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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은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의 개발제한구역에 위치한 무허가 판자촌이다. 1983년 88올림픽 준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개포동개발계획에 따라 개포동에서 밀려난 주민들이 구룡산 북사면에 거주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곳 마을은 전체가 합판과 비닐, 스티로폼 등 불에 취약한 가연성 물질로 구성돼 있어 늘 화재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곳이다. 지난 9일 화재가 발생해 70대 남성 1명이 사망하고 16개동 63세대 주민 136명이 이재민이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간 구룡마을은 서울시와 강남구의 공영개발 정책 추진과 관련한 옥신각신 다툼에 사실상 희생양이 돼 왔다. 서울시는 수용 및 환지방식을 혼용하는 입장을 취해온 반면 강남구는 100% 수용방식으로 맞서 왔다. 이 같은 지자체 간의 대립 속에 구룡마을은 화재에 방치됐다. 이번 화재에 주민들이 분개하는 이유다. 이에 화마가 휩쓸고 간 현장에서는 주민들과 강남구 간의 갈등이 여전했다. 주민들은 화재예방 활동은 물론 화재 진압 과정 및 사후 대처 등 강남구의 모든 행정에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지난 5년간 12건의 크고 작은 화재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한 강남구청의 대비가 미흡하기 그지없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실제 스카이데일리가 취재한 결과 강남구청과 강남소방서가 각각 5개소씩 설치한 소화기 보관함(구룡마을 미니소방서)에서 유통기한을 넘겼거나 사용이 불가능한 소화기가 발견되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게 발견됐다. 스카이데일리가 강남 부촌의 상징인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함께 강남의 ‘빛과 그림자’로 불리는 구룡마을의 화재 위험 실태를 현장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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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화재가 발생해 거주자 1명이 사망한 구룡마을의 화재를 두고 주민들과 구청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이미 이 지역의 개발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마을 자치회와 강남구청은 사후 관리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해명하는 식의 새로운 다툼이 양산되는 분위기다. 주민들은 진화과정을 문제삼아 강남구청과 강남소방서 측이 “일부러 불을 키웠다는” 주장을 제기한 가운데 강남소방서 측은 “불을 키우려는 소방관은 없다”며 반발했다. 사진은 구룡마을 전경(위)과 화재에 취약한 좁은 골목이 즐비한 구룡마을 내부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지난 9일 강남 최대의 달동네인 구룡마을에서 또 다시 화재사건이 일어났다. 화재 직후 소방서, 구청직원, 경찰 등 총 409명의 인원과 소방헬기 5대 등 총 67대의 장비가 현장에 투입돼 1시간 40여분만에 진화에 성공했지만, 구룡마을 5만8080㎡ 중 900㎡가 전소되면서 391개동 1807세대 중 16개동 63세대가 삶의 터전을 잃었다.
구룡마을은 이번 화재사건을 포함해 지난 5년간 12번의 불길이 치솟는 등 빈번한 화재로 악명이 높다. 일단 작은 화재라도 발생하면 무허가 판자촌 사이로 형성된 미로처럼 복잡하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불이 옮겨 붙기 때문에 큰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한 곳이다.
