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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없고 위헌적인 12·3 비상계엄이 발동된 지 만 1년이다. 이로 인해 촉발된 헌정사 초유의 ‘환란 시대’가 6개월 만인 6·3 조기 대선으로 끝맺고, 이재명 대통령을 선출하는 헌정사를 썼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 시위의 격돌 등을 마주하면서 한국 민주주의 위기를 우려했던 국민과 세계인들은 그나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내란 주범’들은 엄중 단죄되고 청산하는 게 마땅하다. 그래서 이 같은 도당들이 다시는 발호하지 못하도록 역사의 교훈을 삼아야 한다. 이재명정부가 경계해야 할 대목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나 취임선서식에서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끝내고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또 ‘대통령의 책임은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이라며, ‘그 책임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정부와 국회 협의체, 국민통합위원회의 실질화 등도 다짐했다.
그러나 절대 과반수를 점유하는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국회는 새 정부 출범 즉시 3개 특별검사법안(내란, 김건희, 채상병)을 가동시켰다. ‘내란 완전 척결’을 명분 삼고 있다. 급기야 공직자의 12·3 비상계엄 불법행위 가담 여부를 조사하는 범정부 태스크 포스(TF)의 구성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비상계엄 관련 조사 대상인 49개 중앙행정기관에 TF 구성이 이뤄지고 있다. ‘사정(司正)의 찬바람’이 휘몰아칠 전망이어서 관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재명정부의 ‘내란 세력’ 청산은 윤 전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척결’에 대한 정치 보복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1인 지도자의 오판에 의한 사건을 ‘세력 청산’으로 몰고 가는 데에는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역대 정권의 전임 정권 청산 성공 사례는 김영삼 정권의 군부독재 청산이고 실패 사례는 문재인 정권의 적폐 청산이다. 전자는 신속하고 정밀하게 청산이 이뤄졌고, 후자는 광범위했고 지루하게 지연됐다.
절대 권력이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절차적 민주주의 수준을 넘어 민주적 규범을 준수하는 게 필수 조건이다. 그동안 진영정치에 함몰되면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핵심 요소로 하는 민주적 규범을 지키지 않아 왔음은 물론이다. 경쟁자의 존재 이유와 그 정통성을 인정하는 관용의 정치를 추구하며, 제도적 권한을 최대한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조절된 수준에서 사용하는 게 민주적 규범을 지키고 통합에 이르는 첩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민주당은 이미 이념 정당이 아니며 실용주의 중도 정당임을 표방했고, ‘모두의 대통령’이 돼 진영정치를 탈피할 것을 시사했다. 취임선서식에서 ‘혐오와 대결 위에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민 행복을 열어젖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정부 기조라고 말했다. ‘공존과 통합의 가치 위에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다는 선언은 국민이 오랫동안 갈망해오던 바다.
보수·진보의 양극화로 인한 진영 갈등은 폭력만 빼고는 모든 적대감을 다 동원할 정도로 혐오와 증오로 차 있다. 반헌법적인 비상계엄 주동자들은 엄중 처벌해 일벌백계해야 당연하다. 다만 ‘핀셋 사정’을 해야 한다. 그래야 후유증이 적다. 평생 탄압을 받았던 고 김대중 대통령의 사례를 보길 바란다. 과거 청산과 미래 협치의 전범(典範)을 발견할 것이다. ‘국민주권정부’를 자처하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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