흔들린다. 농심은 진짜 깨끗한 것이냐. 계속해서 유사한 사건이 불거져 나오는 것은 농심그룹이 고질적인 병폐를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들과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갑의 횡포 단골손님이라는 수식어마저 붙은 농심그룹의 ‘갑의 횡포’와 관련한 사건들을 알아보고 이에 대한 재계와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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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한 매체를 통해 국민라면 제조업체인 농심이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소위 ‘갑의 횡포’로 불리는 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져 다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농심 측은 해당 사실에 대해 일부 시인하면서도 과거의 사건이라고 밝혔는데, 이 때문에 “예전에는 극구 부인했던 사안을 이제와서말 바꾸기 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농심 본사 ⓒ스카이데일리
국민라면 제조업체 농심, 대리점주 울린 ‘갑의 횡포’ 파문논란 안끝나
지난 23일 한 매체를 통해 대중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사건이 전해졌다.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인 이른바 ‘갑(甲)의 횡포’ 논란을 촉발시키며 전 국민의 공분을 산 남양유업 사태와 유사한 사건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대중들의 이목을 다시 끌었다. 사건의 주체는 우리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즐겨 먹는 라면, 스낵류 등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심그룹이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농심그룹은 대리점에 속칭 ‘밀어내기’로 불리는 강제 물량 할당은 물론 서류조작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 물량 할당은 재고 물품 처리를 위해 본사에서 강제적으로 대리점에 제품을 떠넘기는 행위를 말한다.
농심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대리점주가 공개한 지난 5월의 농심 본사가 대리점에 발송한 문서 내에는 월 판매목표 100%를 맞추려면 남은 기간 동안 2800만원의 매출을 더 올려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이런 식으로 대리점에 압박을 가한 본사는 제품을 대리점에 강제 할당했다. 심지어 받은 제품을 매입가 보다 10% 더 싸게 팔라는 압박까지 가했다.
본사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은 대리점주는 매입가 보다 싸게 판 손실분과 관련된 보상 문제를 문의했다. 본사는 “손실분 10% 중 6%는 본사가 부담하겠다”며 대리점주를 회유했다고 대리점주는 전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거짓으로 들통났다. 당초 약속한 손실 보전액 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한 것이다.
본사가 전산 서류상에 결제한 보전액은 599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로 대리점주에 지급된 금액은 55만원 가량 적은 544만원에 그쳤다. 이는 대리점에 지급한 영업부의 결제서류를 통해 확인됐다.
과거와 동일한 사건 보도라며 말 바꾼 태도…“과연 진실은”
▲ 농심 측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최근에 불거진 ‘갑(甲)의 횡포’ 논란을 시인하면서도 과거의 사건이 재조명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해당 사실들은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심그룹 측은 과거 유사한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에는 관련 사실 일체를 부정했었던 전례가 있다. 사진은 지난해 농심의 갑의 횡포 논란과 관련해 진상 파악을 위해 농심 본사를 방문한 당시 민주당 ‘을지로(을 지키는 길)위원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번 사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보도는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의 갑의 횡포 사태 이후 ‘을지로위원회’가 나와 모두 파악이 됐던 내용으로 이미 개선된 사항”이라며 “보도에 나온 자료는 영업사원이 신규 대리점주들에게 적용하는 장려금에 대한 내용을 알려주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논란은 이미 예전에 있었던 일을 다시 들추고 있는 상황일 뿐이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런데 농심의 이 같은 해명은 사건과 관련된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에 따르면 얼마 전 불거진 농심그룹의 ‘갑의 횡포’ 관련 사건으로 인해 과거의 유사한 사건들이 새삼 재거론되고 있다. 과거에도 농심그룹은 이번 일과 유사한 사건으로 대중의 눈총을 받은 일이 있는데, 당시 농심그룹은 사건 일체를 부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의 ‘갑의 횡포’ 논란에 대해 농심은 ‘과거의 사건’이라고 주장하면서 사건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다. 즉, 농심측은 똑같은 사건에 대해 과거에는 부정했다가 최근 유사한 사건이 불거지자 과거의 사건이라 못 박으면서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만약 농심 측의 주장대로 이번 사건이 당시의 사건과 동일하다면 ‘갑의 횡포’와 관련된 비난 여론이 높았던 과거에는 행위를 부정했다가 시간이 흘러 사태가 잠잠해 진 후에는 인정하는 모습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농심그룹 ‘갑의 횡포’ 관련 사건의 파장이 다른 기업에 비해 유독 남다르다”며 “농심그룹을 ‘갑(甲)질의 단골’로 보는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업계 “속칭 삥처리, 물량강제할당 등 갑질 종합선물세트” 비난
▲ 과거 농심특약점주들은 “농심그룹이 매출목표 강제부과와 일방적 계약해지를 자행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농심그룹을 갑의 횡포 기업으로 폭로했다. 사진은 농심의 불공정 약정서를 들어보이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김진택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 대표의 모습 <사진=뉴시스>
농심그룹의 갑의 횡포 사건은 지난해 중순, 즉 남양유업 사태 직후 갑의 횡포에 대한 비난 여론이 한창 들끓었던 때 처음으로 불거져 나왔다.
