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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는 한국인의 DNA에 새겨진 음악이다. 한 때 유행을 타는 장르가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전통으로 면면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조용히 이어온 판소리는 가끔씩 방송이나 영화를 통해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곤 한다. 요즘에는 판소리 소녀 송소희가 방송과 광고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KBS2 방송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와 한 이동통신사 광고에 출연한 송소희는 아리따운 얼굴과 어린 소녀답지 않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1993년에는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를 원작으로 동명의 영화 ‘서편제’가 큰 인기를 모았다. 이 영화는 단일 개봉관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영화 서편제는 흥행한 판소리의 첫 케이스로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최근에는 동명의 창작 뮤지컬 ‘서편제’가 제작됐고 얼마 전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서편제가 인기를 끌면서 우리 판소리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한 때 커졌다. 관심이 커지면서 오해도 생겼다. 서편제는 전라도, 동편제는 경상도에서 발생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실 동편제와 서편제는 섬진강을 기준으로 나뉜다. 동편제는 섬진강의 동쪽 지역인 남원, 운봉, 구례, 순창, 흥덕 등의 지역을 기반으로 발달한 소리로 특별한 기교를 섞지 않고 선천적인 음량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서편제는 동편제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섬진강 서쪽인 광주, 나주, 해남, 보성 지역에서 발달했다. 판소리 창법 중 하나인 ‘박유전의 법제’를 표준으로 삼았고 동편제 보다 더 많은 가공과 기교, 수식 등을 이용해 소리를 낸다. 이외에도 중고제가 있는데 이는 동편제와 서편제의 중간적 개념의 소리로서 경기와 충청 일대를 기반으로 발달했다. 이처럼 판소리는 다양함을 지닌 우리 소리의 다양한 스펙트럼이다. 그래서 많은 전통음악 관계자들이 다양한 명맥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음과 빛깔을 유지하면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리마루’는 이런 판소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단체다. 명창들이 가르치고 전통을 사랑하는 귀 밝은 시민들이 함께 배우는 곳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소리마루’ 동호회를 찾아가 이들의 뜨거운 판소리 사랑을 느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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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마루의 회원들은 21세부터 81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어울려 한소리를 내고 있다. 회원들의 직업들도 다양했다. 대법관부터 공무원, 자영업자, 주부, 일반 직장인까지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우리 소리를 공부했다. <사진=소리마루>
소리마루는 단체의 살림을 총괄하는 김재관 사무국장(50)과 지인들이 뜻을 모아 2005년 설립한 판소리 모임이다. 발기인 김 국장은 다른 판소리 및 국악 모임을 두루 거쳐왔는데, 그곳 회원들과 가는 길이 다름을 느껴 스스로 단체를 세우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소리마루’라는 명칭은 판소리가 행해지는 장소에서 힌트를 얻었다. 예전에 판소리는 주로 마당이나 난전에서 공연됐는데, 이런 넓은 공간을 마루라고 생각하고 ‘소리마루’가 넓은 마루에 소리를 넓게 퍼트리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만들었다고 김 국장은 설명했다.
▲ 소리마루의 회원 중에는 현직 대법관인 민일영 대법관이 있다. 그는 영화 서편제에 반해 판소리를 배우게 됐다. 사진은 소리를 하고 있는 민 대법관(사진 왼쪽 서 있는 이). <사진=소리마루>
소리마루 회원들은 나이도 직업도 다양하다. 21세 젊은이부터 81세의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소리마루의 회원이다. 이들 중에는 대법관도 있고 공무원도 있다. 자영업자, 주부, 사무직 근로자, 영업사원 회원들도 소리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았다.
회원 가운데는 영화 서편제를 보고 반해 우리 소리에 빠졌다는 민일영 대법관이 있다. 민 대법관은 서편제의 주인공 오정해의 소개로 2005년 소리마루의 김학용 명창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판소리를 배웠다고 한다.
▲ 소리마루의 스승 김학용(사진) 명창은 춘향가를 정식 이수한 실력자다. 김 명창은 알기 쉽게 판소리를 가르쳐 회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그는 현재 국립창극단 창악부장을 맡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민 대법관을 가르친 김학용 명창은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 회원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치고 있다. 김 명창은 중요무형문화재 제 5호인 판소리 춘향가의 정식 이수자로 제 14회 보성소리축제 대통령상, 1986년 전국 고수경연대회 최우수상 등을 차지한 실력자다. 현재 김 명창은 국립창극단에서 창악부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은 매주 세 번 월·화·목요일 오후에 김창용 명창 등 판소리 스승과 함께 서울 종로 연습장에 모여 소리연습을 하고 있다. 기자가 연습장을 찾았을 때 판소리의 열기는 뜨거웠다. 김학용 명창이 선창하면 회원들이 뒤따라 부르기를 반복했다.
스승과 제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소리를 내질렀고 이를 지켜본 기자는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 소리마루 회원들의 연습 분위기는 뜨거웠다.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들이 모였는데도 소리에 대한 사랑 하나로 소리에 몰입하고 있었다. 올 12월에 소리마루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스카이데일리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
소리마루의 현재 회장은 창단 멤버인 배상미(49) 회장이다. 공무원인 배 회장은 일을 마치는 틈틈이 판소리를 하는데, 그러기가 벌써 10년이 됐다. 가족들의 배려로 동호회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배 회장은 가족들과 국악공연에 많이 다녀 자녀들이 국악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배 회장은 “가을 저녁 판소리, 가야금, 대금 소리를 들었을 때 그 벅찬 감동은 말로 표현 못 한다”며 “북소리의 ‘쿵쿵’ 소리가 심장 소리와 같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며 국악의 매력을 강조했다.
소리마루를 창립하고 현재 단체의 살림을 맡고 있는 김재관 사무국장은 30년째 판소리의 세계에 빠져있다. 어린 시절 그는 장구재비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우리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판소리 경력이 30년이 넘었고 상당한 내공을 갖춘 실력자다. 김 국장은 한 국악 경연대회의 판소리 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기자가 김 국장을 만났을 때는 그는 진주 국악경연대회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한창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개인 사업을 하는 장영국(58)씨는 인터넷을 통해 3년 전 소리마루를 처음 찾았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동네에서 어른들이 소리하는 것을 듣고 성장을 했는데, 성인이 되면서 그 기억을 잊고 살았다. TV를 통해 국악을 접하다 보니 그 기억이 되살아났고 소리마루를 찾으며 처음 국악을 시작했다.
▲ 김재관 사무국장은 소리마루의 창립 멤버로 현재는 모임의 살림을 맡고 있다. 김 국장은 어린 시절 장구재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국악의 길로 들어섰다. ⓒ스카이데일리
장 씨는 “소리마루 스승들은 알기 쉽게 가르쳐 개인적 만족도가 크다”며 “회원들 간에 가족 같은 분위기여서 배움의 만족도가 배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소리마루 공연에서 흥부의 큰아들 역을 맡았다.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장씨와 회원들은 12월에 있을 창극 ‘흥부가’ 연습에 몰두했다.
김재관 사무국장은 “창극은 판소리를 서양의 오페라 형태로 바꾼 새로운 형태의 극음악이다”며 “창극에는 여러 가지 안무와 무대 장치, 배역에 맞는 복장이 사용된다”며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직업과 나이대의 사람들이 판소리와 창극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며 “우리 소리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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