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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리학자 김태규 칼럼니스트 ⓒ스카이데일리
이어서 중국 총리 리커창의 “중국 경제의 새 엔진으로서 창업자를 1억명으로 키우겠다”는 말과 함께 “한국, 틀 안 바꾸면 위기”라는 국내 모 교수의 경고성 발언도 실려 있었다.
벤처 창업자를 중국에선 創客(창객)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발음으로 ‘추앙커’가 된다. 얼마 전 뉴욕 증시에 기업을 상장한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의 성공담을 보고 전 중국의 젊은이들이 뻑-하고 반했고 이에 너도 나도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는 중국의 작년 창업건수가 291만 건임에 반해 우리는 2만 9천 건에 불과하다는 내용으로 나름 미디어로서의 책임감을 발휘해서 경각심을 고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기사를 보면서 언론답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내 생각은 그 기사와는 보는 각도가 전혀 다르다. 아! 이제 중국도 거품이 생겨나고 있구나, 그러니 중국 너희들도 장차 대략 10 년 뒤면 경제적 난국이 찾아오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신기술이나 전문 지식을 개발하고 이를 기업화함으로써 사업을 하는 창조적인 기술 집약형 산업’을 벤처 산업이라 한다고 사전에 되어있다.
따라서 벤처 산업은 현대 경제 속에서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고 늘 있는 현상이다. 그런데 갑자기 벤처 산업이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하거나 주된 트렌드로 자리 잡을 때가 있다.
사람들은 창의적 마인드를 통해 창업한다고 하니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창의적인 마인드가 씨앗이 되어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고 그로서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하니 그렇다.
나 역시 벤처 산업에 대한 그 어떠한 편견도 없지만, 벤처가 열풍으로 화한다거나 붐이 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로 파악한다.
이런 내 견해는 세간의 일반론과는 상당히 색다른 바가 있어서 그 얘기를 좀 들려드리고자 한다.
나는 벤처 열풍 또는 창업 열풍이 일기 시작하면 그것은 그 사회가 거품 경제의 초기 국면에 진입했거나 혹은 본격 거품의 前兆(전조) 현상으로 여긴다. 그렇기에 벤처 열풍이 일면 그로부터 대략 10년 뒤에 경제 거품이 붕괴하거나 급격히 침체 국면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을 한다.
일단 사회경제적으로 자본 잉여가 발생했다고 하자. 그런데 자본 잉여가 발생할 정도가 되면 그 사회 내에 마땅히 투자할 곳이 적어지거나 없어지는 것과 대개의 경우 궤를 같이 한다.
투자할 돈은 생겼는데 실물경제가 앞으로 계속해서 치고 나가주지 못하면 자본의 투자수익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이에 자본을 가진 사람들은 뭐 좋은 투자처가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기 마련이다.
여기에 벤처 산업이 그 대안으로 등장한다. 사실 벤처란 단어 자체가 알려주듯이 冒險(모험)을 뜻한다. 즉 모험적 산업이 벤처 산업인데, 이는 다시 말해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상당히 내포하고 있는 산업에 속한다.
원래 자본은 불확실성을 대단히 싫어하고 기피한다. 그런데 마땅히 투자할 곳이 적어진 상황에서 자본이 남아돌면 어쩔 수 없이 모험을 택하게 되는 심리가 바로 벤처산업의 바탕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잉여 자본이 만들어진 과정이다.
실물경제가 선순환하면서 축적된 잉여자본이 아니라, 국가가 일정 성장률을 만들어내기 위해 통화량의 공급을 늘려서 만들어진 잉여자본이 점점 커져간다면 그것이 바로 거품의 발단이 된다는 점이다.
(나는 현대경제 특히 1980 년대 이후의 선진국 경제는 국가가 주도해서 통화량을 늘렸고 그 결과 거품이 생성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거품의 주범은 바로 국가라는 사실.)
잉여 자본이 실물경제의 선순환을 통해 생겨난 것인지 아니면 정부의 통화량 공급 증대를 통해 생겨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가계저축률의 하락현상이다.
일반 대중이 저축보다는 소비를 늘려 가면 절로 가계저축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금융 측면에서 소비자 금융 서비스, 즉 기업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대출이나 신용 공여를 확대하기 시작하면 통화량은 급격히 늘어나고 경기 또한 당분간은 대단히 좋아지게 된다.
통화량 증가에 따라 경기가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또 통화량 증가에 따라 자본 잉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 결국 그 잉여 자본의 투자수익률은 떨어진다. 이에 다소 불확실하더라도 미래의 꿈을 보고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 쪽으로 돈이 몰려든다. 그러면 벤처 열풍이 일어난다.
아시다시피 벤처란 대부분이 실패로 끝이 난다. 벤처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결국은 投機(투기)이다. 그렇기에 성숙된 경제라면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 항목으로서 편입되는 것이 정상이지 거기에 이른바 ‘몰빵’을 하는 법은 거의 없다.
따라서 벤처 열풍이 분다는 말은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잉여 자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대거 몰려든다는 말과 같다.
미국의 경우 국운 상 가장 화려한 寒露(한로)가 1993년이었는데, 1995년부터 2000년에 걸쳐 이른바 닷컴 버블이 형성되었고, 그 이후 급격하게 소멸되었다.
