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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돌아왔다. 5년 만에 돌아온 그는 9번째 앨범을 팬들에게 선물했다. 그는 여전히 방부제 피부를 자랑하며 피터팬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그의 나이는 이미 마흔을 넘었다. 지난해 결혼한 그는 한 여인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를 듣고 컴백 콘서트 ‘크리스말로윈’을 다녀온 팬들은 서태지가 그들에게 여전히 문화대통령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음악계에서는 서태지의 컴백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가 예전만 못하는 평도 나오기도 했다. 한 음악평론가는 “과거 서태지가 보여준 천재적인 면이 사라졌고 가장이 되면서 촉이 무뎌진 것 같다”고 평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래도 서태지는 자신의 팬들을 끌어 모으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서태지가 한국 가요계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랩이 생소했던 한국 땅에 ‘난 알아요’라는 곡을 선보이며 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곡은 간주에 메탈적인 요소가 들어가 또 다른 사운드를 뿜어냈다. 1996년 은퇴하고 2000년 컴백한 서태지는 음반 발표·활동→휴식·음반 준비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총 아홉 개의 앨범을 발표했고 앨범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사운드를 보여주며 화제가 됐다. 그의 음악과 함께 패션도 눈길을 끌었다. 1집에서는 스쿨룩, 2집에서는 힙합패션을 선보였고 2000년 복귀 당시 보여준 ‘삼지창이 새겨진 흑백 무늬의 옷’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음악과 패션에서 그는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가 격을 깨고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은 음악이 아니라 사생활이었다. 2011년 동시에 전해진 그의 결혼소식과 이혼소식은 팬들을 패닉상태에 빠뜨렸다. 배우 이지아와의 결혼생활을 마친 서태지는 2013년 16세 연하의 배우 이은성과 결혼했다. 얼마 전 두 사람 사이에 딸이 태어나면서 피터팬 서태지는 아버지가 됐다. 스카이데일리가 9집으로 돌아온 가수 서태지의 컴백과 함께 가요계에 끼친 그의 영향력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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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서태지가 5년만에 9집 앨범을 들고 귀환했다. 문화대통령으로 불리는 그는 한 인터뷰에서 “그런 칭호를 누가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팬들과 평단은 여전히 그를 문화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4년, 서태지의 컴백이 예사롭지 않다. 과거 ‘단군 이래 최대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다는 평가를 받은 서태지 본인은 ‘문화대통령’이라는 칭호가 부담스러울지 모르지만 그는 건재함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그의 행적을 돌이켜보고 마흔 줄의 나이를 들추어 봐도 음원 차트에서 여전히 선전하는 것을 보면 서태지는 대한민국 가요계에 혁명을 일으킨 그 중심에서 소용돌이치며 서 있다. 1992년 당시 우리 대중음악계를 발칵 뒤집어 놓으며 등장한 그는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제2의 가요혁명을 이어가고 있다.
9집 앨범내고 5년만의 컴백에 “역시 서태지” 원조 팬들 환영
지난 20일 5년 만에 컴백한 서태지(42)가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를 발매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과 ‘소격동’ 등 총 아홉 곡이 담겨있다.
음원은 공개와 동시에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와 음원 차트 상위권에 랭크하는 기염을 토했다. 발매 전부터 사전 예약 판매를 실시한 이번 앨범은 발매 직전까지 5만장이 예약되기도 했다.
▲ 가수 서태지의 컴백에 팬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5년만에 그를 맞은 팬들은 서태지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에 환호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잠실운동장에서 열린 ‘크리스말로윈’ 공연 모습 <사진=뉴시스>
음반 발매에 앞선 지난 18일에는 서태지의 컴백 콘서트 ‘크리스말로윈’이 서울 잠실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 열렸다. 이 자리에는 청소년·중장년 층 등 2만5000여명의 서태지 팬들이 모여들어 서태지의 귀환을 환영했다.
‘동화’(童話)를 콘셉트로 한 이번 콘서트는 할로윈 축제와 ‘잔혹동화’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는 평을 받았다. 콘서트에 참석한 팬들 사이에서는 “누가 서태지가 한물갔다고 하는가”, “역시 서태지”, “나이를 초월한 피터팬” 등 후한 평이 쏟아졌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크리스말로윈’은 크리스마스와 할로윈의 합성어로 현 시대의 선과 악을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곡이다. ‘소격동’은 1980년대에 그리움을 담은 아기자기한 곡으로 서태지 버전과 가수 아이유 버전이 따로 있다.
▲ 자료: 서태지컴퍼니 ⓒ스카이데일리
신비주의로 잘 알려진 서태지이지만 컴백 전후에는 방송가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자신의 컴백을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서태지는 KBS2의 ‘해피투게더3’에 출연해 동갑내기 방송인 유재석과 만나 자신의 일상을 공개했다.
지난 20일에는 뉴스 인터뷰에도 출연했다. 손석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JTBC 뉴스프로그램 ‘뉴스룸’에 인터뷰이로 출연한 서태지는 손석희 아나운서와 함께 컴백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또 서태지는 JTBC의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패널로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태지의 컴백에 대해 음악계는 “그의 컴백을 두고 ‘한물갔다’ ‘여전히 문화대통령이다’ 등의 호불호가 대비를 이룬다”며 “전성기만큼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서태지는 여전히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자 흥행의 한 축이다”고 전했다.
