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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에 가본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분위기에 빠져들기 위해 고급 양주를 시켜본 일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바에 대해 막연히 비싼 곳이라는 편견을 갖게 해 왔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깨고 ‘칵테일 바’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칵테일을 매개로 고급음료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동호회가 있다. 칵테일 동호회로 시작한 ‘시에스타’는 지금은 커피, 와인까지 배움과 나눔의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시에스타의 심인식 대표는 지난날 칵테일 카페 ‘the하다’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손님과 주인의 구분 없었다. 그는 자신의 카페를 칵테일에 대해 쉽게 배우며, 함께 마시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가게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 당시에는 파격적인 장소였다. 그래서인지 “왜 술집은 친절하기만 해야 하고, 일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며, 새벽까지 운영해야 하고, 획일적인 안주를 제공해야만 하는가”라는 그의 지적이 이해가 됐다. 이런 철학을 갖고 있는 심 대표였기 때문에 그는 동호회 회원들과 가족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며 카페 ‘the하다’를 이색적인 문화공간으로 창조할 수 있었다. 현재 카페 ‘the하다’는 없어졌지만 시에스타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시에스타에서 하는 오프라인 활동의 핵심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학습형 테마 강의다. 칵테일은 술, 부재료, 기법, 잔 등으로 구분해서 말할 수 있다. 이중 기법에 해당하는 ‘빌드’, ‘스터기’, ‘셰이크’, ‘플로트’ 등의 칵테일 제조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강의가 4주간 진행된다. 스카이데일리가 칵테일 등 문화 콘텐츠를 공유하며 색다른 문화를 만들어 가는 동호회 시에스타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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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형 칵테일 동호회 시에스타 동호회에서는 칵테일 강의, 번개모임, 라이프 코치 프로그램, MT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시에스타’는 휴식 같은 시간을 갖자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이 동호회는 칵테일 등 문화콘텐츠를 공유하고 배워나가면서 인맥을 넓혀나가는 동호회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2010년 10월 첫발을 내딛은 시에스타 동호회는 올해로 설립 5년 차를 맞이했다. 교육형 동호회로서 학습형 테마 강의를 중심으로 번개모임, 라이프 코치 프로그램, MT, 문화관람 등의 활동이 이뤄진다. 특별행사로 요리경연대회, 칵테일 파티를 개최하고 있다.
칵테일 동호회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칵테일뿐만 아니라 커피, 와인 등 각종 문화 콘텐츠도 함께 공유하는 모임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인맥네트워크 동호회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스페인어 ‘시에스타(siesta)’는 낮잠이나 낮잠을 자는 시간을 뜻한다. 시에스타 심인식 대표는 “여러 사람이 만나 문화를 공유함으로써 휴식 같은 시간을 갖자는 취지로 동호회 이름을 ‘시에스타’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시에스타는 심인식 대표가 운영했던 칵테일 카페 ‘the하다’에서 유래된다. 그는 이곳에서 낮에는 커피를 판매하고, 밤에는 칵테일을 판매했다. 종업원과 손님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함께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고 음식을 준비해 같이 나눠먹으며 가게의 분위기를 자유로운 분위기로 연출했다. 뿐만 아니라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을 개최하는 등 까페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 지난 2012년 2월, 칵테일 동호회 내 조주기능사 반의 수업시간 모습이다. 지거와 바스푼을 들고 하는 모습이 실제 바텐더들과 비교해도 진지해 보인다. [사진=시에스타]
심 대표는 칵테일 카페를 운영하면서 친해진 손님 3명과 함께 동호회를 개설했다. 초기에는 회원 모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카페에 가입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홍보를 하자 곧 효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심 대표는 시에스타 회원들의 가입 목적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칵테일을 배우려고 가입하는 회원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외로움을 해소하거나 반복적인 일상에서 활력소를 찾으려고 동호회에 가입했다. 이런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동호회는 자연스럽게 가족 같은 분위기가 될 수 있었다.
‘the하다’를 운영했을 때 당시 가게를 찾는 손님의 절반은 동호회 회원일 정도로 동호회와 칵테일 카페는 함께 활성화됐다고 한다. 방송 및 잡지 등에도 자주 소개되면서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던 중 안타깝게도 화재 사고가 나서 현재는 없어진 상태였다.
자유로운 친목 모임에서 체계적 시스템을 갖춘 교육형 동호회로
▲ 칵테일 동호회 시에스타는 칵테일 교육을 활성화시키는데 이바지했다. 동호회 회원들 중에서는 주로 IT계열에 다니는 회원들이 많았다. 이외에도 선생님, 간호사, 학생, 영업직 등 다양한 직업군이 있었다. 시에스타는 최근 28기 회원을 모집해 활동을 재개했다. ⓒ스카이데일리
동호회를 찾는 회원들 중에는 IT계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심 대표는 “컴퓨터와 오래 마주하는 IT계열 사람들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동호회 참석률이 높다”며 “이쪽 계통이 술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으로는 선생님, 간호사 직업이 많았고 이직하기 전 또는 전직을 앞두고 터닝포인트를 갖고자 하는 사람들, 영업직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가입한다고 했다.
시에스타 동호회는 초기에는 함께 만나서 술 한잔 하는 번개모임이 대부분이었는데, ‘the하다B’라는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생겨나면서 동호회는 지금과 같은 체계적인 형태를 갖췄다고 한다. 초창기 칵테일 인터넷 동호회로 시작한 시에스타는 지금은 ‘the하다B’라는 아카데미에 속한 동호회가 됐다고 말할 수 있다.