주민들, “진화의지 없어 보여” 의혹 제기…강남소방서, “악조건 속 최선 다했다”
피해를 입은 화재 피해주민과 초기 진화에 참여했던 주민들은 강남소방서측이 초동 대응에 실패하는 등 일사불란한 진화작업에 나서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당시 화재발생 10분 만에 도착한 첫 소방차가 물을 싣고 오지 않아 소화전과 호스를 연결하고 취수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을 지체했고, 또 이 빈 소방차가 입구를 막아 연이어 들어오던 소방차량들의 진입을 방해했다”며 “신속한 방수가 가능했으면 피해를 줄였을 것이다”고 말해 소방당국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주민들은 강남구청이 구룡마을 화재를 오히려 반기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강남소방서 역시 신속한 진화 대신 피해를 넓히려 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구룡마을이 화재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는 다수의 주민들이 연탄난로 혹은 연탄보일러에 난방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룡마을에서 만난 한 노인은 “보일러 시설이 없어 연탄난로를 사용하고 있는데 옮길 때 마다 행여 떨어뜨릴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몇몇 소방관들이 불길은 잡지 않고 ‘더 타야 된다’ 식의 대화를 나누는 것을 엿들었다는 주민이 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강남소방서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조규관 홍보교육팀장은 “소방관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더 큰 불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죽기 살기로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신고접수 3분 만에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으며 가장 먼저 도착한 소방차도 정상적으로 물을 싣고 가 방수를 했다”면서 “다만 그 마을이 무허가 지역이어서 소화전이 없는 까닭에 양재대로의 소화전으로부터 호스를 연결하고 소방차와 소방차간 물을 전수하는 방법으로 현장에 부족한 물을 공급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조 팀장은 또 “당시 현장에 초속 5m의 강풍이 불어 불길이 거셌다”며 “50여개의 부탄가스가 연이어 터지고 LPG 가스통의 호스가 녹으면서 불길이 중구난방으로 치솟았으며 터진 기름보일러의 기름들이 화재 면적을 확산시켜 연소 저지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지역의 지붕들이 서로 연결돼 있는 등 화재가 번지기 쉬운 지역이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아쉽고 소중한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이 심정도 충분히 공감하지만 불을 보고도 이를 방관하는 소방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팀장은 “소화전이 없어 진화에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강남구청과 수도사업소 등 유관기관에 소화전설치를 수차례 요구한 바 있으나 아직 실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지원창구 개포중학교로 일원화”…주민들, “300m 거리 주민자치회 지원 없어”
주민들은 강남구청에 대한 원성도 토로했다. 주민자치회가 마련한 ‘화재민 대피소’에 대한 지원이 아주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 강남소방서에 다르면 이곳 구룡마을의 화재진압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LPG 가스통’을 들었다. 실제 지난 9일 화재에서도 불길에 고무가스관이 녹으면서 불길이 중구난방으로 치솟아 진압이 더뎠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데일리
현재 주민자치회관에 위치한 ‘화재민 대피소’에는 피해주민 10가구 3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피해 주민 중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주민들도 섞여있지만 이들에 대한 공식 지원은 화재발생 이튿날 대한적십자사가 제공한 구호물품이 전부인 실정이다.
한 주민은 “대피하는 도중 허리를 다친 90대 할머니가 파스를 달라고 하자 (강남구청 측이) 보건소 의료인원이 배치된 개포중학교로 직접 와서 받으라고 했다”며 “구청과 주민들이 갈등을 빚은 것은 사실이지만 화재로 집을 잃은 사람들까지 이렇게 푸대접을 할 줄은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강남구의 무관심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주민은 “이곳 자치회에 도움의 손길을 뻗은 곳들은 대개 비강남구 소재의 회사나 단체들이다”면서 “강남구 측이 자신들의 개발계획에 반대한 주민들을 향해 치졸한 보복을 가하는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고 목청을 높혔다.
자치회의 한 주민은 “며칠 전 강남구 소재 모 기업대표가 도움을 주기위해 강남구청에 연락했으나 자회치를 다이렉트로 지원해서는 (기부 등과 관련된)세제혜택을 받기가 불가능하며 반드시 구청을 거쳐야한다고 말했다고 들었다”며 결국 “이 대표는 세제혜택을 포기하면서까지 개인적으로 자치회를 방문해 물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은 강남구청 공무원들이 지난 18일 서류뭉치를 들고 자치회에 방문해 “화재민 지원을 위해서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며 네 가지 서류를 놓고 갔다”고 증언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입수한 이 서류들에는 각각 ‘현장확인서’, ‘소득재산신고서’, ‘금융정보제공동의서’, ‘긴급지원대상자 소득신고서’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이에 주민들은 “당장 돌아갈 집조차 없는 주민들의 소득과 재산을 구청 측이 왜 파악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 현재 구룡마을 내 소화전은 전무하다. 지난 화재당시에도 소방관들은 양재대로변 소화전에서 물을 끌어다 진화했다. 강남소방서에 측은 좁은길을 따라 주차된 소방차들이 물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화재현장에 방수를 하느라 중간중간 물이 끊긴적도 있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강남소방서는 “마을 내 소화전 설치를 강남구청과 수도사업소에 수차례 요구한 바 있으나 아직 실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카이데일리
강남구청 측은 주민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주민들의 오해일 뿐이며 강남구는 구 차원에서 규정에 맞춰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강남구 복지문화국 사회복지과 양권열 주임은 “구호와 관련한 문의가 오면 구청을 통한 지원과 복지관을 통한 지원 둘 다 소개하고 있다”면서 “이 두 방법은 각각 소득공제혜택이 달라 정확하게 전달해 드리고 기부의사를 표명하신 분들은 자신의 기호에 맞는 기부를 선택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청을 통한 지원의 공제혜택은 100%이고 복지관을 통한 지원은 30% 수준이다”면서 “구청 측을 통한 지원은 현재 구청 측이 마련한 공식지원 창구인 개포중학교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다른 경로를 통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지관의 경우 지원대상의 범위가 자유로우나 구청의 경우 관계 법령에 의해서 지원 대상자가 한정적이다”며 “도움 의사를 표명한 분께 정확한 사실전달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구청이 일부러 도움의 손길을 방해한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양 주임은 인근 자치회관에 생활하고 있는 화재피해주민들의 지원과 관련해서는 “혜택의 차별을 두는 게 아니라 (자치회관에 머무는)주민들이 개포중학교로 오지 않는 것이다”며 “와서 가져가라는데 오지 않는 것을 어쩌겠느냐”고 반문했다.
