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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스케치’의 슬로건은 “매주 한 번씩 재미있게 산행을 하자. 그리고 추억을 스케치하자”이다. 지난 2009년 5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순수 산악 동호회 산행스케치 회원들은 함께 산행을 한 뒤 글과 사진으로 추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산행스케치의 가장 큰 행사는 분기별로 있는 정규행사들이다. 3월 시산제, 7월 창립제, 10월 운동회, 12월 송년회가 있다. 시산제 때는 회원들이 1년 동안 무탈하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근교 산에 가서 고사를 지낸 뒤 음식을 나눠 먹는다. 7월 창립제 때에는 1박2일 일정으로 비박을 간다. 함께 먹고 자고 놀며 친목을 도모한다. 9월에는 좋은 날을 골라 운동회를 개최한다. 12월에는 음식점을 빌려 송년회를 한다. 1년 동안 수고한 회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게임을 통해 기념품을 준다. 현재 3월 시산제와 12월 송년회는 성황리에 진행되나, 7월 창립제와 10월 운동회는 참여 인원이 적은 경우 산행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산행스케치는 다른 산악동호회와 차별된 제도가 많다. 메달리스트 제도, 거리인증제, 등급별 회비제 등 특별한 제도들이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70~1990년생 중에서 법적으로 ‘싱글’인 사람만 가입이 가능하다. 스카이데일리가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추억을 만들어가는 동호회 ‘산행스케치’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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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 등산 동호회 산행스케치에서는 다양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회원들에게 가장 호응도가 높은 것은 버스 원정 산행이다. 개인이 혼자 갈 때보다 버스비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처음 가는 산일지라도 길을 잃지 않는 장점이 있다. 사진은 소백산 정상 ⓒ스카이데일리
산행동호회인 산행스케치에는 산을 좋아한다고 해도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원들 간 세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 처음에는 30~49세까지 나이 제한을 뒀지만 지금은 출생년도로 가입 제한을 두고 있다. 현재 회칙으로는 1970~1990년생 중에서 법적으로 ‘싱글’인 사람만 가입이 가능하다.
법적으로 싱글이라 함은 현재 유부남이나 유부녀가 아닌 사람을 의미한다. 이혼 또는 사별 등 그 어떤 사유가 있더라도 ‘싱글’이기만 하면 된다. 예외 규정이 있는데, 산행스케치의 정규 일정을 10회 이상 참여 후에는 나이 및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동호회 활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현재 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 중에는 1970년 이전 출생자도 있고, 동호회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고 동반으로 산행을 오는 경우도 있다.
법적으로 싱글인 사람만 가입하게 한 이유는 불륜이 발생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다보니 상대방에게 호감이 생기는 일이 발생하기 쉽다. 싱글들이야 서로 연애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혼자들의 경우는 문제가 다르다. 실제 이런 문제로 골치를 앓는 산악회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산행스케치는 회칙으로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었다.
국내 최고의 등산 동호회…다양한 제도로 회원들의 사기 진작
산행스케치는 다른 등산 동호회와 차별된 제도가 많다. 제도의 대부분은 산행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메달리스트’ 제도는 공식산행 30회 참석 시 동메달을, 50회 참석 시 은메달을, 100회 참석자에게는 금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 산행스케치에서는 회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공식산행 30회 참석 시 동메달을, 50회 참석 시 은메달을, 100회 참석자에게는 금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메달 수상자에게는 그에 따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사진=산행스케치]
동메달을 받는 회원에게는 30회 축하 케이크를 증정한다. 50회 은메달 리스트에게는 원정 산행 시 회비로 사용할 수 있는 5만원을 적립해주고, 금메달 수상자에게는 10만원을 적립해준다. 이들에게는 메달 수여와 함께 1회부터 지금까지의 활동 사진을 카페에 올려 축하해주고 있다.
산행스케치에는 특별한 등급제도가 있다. 등급은 산행 참여 횟수에 따라서 올라간다. 가입을 한 상태이면 준회원이고, 정규 행사에 한번이라도 참가를 하면 정회원이 된다. 산행 등에 10번 참석하면 우수회원이 되고, 30번 참석하면 우량회원, 50회 참석하면 워킹회원이 된다. 100회 이상 참석하면 최고등급인 ‘마스터 회원’이 된다.
