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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세 요소로 통상 의(衣)·식(食)·주(住)를 꼽는다. 이 중 ‘집’은 가족과 행복의 안락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영어권에서도 ‘Home’이라는 단어가 명사 ‘집’ 이외에 동사 ‘집에 살다’의 의미가 있는 만큼 집의 의미는 단순히 비바람을 피하는 곳이 아니다. 집은 곧 ‘사는 공간’에 ‘삶의 미학’까지 더해진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서민들과 젊은 세대들은 이런 집을 소유하기 힘들어졌다. 고도성장기 집값도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면서 기성세대 중에는 이른바 ‘집 투자’에 성공한 경우가 많았지만 서민층이나 젊은 세대는 자력으로 집을 사는 것이 이제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결국 이들이 ‘내 집 장만’을 위해 선택한 대안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임대제도인 ‘전세’이다 보니 ‘전세값’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전세값은 이제 매매가의 70% 선에 달할 정도가 됐다. 결국 전제 마저도 여의치 않는 서민들이 점차 늘어나자 정부는 이들의 전세정착과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일환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 산하의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전세대출 보증제도’를 실시했다. 불안한 서민들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격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활용하는 상당수가 연소득 1억원 이상의 고소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운룡 의원(새누리당·비례대표)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연소득 1억원 이상의 고소득자 1만여명에게 1조원에 가까운 전세보증지원이 이뤄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도의 도입취지와는 어긋나게 자금이 집행된 셈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이운룡 의원실 자료를 통해 전세보증 수혜 대상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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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주택금융공사(사진)의 전세대출보증제도가 당초 취지와 다르게 일부 고소득자들에게 지원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서민의 주거안정 도모를 목적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시행하는 전세대출 보증제도가 일부 고소득자들에게도 지원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전세자금대출 보증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연봉 1억원 이상 고소득자 1만여 명에게 9609억원의 보증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연봉 19억원의 전문직종사자(의사)에게도 보증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최근 몇 년 간 지속된 전세가격 폭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서민들의 주거안정이란 전세대출보증제도의 설립취지가 흔들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세 대출 잔액, 사상 최대치…30조5584억원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 보증제도는 서울·수도권 4억원, 지방 2억원 이하인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의 5% 이상을 지급한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에게 임차보증금의 80% 이내, 최대 2억원까지 보증해주는 제도다.
▲ 자료: 이운룡 국회의원실 ⓒ스카이데일리
90% 부분 보증으로 이뤄지는 이 보증제도는 국민, 기업, 농협, 신한, 우리 등 총 17개금융기관이 취급하고 있으며, ‘보증상담-서류제출-보증심사-보증승인-보증약정 및 보증서 발급’의 단계를 거쳐 보증이 이뤄지게 된다.
올 상반기까지 전세대출 잔액은 30조558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지원하는 전세대출 보증 잔액도 24조1000억원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연도별 보증액도 급증하고 있다.
소득제한 기준 미비…고소득자 지원 점차 증가세
전세자금 보증은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고자 할 때 한국주택금융공사가 2억원의 한 도 내에서 보증을 해주는 제도로 서민의 주거안정을 지원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한정된 정책자금을 서민층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에 따라 지난 5월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마련돼 보증제한 기준을 전세보증금 4억원 이하로 하향조정 한 바 있다.
▲ 자료: 이운룡 국회의원실 ⓒ스카이데일리
그러나 국민주택기금 전세대출(연소득 5000만원 이하)과 같이 소득 제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아 전세자금 보증이 당초 취지와 다르게 고소득자에게 지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4000만원 이하 소득자 보증총액이 지난 2010년 84.9%에서 2014년 63%로 급감한 반면 1억원 초과 소득자 보증총액은 지난 2010년 344억원에서 지난해 3019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474억원이 지원됐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세자금을 보증 지원한 상위 20위 소득자 내역을 보면 연소득 10억원 이상의 의료인이 4명이었고 나머지 소득자들도 연소득 5억원 이상의 고소득자들이었다. 최고 많은 연봉은 19억원을 받은 의사였다.
직군별로 살펴보면 의료업이 8명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자영업(5), 제조업(4) 등의 순이었다.
소득 낮을수록 거절률 높아…명목뿐인 서민지원
특히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보증 신청 거절률이 높아 서민층 중심 지원이라는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상반기 ‘소득분위별 전세보증 신청 거절 현황’을 살펴보면 소득 1~3분위의 신청건수는 각각 3만3693건, 3만6182건, 3만8369건 등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해 수요는 절실한 반면 거절률은 각각 8.7%, 5.4%, 3.3%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 자료: 이운룡 국회의원실 ⓒ스카이데일리
이에 반해 소득 10분위 그룹은 신청 5824건에 단 59건만이 거절돼 거절률은 1.0%대에 머물렀다.
이 의원은 “보증제도는 민간시장 영역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나 보증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국가 예산으로 공적보증을 하는 것이다”고 전제하고 “공적보증이 고소득자에게 지원한다는 것은 국민정서에 크게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중은행의 전세대출에 대한 공적보증 지원대상을 서민층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소득제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면서 “고소득자는 민간보증시장이나 신용대출을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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