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전주 
)
최근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011년만 해도 100엔 당 150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은 최근 900원대로 하락하자 수출업계와 관계 당국이 원·엔화 환율에 촉각을 세우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엔저 현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엔화의 추가 약세와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 등은 한국 수출 증가세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원·엔화 환율은 양 통화간 직접 환율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해 간접적으로 결정하는 재정환율에 따른다. 즉 엔·달러 환율과 원·달러 환율에 의해 원·엔 환율이 결정된다. 엔·달러 환율은 2011년 1달러 당 70엔대였던 것이 최근에는 1달러당 100엔을 넘었다. 엔·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엔화 약세, 엔저(円低) 현상이 발생했다. 엔화가 저하되면 일본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일본 입장에서는 수출증진에 도움이 된다. 반면 일본과 수출항목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 한국의 경우 엔저 현상으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엔·달러 환율의 엔저 현상은 원·엔화 환율에도 영향을 미쳐 원화 당 엔화 가치도 함께 하락했다. 이로 인해 대일 수출 한국기업도 함께 타격을 받는다. 이러한 엔저 현상은 우리 수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10% 하락할 때 마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약 15억달러 정도 악화된다. 증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엔저가 지속되면 선박·자동차·산업기계를 수출하는 업계는 타격을 받고 한국의 전체 수출 역시 타격을 받는다. 반면 반도체·가전·디스플레이 업체는 타격을 덜 받는다.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엔저 현상은 일본의 아베노믹스의 양적 완화 정책에서 기인했다. 아베 총리는 자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향후에도 엔화를 더 풀 것으로 예상돼 엔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이처럼 엔저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정부의 대책 마련도 시급해지고 있다. 1일 최경환 부총리는 “엔저 대응은 물론 이를 이용한 활용도 준비중이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엔저 현상을 이용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엔저 현상의 추이와 우리 정부의 대처 방안을 진단한다. 
|
▲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의 수출에 비상등이 커졌다. 작년까지 한국의 무역수지는 엔저 현상으로 인한 수출 부진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흑자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돈을 무제한 찍겠다는 아베 총리의 양적 완화 정책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향후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를 반영하듯 원·엔화 환율은 2011년 1500원대에서 2014년 900원대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진은 한국의 수출 전진 기지 중 하나인 부산항 전경. ⓒ스카이데일리
엔저 현상 지속되면 한국 기업들 전방위 피해 가시화
원·엔화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 때 100엔 당 150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은 2012년 7월 1400원대로 하락했고 2013년 들어서는 1200원대로 추락했다. 2013년 하반기 환율은 1100원대를 유지하다 올 초 1000원대로 떨어졌다. 하반기 들어서는 급기야 900원대로 떨어졌고 1일 기준 100엔 당 967원을 기록했다.
엔저 현상은 엔·달러 환율에서 기인했다. 지난 2012년 이후 엔화는 미국 달러 대비 40% 가량 절하됐다. 2011년과 2012년 사이 1 달러당 엔화는 70엔대를 유지하다 2013년 들어 80~90엔대로 올랐다. 올해 1달러 당 엔화는 100엔대를 넘어섰고 지난달 30일 기준 109엔을 기록했다.
▲ 자료: 외환은행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같은 시기 원·달러 환율은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1100원대를 유지하다 올해 들어 1000원대로 하락했다.
엔저 현상은 전통적으로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쳐왔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무역 전문가들에 따르면 달러 당 엔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일본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환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타 제품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본기업은 가격을 떨어뜨리게 된다.
예를 들어 1달러에 70엔 하던 상품이 엔저 현상으로 1달러 당 100엔으로 오르면 일본 수출기업은 30엔의 환차익을 얻는다. 가격을 70센트로 낮추면 종전대로 70엔을 받지만 가격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제품을 팔 수 있다.
▲ 자료: 외환은행 ⓒ스카이데일리
비슷한 제품을 미국 등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한국으로서는 이 같은 엔저 현상이 반가운 일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 수출의 상위 100대 품목 중 일본 수출 상품과 겹치는 품목이 55개이다. 이들 품목 수출은 한국 총수출의 54%를 차지한다. 같은 품목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이 훨씬 저렴하게 되면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우리 수출기업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엔저 현상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품목은 철강·산업기계·자동차 등이다. 반면 반도체·가전·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석유화학 분야는 덜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전체 수출은 피해를 입는다.
엔저 불구하고 한국무역흑자 지속됐으나 아베노믹스 지속되면 불투명
무역협회는 엔화 가치가 10% 하락할 때 마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약 15억달러 정도 악화된다고 전망했다.
다행인 것은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도 지난해까지 한국의 무역은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반면 일본은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는 역대 가장 많은 117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 자료: 외환은행 ⓒ스카이데일리
엔저로 인한 수출 피해를 우려한 한국은 441억달러의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07년 사이 엔저 시기에 한국의 무역흑자가 294억달러에서 146억달러로 대폭 줄어든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산업연구원은 한일 무역수지의 변화 원인에 대해 한국 제품의 경쟁력 향상,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 약화, 중국의 반일 감정으로 인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등을 꼽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엔저 현상이 더 가중되고 있어 엔저 장기화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원·엔화 환율이 조만간 100엔 당 8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 “직접 개입할 수 없어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 필요”
엔저의 장기화 현상이 예견되는 가운데 정부가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엔저 현상의 근본 원인인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을 아베 총리가 계속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자료: 한국투자증권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정부는 직접적으로 환율에 개입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원·엔화 환율은 두 통화가 직접적으로 환율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달러를 통해 환율이 정해지는 재정환율로 정해진다. 정부가 직접 개입할 소지가 있는 원·달러 환율과는 달리 정부의 대응이 간접적이고 우회적이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달 29일 최경환 부총리는 기재부 회의 자리에서 “엔저 등 대외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엔저 현상에 적절한 대처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1일에는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엔화 약세 현상을 설비투자 확대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 차원에서 엔저 대비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기획재정부는 정부 합동으로 엔화 약세 현상을 활용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 최경환 부총리는 엔저 현상에 대응할 것을 기재부에 지시했다. 기재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엔저 대책 마련해 들어가 이번 달 중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회적인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뉴시스>
이번 정책의 골자는 일본의 아베노믹스 정책 이후 원·엔 환율이 30% 이상 떨어진 것을 활용해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일본 기업이 부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은 위험하다”며 “근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너무 크기 때문에 수입을 많이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