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명목 GDP는 26.4%나 뛰며 약 47년 만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김화용 한국은행 국민소득부장은 이날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반도체 가격 상승폭이 반도체 물량 증가율보다 훨씬 컸던 점을 원인으로 짚었다.
한국은행이 8일 공개한 ‘2026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6%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7% 가량 증가했으며, 속보치와 동일하다.
그러나 반도체 등의 수출가격이 급등하며 명목 GDP를 비롯한 몇몇 지표들은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명목 GDP는 전기 대비 9.2%,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979년 3분기 27.7% 이후 가장 높다.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서비스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을 보여주는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보다 21.9% 올라 1980년 4분기 2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국내 물가가 같은 폭으로 오른 것은 아니다. 재고증감을 제외한 내수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3.6%였다. 반면 수출 디플레이터는 56.6%, 수입 디플레이터는 21.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기준환율은 전년 동기보다 7.0% 올랐다.
김 부장은 컴퓨터·전자·광학기기의 부가가치 증가율이 20% 초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반도체 물량 증가율도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물량보다 가격 상승폭이 훨씬 컸던 점이 명목 GDP 증가폭을 키웠다고 봤다.
수출가격 상승 등으로 교역에서 얻는 상대적인 이득이 커지며 국민소득도 증가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3.1%, 전년 동기보다 15.6% 늘어 37년여 만에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1988년 4분기 15.7% 이후 최대다.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이익은 1분기 38조7000억원에서 2분기 58조5000억원으로 약 20조원 늘었다. 반면 내국인이 해외에서 받은 요소소득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받은 요소소득을 뺀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11조6000억원에서 7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실질 가계총처분가능소득도 전기 대비 2.1%,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소득이 소비보다 빠르게 늘면서 2분기 총저축률은 전분기보다 3.9%p 오른 45.6%로 1970년 1분기 통계 공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이 전기 대비 8.9% 늘어난 반면 최종소비지출 증가율은 1.6%에 그쳤다. 가계순저축률도 8.8%에서 9.7%로 올랐다.
국내총투자율은 25.3%에서 24.2%로 1.1%p 낮아졌다. 총자본형성 자체는 전기 대비 4.3% 늘었지만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밑돌았다. 국외투자율은 16.3%에서 21.4%로 5.1%p 상승했다.
실물경제에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성장을 이끌었다. 제조업은 컴퓨터·전자·광학기기 등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1.4% 증가했고, 서비스업은 도소매·숙박음식업과 금융·보험업, 정보통신업 등을 중심으로 1.0% 늘었다. 건설업은 토목건설 부진으로 1.9%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가전제품과 음식·숙박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0.4%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 증가에 힘입어 0.2% 늘었고,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 등을 중심으로 3.4%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0.1% 감소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1.3% 증가했다. 수입은 자동차와 기계·장비 등이 늘면서 0.7% 증가했다.
김 부장은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당분간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금리 상승 등으로 수요가 둔화하거나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있지만, 물량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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