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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두 발로 설 줄만 아면 자신의 몸으로 춤을 출 수 있다. 세 살 박이 어린아이는 ‘뽀로로’ 음악이 나오면 즉석에서 일어나 앙증맞게 몸을 흔들어 댄다. 나이 지긋한 노신사와 은발이 아름다운 노령의 여인은 블루스를 멋들어지게 추며 주위의 박수를 이끌어 낸다. 스무 살 남자가 추는 힙합에는 절묘함과 박력이 느껴지고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몸매의 발레리나가 추는 발레는 우아함 그 자체다. 그래서 누군가는 ‘춤은 몸으로 표현한 영혼의 언어’라고 말했다. 춤이 영혼의 몸짓이라고는 하지만 일상에서 춤을 추는 시간과 장소는 야심한 ‘댄스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밤의 클럽이 아니더라도 춤은 얼마든지 출 수 있다. 댄스 동호회를 찾아가면 꼭 알코올이 없어도 흥에 취해 마음껏 리듬에 몸을 맡길 수 있다. 여러 춤 동호회 중에는 흥겨운 스윙댄스를 강습하는 동호회가 여럿 있다. 이중에는 스윙댄스의 한 갈래인 린디합과 블루스·탱고를 결합한 ‘드래그 블루스’를 강습하는 독특한 동호회가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투자의 Drag Time’이다. 린디합은 스윙리듬에 맞춰 추는 경쾌한 분위기인데, 이를 블루스와 탱고에 접목한 형태가 ‘드래그 블루스’이다. 정적인 블루스와 동적인 린디합이 합쳐진 춤은 언뜻 상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드래그 블루스를 보면 정과 동의 결합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반전이 있어 보는 내내 가슴을 졸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투자의 Drag Time’을 찾는 회원들은 스윙댄스를 배우다 린디합의 수준을 좀 더 심화시키기 위해 찾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동호회 회원들 중 상당수가 경쾌한 스윙댄스도 좋아하고 있다. 하지만 조용한 분위기와 상대방과의 교감을 통해 춤을 춰나가는 멋진 모습, 감성적인 분위기 등에 이끌려 ‘드래그 블루스’를 접하게 됐다고 말한다. 스카이데일리가 춤 동호회 ‘투자의 Drag Time’을 만나 ‘드래그 블루스’의 매력과 그 매력에 푹 빠진 회원들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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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의 Drag Time’ 회원들은 드래그 블루스의 매력이 신호와 반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커플은 남성은 리더로 여성은 팔뤄로 나뉜다. 리더가 신호를 보내면 팔뤄가 그에 맞게 움직이며 춤을 춘다. 굳이 말이 필요 없기에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끼리도 이 춤을 출 수 있다. 사진은 ‘Drag Time’ 강습 장면. ⓒ스카이데일리
‘블루스’ 하면 다가가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있다. 통상 블루스의 이미지에 대해 상대방과 밀착한 상태에서 춤을 추기 때문에 부담을 갖거나, 분위기가 무겁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블루스는 19세기 말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아프리카 음악 전통을 유럽의 음악과 접목해 탄생시킨 음악 장르다. 처음에는 목화밭에서 일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것으로 시작해 서로 주고받으며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발전했다. 19세기 말에는 혼자서 기타나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방식을 갖췄다. 블루스는 기본적으로 12마디, 4/4박자의 패턴으로 돼 있고 이에 맞춰 춤을 췄다. 블루스의 독특한 음계는 재즈에도 영향을 줬다.
블루스의 편견을 깨준 것이 바로 ‘드래그 블루스’다. 드래그란 체중이 실려 있지 않은 발을 천천히 끌어 당기는 동작을 말한다. 드래그 블루스를 추는 사람들에 의하면 이 춤의 기술은 담백하고 세련된 모습을 연출하는 멋스러움이 있다. 기술이 요구되는 어려움이 있지만 스윙댄스의 린디합의 표현력을 심화시키고 서로에게 집중하며 춤을 추는 순간에 반전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드래그 블루스’는 남녀가 함께 마주보며 배려와 예절 속에서 서로에게 집중을 하고 음악에 몸을 맡기며 교감을 한다. 여기서 남성은 리더(Leader)라고 부르고, 여성은 팔뤄(Follow)라고 부른다.
드래그 블루스는 처음에는 ‘슬로우 린디’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린다합과 블루스 및 탱고가 접목됐다. 이 춤은 다운 바운스를 이용한 리프트와 탱고, 린디합의 드래그 같은 움직임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는 스윙재즈, 재즈블루스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에 출 수 있으며 블루스뿐만 아니라 린디합의 영향을 확장시켰다.