사건의 발단은 농심특약점주들이 “농심그룹이 매출목표 강제부과와 일방적 계약해지를 자행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폭로한 데서 시작됐다. 당시 농심특약점주들은 농심 영업사원이 직접 ‘삥처리’를 주도한 정황이 드러난 녹취 파일까지 공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삥처리는 제품을 대리점에 넘기지 않고 싼 값에 다른 유통업체에 떠넘기는 행위를 뜻한다.
당시 특약점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농심 본사 영업직원이 대리점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바로 ‘삥시장’에 내다판 탓에 대리점주들은 제품을 보지도 못한 채 피해를 입었다. 본사에서 책정한 매출목표를 대리점이 달성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알리지 않고 삥시장에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했고, 시장에 싼 물건이 넘쳐 대리점주들이 간접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농심의 ‘갑(甲)질’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농심특약점주들은 “그동안 농심의 횡포가 극심했다”며 “특약점(대리점) 판매목표를 15~20% 높게 정하고 80% 이상 달성하면 판매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매출목표를 강제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협박에 가까운 채권 독촉과 일방적 계약해지와 재계약 거부 등으로 영세한 특약점주들을 길들이고 있다”고 목청을 높혔다.
▲ 특약점주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농심은 전국 400여개 라면 특약점과 150여개 음료 특약점에 매출목표를 강제 부과한 것 외에도 특약점주들이 본사 측에 반하는 단체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도 설정해 놓았다. 사진은 농심의 ‘갑의 횡포’를 폭로하는 농심특약점주들의 기자회견장 <사진=뉴시스>
당시 특약점주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농심은 전국 400여개 라면 특약점과 150여개 음료 특약점에 매출목표를 강제 부과했다. 거래약정서, 판매장려금약정서 등 본사와 체결하는 계약서에는 ‘갑의 해석에 따른다’는 모호한 약정을 설정하는 등 불공정 행위로 의심될 만한 항목이 존재했다는 게 점주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갑에게 반하는 단결권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항목을 설정해 특약점주들의 단체 행위 금지도 관행처럼 내세웠다는 것이다.
영업사원이 삥시장에 물건을 내다팔아 특약점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것에 대해서도 해당 영업사원은 잘못을 시인했지만 농심 본사는 ‘모르쇠’로 일관했고,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명과정에서 농심측은 “일부 영업사원이 개인적으로 행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사태의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여론이 일었다.
특약점주들의 폭로로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여론의 분위기를 의식한 정치권에서도 남다른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갑의 횡포’와 관련된 사건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의 ‘을지로(乙을 지키는 길)위원회’는 곧바로 사건의 진상 파악에 나서며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진상 파악에 나선지 얼마 외지 않아 을지로위원회는 “농심의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본 특약점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동안 소문으로만 존재했던 농심의 횡포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 농심의 ‘갑의 횡포’ 논란이 일던 당시 을지로외원회는 “설문 조사 결과 일방적 목표매출 부과와 특정상품 밀어내기 행위가 사실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농심은 최대 피해자인 특약점주들에 대한 사과나 피해보상에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을’을 지키고자 하는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등 20명이 책 한권을 집필하는 공저자로 나서 출간한 ‘을(乙)을 위한 행진곡’ 출판기념회 광경 ⓒ스카이데일리
당시 을지로위원회가 농심 특약점주 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농심상품을 공급받아 수익을 올리는 업체는 6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27개 업체는 마진율이 마이너스이거나 0%에 불과했다. ‘부당한 매출목표 부과’에 대해서도 33개 업체 모두가 인정했다. 이 가운데 21개 업체는 매출목표가 ‘매우 과다하다’고 밝혔다. 판매장려금의 경우도 설문에 응한 33개 업체 모두 ‘미흡하거나 매우 미흡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당시 조사 결과에 대해 을지로외원회는 “설문 조사 결과에 따라 일방적 목표매출 부과와 특정상품 밀어내기 행위가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농심은 계약서의 일부 문구를 수정하는 등 ‘눈 가리고 아웅’식의 수습책만 내놓고 있을 뿐 정작 이런 관행의 최대 피해자인 특약점주들에 대한 사과나 피해보상에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농심측은 “농심은 일방적으로 목표를 강제하지 않으며 모든 물품을 사전 협의 없이 발주할 수 없고 대리점도 이를 인수하지 않는다. 밀어내기가 가능하지 않다”며 을지로위원회의 주장 일체를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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