물론 당시 IT 분야가 큰 각광을 받았지만, 사실 미국의 IT는 그 이전에도 늘 핫 이슈였었는데 유독 어떤 이유로 1995-2000 년 기간 중에 버블이 형성되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 역시 통화량 증가로 인한 자본 잉여로 인해 생겨난 버블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미국 경제는 그 이후 아시다시피 2008년 금융위기로 귀결이 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벤처 열풍은 대단히 기간이 짧았다.
우리의 경우 1998년에 들어선 김대중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官製(관제) 버블’이었다는 점, 그리고 2000년 들어 미국의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함께 소멸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그 바람에 코스닥 열풍은 단기적으로 엄청나게 거세게 불었지만 나중에는 ‘닭 중에서 가장 미친 닭이 코스닥’이란 우스갯소리도 생겨났다.
당시 우리 경제상황 역시 소비자 금융이 급격히 증가했다. 그 바람에 카드채 대란을 겪기도 했었다. 그 이후 그토록 높던 우리의 가계저축률은 급격히 낮아져서 오늘에 이르렀다.
(물론 그렇게 된 데 있어 김대중 정부가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선거와 지지율로 먹고 사는 정부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본다. 그 이후의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오늘의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다 그런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다.)
외환위기 이전 우리의 가계저축률은 늘 20%를 넘었는데 그 이후 지금은 겨우 2%대로 주저앉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대신에 주택담보 대출 등의 소비자 금융이 엄청나게 확대된 결과 무려 1,200 조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안게 된 우리 경제이다.
2000 년 이후 사실상 우리 경제는 바로 이 1,200 조의 대출된 돈으로 경기를 유지해왔으며 여기에 더하여 또 다시 거의 1,000 조원에 달하는 정부의 적자재정과 공기업의 과다지출로 경기를 유지해가고 있다. 미래에 쓸 돈을 당겨다가 과소비해버린 셈이다.
이제 조만간 그 계산서가 날아올 것이라 생각하면 영 기분이 그렇긴 하다.
중국 역시 우리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중국 역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중국경제도 고성장의 시대는 끝이 났다.
이젠 중국 역시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해 억지로 7%대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그 바람에 내심 잔뜩 긴장한 중국 공산당은 뉴 노멀, 중국식으론 新常態(신상태)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서 앞으론 경제가 급성장하긴 어렵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중국이다.
그리고 대안을 찾고 있는데 마침 중국 내부에도 잉여 자본이 생겨났고 그 자본이 벤처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리커창 총리는 호기를 놓칠세라 열심히 바람을 잡고 있다.
이제 나라와 우리 공산당이 해줄 수 있는 것도 일정한 한계에 도달했으니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벤처를 하고 일자리를 창출해내길 바란다는 뜻이다.
(이에 김대중 정부 당시 ‘신지식인’이란 개념을 만들어 바람을 잡았던 기억이 난다. 심형래 감독이 아마도 신지식인 1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면에서 리커창의 말은 우리 경제가 불경기로 접어들고 청년 일자리가 궁해진 마당에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아야 했던 창조경제와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대통령의 창조경제란 말에 대해 전혀 부정적인 생각은 없다. 이제야말로 그렇게 가야할 때가 되었다는 점에 대해 나 역시 십분 공감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참 그렇다. 오죽하면 창조를 해야 하는가 말이다. 하다 하다 정 할 것이 없어지고 나면 그제야 사람은 모방이나 답습을 멈추고 창조에 나선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모방이나 답습을 해도 괜찮다면 당연히 모방과 답습을 하는 것이 좋다. 사실 벤치마킹이 별 거겠는가, 따라서 하기 위해서 체크하는 것이다. 벤치마킹을 통해 좋은 모델을 추종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굳이 어려운 창조를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과거 우리 국민들은 대학을 나오면 그런대로 먹고 살 수 있고 더러 크게 성공도 한다는 것을 보고 배웠다. 그 바람에 자녀 교육에 그야말로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우리가 아닌가!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有效(유효)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간 지 오래라는 사실, 2000 년대 이전까지 대학 진학은 참 좋은 모방이고 답습이었지만 그 이후론 참으로 대책 없는 한심한 저효율의 투자로 전락하고 말았지 않은가.
그러니 이제 청년 일자리 문제는 각자가 알아서 저마다 창조적으로 해결하는 도리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서 창조경제는 우리의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제 정리하자. 중국에서 창업 열풍이 분다고 한다. 정말이지 크크큭이다.
이제 중국도 고성장 시대가 끝나고 더 이상 투자할 데가 별로 없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앞으로 한 10 년 지나고 나면 중국 역시 총체적 난국을 맞이하겠구나 싶다.
현재 우리 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뭐 우리 대한민국만 힘들어서야 쓰겠는가? 하는 약간은 심술궂은 생각도 들긴 한다.
(한일 통화 스와프가 만기 연장되지 않았다 한다. 액수도 얼마 되지 않고 외환보유도 넉넉한 편이라 물론 당장은 아무 문제가 없겠으나 10 년 후를 내다본다면 그게 과연 그럴까? 싶다.)
김태규의 희희락락호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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