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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파주서 만든 K-도로안전, 세계로… 신도산업 20여개국 누빈다
가드레일부터 롤링베리어까지…파주서 도로안전시설 직접 생산
“수출은 맨땅에 헤딩”…해외 전시회 돌며 20여개국 시장 개척
태국 넘어 인도·사우디로…국가별 안전기준 맞춰 제품 개발
이세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6-09-13 11:24:49
 
▲ 경기 파주에 위치한 신도산업 본사와 생산시설 전경. 건물 앞 야적장에는 방호벽 등 각종 도로안전시설물이 쌓여 있다. ©스카이데일리
 
철강재와 합성수지 등 제조업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상승하면서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의 원가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국가마다 다른 안전기준과 인증, 물류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수출기업의 부담은 더 크다. 이런 환경에서도 경기 파주에서 도로안전시설을 직접 생산해 20여 개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이 있다. 
 
“도로안전시설은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는 제품이라 결국 인증과 성능이 중요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 업체들과 비교해도 기술 기준을 맞추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게 우리의 강점입니다.”
 
유보항 신도산업 해외사업부 이사는 본지와 만나 해외시장 공략의 경쟁력을 이같이 설명했다.
 
13일 신도산업에 따르면 회사는 국내 생산시설에서 만든 도로안전시설을 앞세워 20~25개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가드레일과 라바콘, 방호벽에는 철강재와 합성수지 등 다양한 원자재가 들어간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국가마다 다른 안전기준과 인증까지 넘어야 해 중소 제조업체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다.
 
본지는 8일 경기 파주에 있는 신도산업 생산현장을 찾았다. 본관 앞에는 흰색과 주황색 방호벽이 사람 키를 훌쩍 넘겨 쌓여 있었고 야적장에는 라바콘과 플라스틱 도로안전시설물이 팔레트 단위로 줄지어 놓여 있었다. 철제 지주와 파이프, 반제품과 완제품도 빼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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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산업과 인접한 정도산업 파주 생산동. 정도산업은 가드레일 제조와 시공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바로 옆에는 ‘가드레일 제조·시공전문’이라고 적힌 정도산업 생산동이 자리했다. 신도산업이 플라스틱 도로안전용품과 롤링 가드레일 등을 생산한다면 정도산업은 가드레일 제조와 시공을 맡는다.
 
신도산업은 1987년 자동차 부품 생산에서 출발했다. 이후 플라스틱 도로안전용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가드레일과 충격흡수시설 등으로 품목을 확장했다.
 
생산현장을 둘러보기에 앞서 회의실에서 유 이사와 황원준 해외사업부 차장을 만났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왜 해외시장에 진출했는가’로 흘렀다.
 
유 이사는 국내 가드레일 시장을 사실상 ‘레드오션’이라고 표현했다. 기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일반 제품만으로 가격 경쟁을 벌여서는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도산업은 기술 차별성이 큰 롤링 가드레일과 충격흡수시설 등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유 이사는 창업주에 대해서도 “무엇을 하기로 하면 될 때까지 한다”며 “직원들은 힘들지만 그 열정과 집념이 지금의 회사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출은 맨땅에 헤딩”…전시회 돌며 해외 기준부터 익혀
 
 
▲ 유보항 신도산업 해외사업부 이사(왼쪽)와 황원준 해외사업부 차장이 경기 파주 본사 회의실에서 해외시장 진출 과정과 수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해외시장의 문이 처음부터 열려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시회를 찾아 시장을 익히고 국가별 기준에 맞춰 제품과 금형을 다시 만들며 바이어와 관계를 이어가야 비로소 수출로 연결됐다. 
 
황 차장은 당시 상황을 “그냥 맨땅에 헤딩하는 것이었다”면서 “우리도 수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은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를 때 갈 수 있는 곳은 해외 전시회밖에 없었다”라며 “그곳에서 어느 나라가 어떤 기준을 쓰고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부터 파악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을 거친 뒤에야 시장 조건에 맞춰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 이사도 해외 전시회에서 만난 바이어와 관계를 이어가며 시장을 개척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시장 진출도 한 번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처음 접촉한 뒤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이 걸리기도 했다. 도로안전시설은 각국 정부의 인프라 예산과 안전기준, 발주계획이 맞아야 계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 이사는 “이런 제품은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도로 인프라와 예산이 맞아떨어진 곳이 사우디나 인도 같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장 큰 수출 실적을 내는 국가는 태국이며 인도와 사우디에서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시장에서 내세우는 카드 가운데 하나는 ‘메이드 인 코리아’다. 유 이사는 해외 박람회에 참가하면 “대한민국 국기를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둔다”고 했다.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는 “원자재는 아직까지 한국산”이라고 답했다. 일반 가드레일은 중국산 저가 제품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롤링 가드레일이나 충격흡수시설은 국제 안전기준을 통과해야 해 가격만으로 승부가 갈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 신도산업 파주 생산현장. 라바콘을 비롯한 도로안전시설 완제품과 각종 부품·자재가 생산라인과 창고 곳곳에 쌓여 있다. 공장 내부에서는 사출과 블로우 등 제품별 생산공정이 이뤄진다. ©스카이데일리
 