구청 측이 피해주민에게 요구한 서류에 대해서는 “규정상 긴급구호복지 지원금은 최저생계비의 200% 이하 소득의 주민에게만 줄 수 있다”며 “주민들의 ‘뒷조사’ 목적이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곳곳이 화재 무방비 ‘총체적 관리 부실’…20년 넘은 소화기 비치한 강남구청·소방서
일부 주민들은 “강남소방서에서 예전에는 소화기 작동법과 같은 기본적인 소방교육을 실시했지만 이마저도 최근 3~4년 전부터 중단된 상황이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 구룡마을 내 화재대비책의 하나로 설치된 ‘구룡마을 미니소방서’는 강남소방서와 강남구청이 각각 5개소씩 설치한 소화기보관함이다. 강남소방서는 순찰을 강화하면서 이 같은 방재대비를 철저히 하고있다 밝혔지만 기자가 확인한 결과 대다수의 소화기들이 연식이 오래돼 낡아있었으며 당장 사용할 수 없는 소화기도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소방방재청이 정한 8년의 유통기한을 훨씬 넘긴 1989년 제작된 소화기(위)와 사용불가능한 소화기의 계기판 모습 ⓒ스카이데일리
이들은 또 “몇 해 전 부터 소방서에서 화재경보기를 설치하라고 요구해 이를 따랐으나 잦은 오작동으로 소음이 심해 떼버리는 주민들이 많은 형편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남소방서 예방팀 박동준 소방교는 “강남소방서는 구룡마을을 ‘화재경계지구’로 선정해 소방안전대책을 수립해 연1회 민관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순찰을 많이 돌고 있다”며 주민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박 소방교는 “한국전기안전공사와 함께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지난 14일부터 동절기 기간 동안 신속한 화재진압을 위해 소방차 1대를 구룡마을에 상시 대기시킨 상태다”며 “월3~4회 오토바이를 이용한 ‘이륜순찰’을 하는 등 보다 세밀한 순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순찰과정에서 기존에 설치된 비상용 방화수 물탱크 6개소와 소화기보관함인 ‘구룡마을 미니소방서’ 10개소(강남소방서·강남구청 각각 5개소씩 설치, 강남소방소 운영·관리 중) 역시 수시로 점검해 화재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스카이데일리에서 확인한 결과 구룡마을 미니소방서 소화기들은 다수가 연식이 오래되고 사용이 불가능한 소화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방재청이 정한 8년의 유통기한을 넘긴 2005년 제조된 소화기들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1989년도에 제작된 것도 있었다. 아예 ‘제조연월’이 명시되지 않은 낡은 소화기도 발견됐다.
구룡마을의 소화기보관함 ‘미니소방서’ 10개소 중 무작위로 4개소의 소화기를 점검한 결과 1개소를 제외한 나머지 3개소의 소화기들이 이 같이 노후 됐거나 계기판의 바늘이 ‘사용가능’을 가리키지 않은 불량소화기로 판별됐다.
정상소화기들이 비치된 한 곳은 마을 초입의 보관함으로, 강남소방서측이 비상시를 대비해 동절기동안 배치해 둔 소방차가 주차된 곳 바로 옆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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