드래그 블루스는 린디합, 탱고를 접목을 시키기 때문에 처음 접할 때 정통블루스 보다 상대적으로 기술적인 어려움을 느낄 수 있지만 다양한 음악에 맞춰 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춤출 때 어려운 점은 스텝보다는 리더와 팔뤄 간의 신호교환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가 신호를 줄 때 팔뤄가 이를 알아채고 동작에 따라 움직여야하는데, 이 대화 표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어렵다고 한다.
▲ 지난 9월, 2주년을 맞이한 ‘투자의 Drag Time’은 오는 11월 신논현의 ‘더스윙빠’에서 2주년 파티를 개최한다. 최근에는 동대문구의 장안 사거리 일대에서 ‘세계거리춤축제’에 참가했다. <사진=투자의 Drag Time>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투자의 Drag Time’ 동호회는 2012년 8월 온라인 카페를 만들었고, 그 다음달인 9월 초 ‘드래그 블루스’의 첫 수업을 시작했다. 지난 9월 2주년을 맞이한 동호히는 오는 11월 신논현 더스윙빠에서 2주년 파티를 개최한다. 최근 동호회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 사거리에서 세계거리춤축제에 참가했다.
강습 받는 회원들은 보통 20쌍으로 주로 20~30대가 많은 편이다. 회원들 중에는 기존의 다른 동호회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더 배우고자 스스로 동호회를 찾아 온 경우가 많았다.
동호회 초기에 강습은 기초와 심화인 두 단계로 운영됐다. 드래그 블루스는 난이도 있는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처음 접한 회원들이 어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기존의 두 단계의 커리큘럼에서 3단계로 변경했다.
정통 블루스와 드래그 블루스와의 차이를 알려주면서 블루스에 흥미를 알려주는 ‘비기너’, ‘드래그 블루스의 기초’, ‘어드밴스’ 등 세 단계다. 지난 9월 비기너 강습이 끝났고, 이 달에는 드래그 블루스 기초 강습이 한창이다. 강습은 한 달에 세 번 정도 일주일 간격으로 요일을 정해 진행한다. 또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각자 음식을 싸오는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를 열어 춤도 추고 음식도 먹으며 친목을 다진다.
‘드래그 블루스’의 매력… 리더와 팔뤄의 눈짓·몸짓 대화
▲ 리더 강사 ‘투자’(사진 오른쪽)와 팔뤄 강사 ‘미레미’(왼쪽)는 ‘드래그 블루스’가 춤 특성상 결합이 쉬운 린디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다. ‘드래그 블루스’를 강습하면서 회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매너’와 ‘배려’라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Drag Time’의 운영자는 닉네임 ‘투자’를 쓰는 리더 강사다. 그와 함께 대표 강사인 ‘미레미’는 팔뤄 강사이다.
‘투자’라는 닉네임은 그가 대학 시절 경제학을 전공한 데서 연유했다. 그는 전공 서적에 ‘투자’라는 단어가 자주 나와서 닉네임을 ‘투자’로 짓게 됐다고 했다. 그는 동호회원수 약 1만명에 달하는 ‘스윙패밀리’의 대표를 역임했고 스윙프렌즈, 핫앤쿨 스윙, 애플스윙, 박쥐스윙 등 여러 동호회에서 린디합 중급 강습을 했다. 팔뤄 강사 ‘미레미’는 자신의 이름의 발음과 비슷해서 닉네임을 지었다고 했다.
두 강사는 여러 대회를 출전했고, 특히 Mnet의 댄스 경연 프로그램인 ‘댄싱9’의 예선에 참가했던 경험이 있다. 두 사람에 의하면 ‘댄싱9’ 예선에서는 춤을 출 수 있는 노래가 한정돼 있는데, 그 중 느린 노래를 골라 ‘드래그 블루스’를 췄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대중에게 드래그 블루스를 알리게 됐다.
두 강사가 말하는 ‘드래그 블루스’는 춤 특성상 다른 장르와 결합이 쉬운 린디합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드래그 블루스’는 물 흐르듯이 춤을 추고 탱고는 기다렸다가 발산하는 교감을 중시하며, 멜로디와 박자 측면에서 탱고와 잘 맞는다.
▲ ‘투자’와 ‘미레미’는 ‘드래그 블루스’의 매력이 커플 댄스의 신호를 통한 대화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두 강사의 드래그 블루스 시현 모습. ⓒ스카이데일리
리더 강사 ‘투자’는 “드래그 블루스는 기술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윙댄스의 린디합을 잘 춘다면 접근하기 쉽다”고 말했다. 팔뤄 강사 ‘미레미’는 “처음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스윙댄스와 같은 커플댄스를 접한다면 쉽게 다가올 수 있다”며 “드래그 블루스는 린디합의 확장이자 심화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두 강사는 ‘드래그 블루스’를 접하면서 느낀 매력에 대해 커플 댄스의 신호를 통한 대화라고 입을 모았다. ‘미레미’는 “맞추지도 않았는데 즉흥적으로 출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고, 이는 커플댄스의 신호를 알고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사들이 강습하는 것은 이러한 신호를 가르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미레미’는 “다른 나라에 가서 서로 한 마디도 할 수 없어도 춤은 공통어로 대화할 수 있다”며 지난 스웨덴에서 열린 허랭(스웨덴의 마을 이름) 스윙캠프 기억을 떠올렸다.
