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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두 선후배의 인연이 피할 수 없는 악연으로 변하고 있다. 인연의 주인공은 김택진(48)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와 김정주(47) 넥슨 대표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두 사람은 김택진 대표가 85학번, 김정주 대표가 86학번으로 1년 선후배 사이다. 김정주 대표는 1994년 넥슨을 창업하고 게임계에서 전설로 꼽히는 ‘바람의 나라’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김택진 대표는 1997년 엔씨소프트를 창업하고 1998년 역시 큰 인기를 끈 ‘리니지’를 오픈했다. 이후 승승장구하던 두 기업을 긴장하게 만든 것은 2012년 미국에서 건너온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였다. 게임명칭의 약자 LOL을 따서 흔히 ‘롤’이라고 불리는 이 게임은 그때까지 한국을 지배하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아성을 순식간에 뒤집었다. 이를 지켜본 김정주 대표는 선배 김택진 대표에게 중요한 제안을 던졌다. ‘피파’, ‘심시티’ 등으로 유명한 미국 게임사 EA(Electronic Arts)를 사들이자는 것이다. 넥슨과 엔씨가 힘을 합쳐 세계적 게임사 EA를 인수하면 넥슨과 엔씨의 위상이 확 오르기 때문이었다. 똑 같이 위기 의식을 느낀 김택진 대표는 후배의 제안을 선선히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김정주 대표가 자금을 대고 김택진 대표가 EA의 대표가 되기로 계획을 짜놓았다. EA 측은 두 업체의 제안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고 엔씨와 넥슨은 EA를 손에 넣기 직전까지 갔지만 막판에 EA가 인수를 백지화하면서 두 사람의 야망은 물거품이 됐다. 인수건은 실패했지만 자금 확보를 위해 김정주 대표가 엔씨소프트 지분을 사면서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에 올랐고 김택진 대표는 8000억원이 넘는 거액을 거머쥐었다. 이어 지난해 10월 넥슨의 자회사인 넥슨코리아가 엔씨 주식 0.4%를 추가로 사들였는데, 이를 두고 넥슨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한다는 업계의 분석이 나왔다. 넥슨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며 선을 그었고 9.9%를 보유한 김택진 대표의 경영권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27일) 넥슨은 입장을 전면적으로 바꿨다.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엔씨에 대한 경영참여로 변경한 것이다. 넥슨은 엔씨 주식 15% 이상을 보유했기에 인수합병도 가능한 위치다. 넥슨의 이러한 입장 변화에 엔씨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의 두 공룡이 혈투를 시작했다는 평이 나왔고 동시에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니 만큼 우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카이데일리가 엔씨의 최대주주인 넥슨의 입장 변화와 함께 이에 대한 업계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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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주 넥슨 대표는 지난 2012년 일본 법인 넥슨을 통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주식 14.68%를 8045억원에 사들였다. 이 자금은 EA 인수에 쓰일 돈으로 제공했다. 인수는 실패로 돌아갔고 엔씨의 최대 주주는 넥슨으로 변했다. 그동안 넥슨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경영권에 제동을 걸지 않았으나 최근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꾸면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한국 게임 업계 1·2위가 진흙탕 싸움을 벌일 기세다. 업계 2위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이자 업계 1위 넥슨이 엔씨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선포한 것이다. 엔씨의 김택진 대표이사와 넥슨의 김정주 대표이사는 사이좋던 형·동생에서 서로 칼을 빼들고 싸우는 적이 되고 말았다. 두 게임 공룡의 혈투에 대해 업계에서는 싸움을 자제하고 협업을 추구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넥슨, 엔씨 주식보유 목적 “단순투자→경영참여”로 바꿔
지난 27일 넥슨(일본 법인)은 금감원 공시를 통해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21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넥슨은 보고서를 통해 엔씨소프트 보유 지분이 330만6897주 15.08%인 데 대해서는 변동이 없고 그 대신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 목적에서 경영 참가 목적”으로 변경했다고 전했다. 넥슨 측은 향후 주식을 통해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 회사의 배당 변경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주요주주로서 엔씨소프트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공시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월 27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지분 15%가 넘으면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신고를 내야하고 기업결합신고서가 승인되면 해당 기업의 주식을 추가보유할 수 있다. 넥슨은 지난해 10월 지분 15%를 넘기면서 공정위에 해당 사항을 신고했고 12월 공정위는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넥슨의 이 같은 행보에 엔씨소프트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엔씨는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공시를 불과 3개월 만에 뒤집은 것은 넥슨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처사다”며 “두 회사는 게임 개발 철학, 비즈니스 모델 등이 다르기 때문에 기업결합은 마이너스가 될 뿐이다”고 공식입장을 냈다.