활동횟수에 따라 등급을 올려주는 것은 동기 부여를 위해서다. 등급에 따라 회비 할인 혜택이 있다. 예를 들어 오대산으로 가는 버스 회비가 2만원이라고 한다면 준회원과 정회원은 2만원을 내야 하지만, 우수회원과 우량회원은 1만8000원을 내고, 워킹회원 이상은 1만6000원만 내면 된다.
▲ 산행스케치에서는 연중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분기별로 정규행사가 있는데, 3월 시산제, 7월 창립제, 10월 운동회, 12월 송년회가 있다. 시산제 때는 회원들이 1년 동안 무탈하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근교 산에 가서 고사를 지낸 뒤 음식을 나눠 먹는다. [사진=산행스케치]
번개를 칠 수 있는 권한도 우수회원 이상에게만 주워진다. 맛집 모임이나 비박, 공연, 여행 번개 등을 진행하고 싶으면 최소한 10번 이상 산행에 참석해야 한다. 산행스케치에서는 회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해주기 위해서 비박 등 각종 번개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등산 동호회 본연에 충실하기 위해서 주말에는 맛집 번개를 금지하고 있었다. 당연히 초면에 반말하는 것도 금지이며,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언행과 스킨십도 금지 대상이다.
산행스케치에는 이월금 제도가 있다. 이는 다른 산악회에도 있는 제도이지만 산행스케치의 이월금 제도는 다른 곳들에 비해서 회원들에게 후한 편이다. 이월금은 대부분 원정 산행에서 발생한다. 원정을 가기 위해서는 대형버스를 빌려야 하는데, 버스 예약 후 취소자가 많이 발생하면 아무래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산악회에서는 버스 예약 후 산행을 취소하는 경우 입금한 회비를 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산행스케치에서는 3일전까지 취소를 하면 입금액의 100%를 이월금 형태로 돌려주고 있다. 설사 산행 당일 취소를 해도 버스 운영비가 남으면 50% 정도는 입금한 돈을 이월시켜주고 있다. 이는 영리 목적이 없이 투명한 회계 원칙을 고수하는 카페지기의 노력 때문이다.
산행스케치는 회계 처리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다. 다른 산악회의 경우 식대 영수증 정도만 결산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산행스케치는 식대는 기본이고, 버스 임대 영수증, 광고비 영수증까지 공개하고 있었다. 카페 운영 기금은 매번 10원 단위까지 공개하고 있다.
▲ 산행스케치에서는 다양한 모임이 있다. 릿지, 암벽, 캠핑, 비박, 여행, 자전거 등 다양한 레저 활동이 가능하며, 문화 번개도 활성화돼 있다. 생일 축하 번개도 있고, 친목 도모를 위한 먹벙도 상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산행스케치]
회원들이 꼽는 산행스케치의 백미는 원정 산행이다. 상당수의 회원들은 원정 산행을 다니기 위해서 동호회에 가입을 할 정도다. 한 달에 최소 4회 이상 대형버스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인데, 특히 단풍이 한창인 가을과 눈꽃이 좋은 겨울에는 회원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해 한 달에 8회 이상 원정 산행이 진행되기도 한다. 원정 산행 시 교대역에서 탑승을 하며, 죽전, 신갈, 덕평 휴게소에서도 승차가 가능하다.
원정 산행을 하는 여건이 되지 않는 회원들을 위해서 매주 서울과 수도권 근교에 있는 산행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도봉산 등 서울 지역에 있는 산을 가는데, 가평이나 양평에 있는 산들도 꾸준히 공지로 올라오고 있었다.