음악계에서 ‘새로움’의 아이콘…‘음악계의 문익점’ 역할 지속 기대
서태지는 한국 가요계에 부인할 수 없는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첫 번째 영향은 ‘장르의 새로움’에 있다.
1992년 서태지가 주도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은 발라드, 트로트, 댄스로 한정돼 있던 우리 가요계에 랩과 메탈이라는 선물을 선사했다. 한국 음악계에서 랩이라는 보컬적인 요소와 메탈이라는 음악 장르는 소수층에 한정 돼 향유되고 있었다.
보컬의 랩과 메탈의 사운드를 결합한 ‘난 알아요’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형식으로 대중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서태지를 대중음악계의 혁명이라고 평가를 받게 했다.
▲ 자료: 서태지컴퍼니 ⓒ스카이데일리
이후 서태지는 음악계에서 ‘새로움’의 아이콘이 됐다. 1992년 1집을 시작으로 2014년 9집까지 그는 언제나 새로운 음악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평론가와 팬들은 서태지가 새로운 장르를 국내에 많이 소개한 점을 들어 목화씨를 들여온 고려의 학자 문익점에 빗대 그를 ‘음악계의 문익점’이라고까지 했다.
서태지 역시 해외의 새로운 음악을 국내에서 소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열린 9집 발매 기념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나에게는 (팬들이 말한) 문익점의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태지의 두 번째 영향은 가수들의 활동 변화다. 그는 ‘앨범 준비 → 앨범 발표 및 활동 →재충전 및 앨범준비’라는 활동 서클을 창조했다. 지금은 이런 서클이 일반화돼 있지만 서태지 이전만 해도 가수들에게 팬들 앞에서 사라지는 재충천의 시간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이런 활동을 가능하도록 했던 것은 그의 인기와 함께 매니지먼트에 대한 그의 생각에서 나왔다. 그는 가수와 기획사의 관계를 재정립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1992년 그가 데뷔했을 때 당시 그의 소속 기획사는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 위해 살인적인 스케줄을 서태지와 아이들에게 요구했다.
서태지는 이런 스케줄로 인해 정신적·신체적으로 힘들었고 음악을 만들 시간조차 제대로 허락되지 않았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서태지는 데뷔 3개월만에 기존 기획사와 헤어지고 자신이 직접 스케줄을 관리하기 시작하며 ‘요요기획’을 세웠다. 이후 2001년 ‘서태지컴퍼니’로 이름을 바꿨고 현재는 서태지 한 사람만 소속된 서태지 전속의 기획사가 됐다.
▲ 자료: 서태지컴퍼니 ⓒ스카이데일리
서태지는 국내에 초상권·저작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했고, 서태지의 팬들은 음반 사전심의제를 폐지하기도 했다.
초상권·저작권 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던 1990년대 초 서태지는 자신의 사진과 영상을 이용한 불법 상품과 자신의 동의 없이 계약된 뮤직 비디오에 대해 초상권·저작권이라는 개념을 대입해 철저히 대응했다.
1995년 당시 한국공연윤리위원회는 서태지의 ‘Come Back Home’, ‘필승’ 등이 가사가 심의 때 제출한 가사와 다르다는 이유로 제작사인 반도음반이 불법음반을 제작, 배포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통칭 ‘서태지 매니아’로 불리는 서태지 팬들이 주축이 된 사전심의제도 폐지 운동이 벌어졌고 결국 음반 사전심의제도는 1996년 폐지되고 말았다. 서태지의 이 같은 영향에 언론은 그를 ‘문화대통령’이라는 칭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방송 노출주의 의존 밖에 있는 ‘콘텐츠 퀄러티’ 팬층 두터운 가수
서태지의 이번 앨범을 두고 호불호는 엇갈렸다.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를 두고 음악에는 여전히 서태지의 특색이 살아있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가정이 생기면서 총기가 사라졌다는 평도 나왔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그의 지난 명성에 비하면 음악 자체의 파괴감이나 천재적인 면모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며 “아버지가 싫어하는 반항적인 음악을 하던 서태지가 감성 코드로 변하면서 날카로웠던 촉이 다소 무뎌진 것 같다”고 평했다.
▲ 가수 서태지는 1992년 데뷔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기록과 유행을 남겼다. 그는 음악적 성취와 명예와 함께 부도 가졌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태지는 서울시 종로구와 강남구에 빌딩 한 채씩 모두 두 채를 본인 명의로 소유했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의 서태지 빌딩 ⓒ스카이데일리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은 서태지 본인도 수긍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이나 콘서트 장에서 “나는 한물간 가수”, “이번 앨범은 아이유의 덕을 봤다”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다. 오히려 이런 서태지의 솔직한 점은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태지는 현재 아이돌의 원조 격으로 그의 문제의식과 저항의식이 가요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하지만 2010년대 가요계는 여전히 과도한 노출주의와 마케팅으로 실력보다 자본과 마케팅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그런 점에서 서태지는 독보적인 존재다. 기획사의 논리에서 떨어져 자신의 영역과 팬 층을 구축했다. 이른바 ‘콘텐츠 퀄러티’에 승부를 걸어 두터운 팬 층을 여전히 확보한 것은 이례적이다”며 “서태지가 일으킨 1992년의 혁명은 2014년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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