이를 두고 게임업계는 한국 게임을 양분해온 두 공룡이 서로를 물어뜯기 시작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김정주 대표 1700억 손해…“3월 엔씨 주총에서 속마음 밝히나”
업계 2위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는 넥슨이다. 김정주 대표가 세운 넥슨은 김정주→NXC(한국 법인)→넥슨(일본 법인)→넥슨코리아 등 계열사 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김정주 외 4명은 NXC 주식 100%, NXC는 넥슨 주식 46.22%, 넥슨은 넥스코리아 주식 100%를 각각 보유했다.
넥슨과 넥슨코리아는 엔씨소프트 주식을 각각 14.68%, 0.4% 씩 보유했다. 넥슨은 총 15.08%를 보유하며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다. 넥슨의 14.68% 주식은 원래 엔씨소포트의 김택진 대표이사의 보유분이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4년 9월 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지난 2012년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는 힘을 합쳐 세계적 게임회사인 EA(Electronic Arts)를 사들이기로 계획했다. 김정주 대표가 자금을 대고 김택진 대표가 EA의 대표가 된다는 복안이었다.
김정주 대표는 일본 법인 넥슨을 통해 김택진 대표 주식 14.68%를 8045억원에 사들이며 실탄을 제공했다. 하지만 EA가 인수 협상의 막판에서 돌연 판을 뒤엎으면서 인수 건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인수는 물 건너 갔으나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고 김택진 대표는 경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넥슨이 인수할 당시 주당 25만원 하던 엔씨 주식은 점점 떨어졌고 지난 27일 종가 기준 18만9000원으로 하락했다.
2012년 김택진 대표는 김정주 대표에게 주당 25만원 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았다. 단순계산하면 김정주 대표의 엔씨 주식 가치는 8045억원에서 2년 후 6250억원으로 떨어졌고 그 차액은 1795억원에 이른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넥슨 등 ⓒ스카이데일리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넥슨코리아가 엔씨 주식 8만8806주 0.40%를 사들이기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고 넥슨 측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넥슨이 주식 보유 목적을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꾸면서 넥슨의 의사가 분명해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게임 업계는 김정주 대표가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고 표현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세계적인 게임업체 EA를 인수했다면 넥슨·엔씨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그 위상은 급격히 올라갔을 것이다”며 “김택진·김정주 두 사람의 야망은 수포로 돌아갔고 결과적으로 엔씨의 주인만 바뀐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정주 대표 입장에서 보자면 EA 인수 실패도 마음 상하지만 무엇보다 1700억원 넘게 떨어진 주식 가치로 인해 데미지가 클 것이다”며 “지분이 15%가 넘었는데 언제든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3월 주주총회 전에 기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합병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전망이 나왔다. 두 회사의 문화가 워낙 달라서 합병이 득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김택진(오른쪽)의 엔씨는 리니지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게임에, 김정주의 넥슨은 카트라이더 같은 캐주얼 게임에 주력했기 때문에 두 업체와 두 서울대 동문은 경쟁할 일이 없었다. 이후 엔씨는 한국에, 넥슨은 일본에 상장됐고 두 대표의 주식 가치가 훌쩍 뛰어올라 각각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뉴시스]
한 중소 게임 업체 대표는 “넥슨은 서비스, 엔씨는 개발 마인드가 강하다. 전문경영인 체제인 넥슨은 효율성을 강조하고 엔씨는 대표도 개발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며 “이처럼 다른 문화는 두 대표의 다른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로 다른 문화가 융합되기란 쉽지 않다. 두 사람은 서울대 공대 선후배 관계로 사이도 막역하다”며 “적대적 인수·합병도 방법이긴 하겠지만 서로가 공생할 수 있는 우호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두 업체는 물론 한국 게임 산업에도 선의의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넥슨의 경영 참여 선언으로 인해 가장 피해가 예상되는 이는 엔씨 창업주 김택진 대표다. 현재 그의 주식 보유비율은 9.9%로 특수 관계인 등 우호 지분을 합쳐도 10.16% 밖에 되지 않는다. 자칫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김택진 대표가 자리를 유지할 지는 올 3월 예정된 엔씨소프트 정기 주주 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김정주 대표가 얼마나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할 지 업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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