▲ 산행스케치에서는 연중 캠핑과 비박이 진행중이다. 동호회 회원인 최은경씨는 “여자 혼자서 비박을 다니는 것이 무서울 때도 있다”며 “이렇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때면 산행스케치에 가입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사진=산행스케치]
산행이 아닌 캠핑, 비박, 민박 등 1박 이상의 여행 공지도 자주 올라오고 있다. 가까운 산이나 계곡에서 텐트를 치고 음식을 해먹는 비박이나 캠핑이 민박보다 많이 진행된다. 그러나 제주도나 울릉도 등 먼 곳으로 여행을 갈 때는 민박을 이용한다. 산행스케치에서는 종주산행 마니아를 위한 장거리 산행이 다른 산악회에 비해 자주 있는 편이다. 지난해 지리산 종주, 살악산 종주, 불수사도북 종주, 백두대간 종주 등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눈이 즐거운 산행, 마음이 편안해지는 산행
산행스케치의 터줏대감은 카페지기인 양현태(46) 씨이다. 카페 창립맴버인 그는 1년 반 정도 초대 카페지기를 맡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3년 동안 다른 사람에게 위임을 했다가 다시 카페지기를 맡아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회계부터 회원들의 등업과 강퇴까지 동호회 전반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는 불미스러운 일로 회원을 강제탈퇴시킬 때가 가장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기혼자인 사실을 속이고 가입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강제탈퇴를 시킵니다. 처음에는 속일 수도 있겠지만 10회 정도 같이 산에 다니게 되면 대충 알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런 사유로 탈퇴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산행스케치에서는 기혼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륜에 대해서만 막을 뿐이지 미혼 회원 간의 만남은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산행스케치에서 만나 결혼으로 이어진 커플은 10커플 정도 된다. 다른 산악회에 비해서는 많지는 않은 편이었다.
“2015년에는 눈이 즐거운 산행을 많이 계획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산행스케치는 기록 달성을 위한 산행을 많이 추진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카페에 비해 종주 산행이 많았죠. 이제는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산행에 초점을 두고자 합니다. 즉 필링(Feeling)과 힐링(Healing)을 할 수 있는 산행을 추구할 계획입니다”
▲ 동호회 운영자인 양현태(사진 위) 씨는 가고 싶지 않은 산도 운영자라서 가야할 때가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종종 자신을 일방적인 서비스 제공자로 여기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회원들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회원인 임재민(사진 아래) 씨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최고의 산행 코스로 설악산 공룡능선과, 주왕산, 청량산, 월출산, 소백산 등을 추천했다. [사진=산행스케치]
2012년 4월에 가입한 운영자인 유희정(41) 씨는 산행 참여 횟수가 100회가 넘는 마스터 회원이다. 3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산행스케치에서 활동한 누적 산행 거리는 1200㎞가 넘는다. 그가 이렇게 열심히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산행스케치에서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산행스케치의 장점은 다양한 모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등산 동호회는 산행만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산행스케치에서는 릿지, 암벽, 캠핑, 비박, 여행, 자전거 등 다양한 레저 활동이 가능합니다. 문화 번개도 활성화돼 매달 1회 이상 공연 관람 모임이 있습니다. 생일 축하 번개도 있고, 친목 도모를 위한 먹거리 번개도 열리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신입 회원들을 잘 챙겨준다는 것입니다. 오래 된 회원들이 많아서 신입 회원이 들어올 경우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편의를 봐주고 있습니다”
임재민(38) 씨는 2012년 가을에 산행스케치에 가입했다. 그는 50회 이상 참여한 워킹회원으로 산행스케치에서 활동한 거리는 600㎞를 육박하고 있었다.
▲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운동을 하고, 자기 소개의 시간을 갖는다. 산행스케치는 대형 등산 동호회가 아니다보니 회원들끼리 쉽게 친해지는 장점이 있다. 지금과 같은 겨울철에는 눈꽃으로 유명한 곳 위주로 산행이 올라온다. [사진=산행스케치]
“산행스케치는 회원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대형 산악회가 아닙니다. 대형 산악회의 경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친해지기가 쉽지 않은데, 산행스케치는 원정 산행 몇 번만 다녀도 서로 얼굴을 익힐 수 있습니다. 자연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기 때문에 쉽게 가족적인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그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최고의 산행 코스로 설악산 공룡능선을 꼽았다. 이어 주왕산, 월출산, 가야산, 덕유산, 소백산, 비슬산, 영취산 등을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소개한 산들은 산행스케치에서 매년 원정 산행으로 진행되는 대표적인 명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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