‘the하다B’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우선 ‘더하다’는 말 그대로 플러스 개념을 뜻한다. 이는 열정과 꿈을 더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하다’라는 동사에는 ‘스스로 한다’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으며, 명사 앞에 쓰는 정관사 ‘the’를 동사인 ‘하다’ 앞에 씀으로써 고정관념을 깨자는 의미도 담고 싶었다고 했다. B는 음료를 뜻하는 ‘Beverage’의 약자다.
심 대표는 “처음에는 장기적이고 대규모로 동호회를 운영할 생각은 없었다”며 “회원들과 문화 콘텐츠를 공유하고 친목을 다지다보니 동호회 규모가 커졌다”고 전했다. 그는 “칵테일을 활성화시킨 동호회는 시에스타밖에 없다”며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 동호회 개설 초기 주로 자유로운 모임형태였다면 현재는 체계적인 형태를 갖춰 교육형 분위기로 거듭났다. 교육 프로그램은 빌드, 스터, 셰이크, 플로트 기법 학습으로 구성돼 있다. 심인식 대표의 칵테일 테마강의가 이뤄진 뒤 실제로 실습을 하고 각자가 준비해 온 안주와 함께 칵테일을 음미하며 친목의 시간을 갖는다. ⓒ스카이데일리
시에스타는 4주차 과정으로 칵테일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1주차에는 ‘술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기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잔에다 바로 칵테일을 만드는 빌드 기법을 배운다. 칵테일 ‘진토닉’과 ‘세렌디피티’가 빌드 기법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칵테일이다. 2주차의 주제는 ‘잔의 이해’이다. 칵테일의 왕 ‘마티니’와 칵테일의 여왕 ‘맨해튼’을 시음하고, ‘미도리샤워’ 실습을 통해 스터 기법(휘젓기)을 배운다.
3주차는 ‘술의 변천사부터 칵테일의 유례’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트렌디한 칵테일 ‘준벅’과 명화 속 칵테일 ‘코스모폴리탄’을 실습한다. 칵테일 제조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셰이크 기법(흔들기)을 배우는 시간으로 이 강의는 빠지면 후회한다고 한다.
4주차에는 ‘한국의 칵테일 변천사’라는 주제로 플로트 기법(띄우기)을 배운다. 폭탄주 정도로 강한 칵테일 ‘B-52’와 ‘몽키브레인’을 실습한다. 강의시간에는 각자 준비해온 안주와 함께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심 대표는 카페를 창업하면서 칵테일을 알게 된 경우였다. 그는 칵테일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싶어 칵테일 교육장을 찾아 강의를 들어봤지만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장사를 하면서 여성들이 주로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을 파악해 나갔다.
“어떤 칵페일이 맛있나요?”, “어떤 칵테일이 달달하나요?”, “어떤 칵테일이 도수가 낮은가요?” 등의 기초적인 궁금증 해결을 바탕으로 쉬운 칵테일 강의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오즈의 이지 칵테일’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칵테일 동호회 시에스타가 유명해진 것은 오즈의 칵테일 강의 때문이었다. 오즈는 심대표가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다.
심 대표는 “시에스타 동호회가 나날이 성장해 오프라인 회원 3000명을 모집할 계획이다”며 “회원들과 함께 칵테일 카페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고 전했다.
카페는 모금을 통한 협동조합 형태로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가게’라는 콘셉트로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시에스타 동호회의 초기 목표가 40명~50명이었는데, 그 목표가 진즉에 달성된 지금은 동호회가 확대되는 것을 보면서 ‘상상하고 꿈꾸고 믿으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게 됐다”고 했다.
▲ 시에스타 28기 1주차 강의가 시작된 날, 회원들은 ‘술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빌드기법을 배웠다. 회원들은 직접 실습하고 맛보며 칵테일 제작 과정을 체험했다. 28기 회원 이소진씨는 “실용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유익하고, 분위기가 단란하고 즐거웠다”고 평가했다. ⓒ스카이데일리
기자가 찾아갔을 때 시에스타 동호회에서는 제28기 회원들의 정기모임이 이뤄지고 있었다. 회원들은 제1주차 칵테일 강의에 열중하고 있었다. 심인식 대표의 칵테일 강의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강의로 진행됐다. 강의 후에는 회원들이 직접 실습해 보는 시간을 가졌고, 이후에는 각자 본인 소개도 하고, 게임도 하며, 칵테일을 음미했다.
다른 사회인 동호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는 이소진 씨는 “남자친구가 직접 칵테일을 제조해 준 것을 보고 칵테일에 흥미를 갖게 됐다”며 “칵테일에 관심이 생기자 한번쯤 동호회에 참여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가끔 집에서 간단한 칵테일을 제조해서 마시기도 한다”며 “동호회 활동을 통해 더 자세히 배워보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1주차 강의를 듣고 난 뒤 “친목적인 성향이 강한 다른 동호회에 비해 교육적인 분위기가 뚜렷해 유익하고, 기수별로 나눠져 있어 체계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미소를 보였다.
술에 관심이 많다는 대학생 박보근 씨는 이왕이면 유익하게 술을 즐기고 싶어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담그는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술을 좋아하는데 직접 만드는 과정을 알아보는 유익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며 “우연한 기회에 직접 칵테일을 만드는 과정을 보게 됐는데, 정말 인상적이었고 멋있어 보였다”며 시에스타에 가입한 동기를 설명했다.
IT업계에 종사하는 김현주 씨와 유현정 씨는 컴퓨터와 마주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했다. 김 씨는 “스트레스를 활동적인 방법이 아닌 정적인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칵테일 동호회를 들게 됐다”고 말했다.
유 씨는 “칵테일에 대해 배워가면서 직접 만들고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로 칵테일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친목을 도모하고 싶다는 이유로 활동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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