수출제품은 국가별 기준에 맞춰 구조도 달라진다. 신도산업은 미국 MASH 시험기준과 유럽 CE 규격 등에 맞춰 제품을 개발해 왔다. 국가마다 충돌시험 차량의 크기와 무게, 속도와 충돌각도, 제품 구조 등에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 이사는 “국내 제품과 해외 제품은 전혀 다른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황 차장도 ‘기준의 차이’를 수출의 큰 장벽으로 꼽았다. 규격이 조금만 달라져도 금형을 새로 만들거나 생산설비를 다시 맞춰야 한다.
 
수출이 늘었다고 곧바로 해외에 생산공장을 세울 수도 없다. 도로안전시설은 국가별 도로사업과 예산에 따라 발주량이 크게 달라진다.
 
유 이사는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하려면 계속 공장을 돌릴 만큼 안정적인 수주 구조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며 “생산법인보다 판매법인을 먼저 검토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시장에는 중국 등 후발 경쟁자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회사 측은 한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면 다른 시장을 찾고 기존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전에 새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흰 안전모 쓰고 공장 안으로…사출기 굉음 속 ‘K-도로안전’ 생산
   
▲ 신도산업 생산현장 입구에 마련된 내빈용 안전모 보관대. 공장 방문자는 흰색, 관리자는 파란색, 작업자는 검은색 안전모를 착용한다. ©스카이데일리
  
▲ 안정미 신도산업 생산팀 과장이 파주 공장 내부에서 사출설비와 플라스틱 도로안전시설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회의를 마치고 생산현장으로 이동했다. 공장 입구에는 ‘내빈용 안전모 보관대’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방문자는 흰색, 관리자는 파란색, 작업자는 검은색 안전모를 쓴다는 설명을 듣고 흰 안전모를 눌러썼다.
 
문을 열고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목소리를 높여야 할 정도로 기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4호기’, ‘7호기’, ‘8호기’, ‘9호기’라고 적힌 대형 설비가 길게 늘어서 있었고 주변에는 갓 생산한 빨간색과 파란색 플라스틱 제품이 쌓여 있었다. 한쪽에는 수십 개의 라바콘이 다음 공정을 기다렸다.
 
생산시설 안내를 맡은 안정미 생산팀 과장은 설비 사이를 걸으며 공정을 설명했다. 1차 가공한 플라스틱 원료를 다시 녹여 사출기에 넣은 뒤 제품별 금형으로 형태를 뽑아낸다. 사출뿐 아니라 블로우 공정도 별도로 운영한다. 공장 곳곳에는 ‘사출’, ‘블로우’,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시가 붙어 있었다.
 
모든 제품이 이 공장 하나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안정미 과장은 “2공장에는 대형 회전성형 설비가 있어 큰 제품을 별도로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 신도산업 파주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롤링 가드레일 부품을 정리하고 있다. 앞쪽에는 ‘롤링가드베리어 4EA’라고 적힌 포장 상자가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공장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노란색 원통형 부품이 눈에 들어왔다. 롤링 가드레일의 핵심 부품인 롤러였다. 작업자들은 제품을 옮기고 정리하느라 분주했고 포장을 마친 상자에는 ‘롤링가드베리어 4EA’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회의실에서 이야기하던 수출제품이 눈앞에서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공장을 빠져나오자 야적장 너머로 정도산업 생산동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플라스틱 안전시설부터 철제 가드레일까지 종류는 달랐지만 모두 도로 위에서 차량과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제품이었다. 생산동에서는 여전히 기계음이 이어졌다. 
 
본관 앞에 새겨진 ‘서두르지 않고 쉬지 않고’라는 문구도 다시 한번 눈에 들어왔다. 자동차 부품에서 도로안전용품으로 영역을 넓혀온 신도산업의 해외시장 개척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서두르지는 않되 멈추지 않는 것. 파주에서 만들어진 도로안전시설은 그렇게 태국을 넘어 인도와 사우디를 비롯한 세계의 도로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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