두 강사는 ‘드래그 블루스’를 강습하면서 회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매너’와 ‘배려’라고 전했다. 이는 춤을 출 때 서로 밀착해 있어 서로를 배려하고 매너 있게 행동해야 춤에 집중하고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평온함속 반전, 드래그 블루스의 매력에 푹 빠지다
▲ 닉네임 ‘모카’는 경쾌한 린디합과는 달리 ‘드래그 블루스’는 어떠한 음악도 감수성을 불러 일으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가 ‘투자의 Drag Time’를 찾았을 때는 ‘드래그 블루스’ 강습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닉네임 ‘모카’는 스윙댄스 동호회인 ‘애플스윙’과 ‘박쥐스윙’에서 6여년간 활동했고 ‘드래그 블루스’를 배운지는 2년 됐다.그는 경쾌한 린디합과는 달리 ‘드래그 블루스’는 어떠한 음악도 감성을 일으키게 한다고 했다.
그는 ‘드래그 블루스’를 처음 접할 때에는 드래그 특성상 신체 접촉으로 어색하고 적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교감하며 춤으로서 존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잘 춘다 못 춘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리더는 파트너인 팔뤄에게 ‘난 어떻게 동작을 할 것이다’는 신호로 제안과 권유를 하고 서로 교감하며 동작 방식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호회를 통해 일상에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춤을 배우기 전에는 일과 취미생활이 분리됐다”며 “하지만 춤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고 생활의 일부처럼 어디서든 음악과 파트너만 있으면 자유롭게 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박쥐스윙에서 스윙댄스를 활동한지 2년된 닉네임 ‘딸기캔디’는 ‘드래그 블루스’를 접한지 6개월 정도 됐으며 두달 정도 쉬다가 최근에 나왔다. 그는 박쥐스윙에서 느린 곡이 나와 이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멋지다고 느꼈다고 했다. ‘드래그 블루스’를 출 때는 물 흐르듯이 춤의 흐름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또 스윙댄스의 린디합을 배울 때와는 다른 긴장감과 어색함이 있으나 파트너와 편해지면 호흡을 맞추게 된다고 전했다.
▲ 닉네임 ‘딸기캔디’(사진 오른쪽)는 드래그 블루스에 대해 “느린 곡, 빠른 곡 상관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다이내믹한 포지션이 있어 팔뤄 입장에서 흥미롭다”고 말했다. 닉네임 ‘피치봉’(왼쪽)은 “린디합을 심화시키고자 접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를 드래그 블루스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딸기캔디’는 “강습받는 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강습받는 날은 몸을 움직이며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드래그 블루스’의 매력에 대해 “느린 곡, 빠른 곡 상관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다이내믹한 포지션이 있어 팔뤄 입장에서 흥미롭다”고 전했다.
또 그는 “초기에는 블루스라고 하면 남녀가 밀착해서 추는 것이라서 어렵게 느껴졌다”며 “하지만 몸을 음악에 맡기며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추니 흥미롭고, 린디합이 섞여 있어 밝은 느낌도 있다”고 설명했다.
스윙댄스에서 린디합을 배운지 3년 반이 넘은 닉네임 ‘피치봉’은 ‘드래그 블루스’를 접한지 두 달 됐다. 그는 스윙댄스 동호회에서 느린 음악이 나올 때 급하게 춘다는 지적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린디합을 더 잘 추고 싶은 마음과 함께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매력을 느껴 ‘드래그 블루스’를 접하게 됐다고 했다.
또 “드래그 블루스를 배우고 나서 실제로 블루스에서 이뤄진 교감이 린디합에 도움이 많이 됐고, 린디합의 표현력이 많이 늘었다”며 “린디합을 심화시키고자 접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를 드래그 블루스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린디합은 에너지 소모가 커서 힘든 점도 있는데 블루스는 덜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 드래그 블루스를 배우면서 어려웠던 점은 “리더의 신호가 이해가 됐는데 몸이 잘 안 따라 줄 때, 그리고 불편한 리더를 만났을 때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드래그 블루스를 가르치는 강사들이 강습을 딱딱하지 않고 편한 분위기에서 인간적인 모습으로 잘 가르쳐서 마음을 열게 됐다”며 “강사들을 통해 블루스 파티도 접하고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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