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원조 삼양식품, 실적악화 속 오너회사 부당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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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명암<316>]-삼양식품

점유율 하락·13년만에 적자전환…오너가 소유회사 에코그린캠퍼스 ‘밀어주기’ 적발

임현범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5-09-22 16:11:49

▲ 삼양식품의 상반기 경영실적 악화가 심화되면서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최근 오너일가의 부당한 계열사 지원행위까지 적발됐다. 오너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에코그린캠퍼스(구 대관령삼양목장)에 삼양식품이 20억원을 부당지원한 사실이 공정위에 의해 적발됐다. ⓒ스카이데일리

삼양식품의 상반기 실적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최근 오너일가의 부당한 계열사 지원행위가 적발됐다. 전인장(52) 삼양식품 회장의 경영능력과 도덕성이 동시에 도마 위에 올랐다.

삼양식품은 전인장 회장의 부친인 고 전중윤 창업주가 1961년 설립한 삼양제유가 전신이다. 삼양식품은 1963년 국내 최초의 라면 ‘삼양라면’을 출시하고 한국에서 ‘라면의 원조’라 불리며 소비자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한 때 라면 업계 1위를 고수하던 삼양식품은 농심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지난 2013년에는 3위 오뚜기에 역전당해 3위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말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 개별 실적은 매출액 1403억원, 영업이익 20억원, 당기순손실 1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접어들었다. 이는 지난 2002년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한 이후 13년만이다.

삼양식품의 최근 5년간 실적은 지난 2009년 대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매출액 2985억원, 영업이익 252억원, 당기순이익 188억원 등을 기록한 반면 2010년은 매출액 2726억원, 영업이익 141억원, 당기순이익 86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반토막 났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6월 30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 같은 부진은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2014년 매출액 3060억원, 영업이익 96억원, 당기순이익 7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비등하나 실제 기업의 곳간으로 들어가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하락세다.

삼양식품의 실적악화는 곧 시장 점유율에서도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 2011년까지 라면시장에서 점유율 16%대를 기록하며 농심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지난 2013년 경쟁업체인 오뚜기에 역전당했다. 당시 삼양식품 점유율은 11.6%, 오뚜기 점유율은 13.6%로 점유율 격차는 약 2%였다.

이듬해인 2014년 삼양식품의 점유율은 1.7% 상승한 13.3%를 기록했지만 오뚜기는 2.6% 상승한 16.2%를 기록하며 그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 같은 삼양식품의 실적악화는 공교롭게도 전 회장이 취임한 2010년 이후부터 심화됐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전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부호를 나타내는 의견이 적지 않다.

옛 대관령삼양목장에 20억 부당 지원, 공정위 적발

삼양식품이 실적부진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전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가 계열사에 부당한 지원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더군다나 해당 계열사는 총수일가의 직간접 지분율이 100%에 가까워 전 회장의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20일 계열회사에 무상으로 인력 및 차량을 제공한 삼양식품과 이를 지원받은 에코그린캠퍼스에게 각각 3억원, 1백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에코그린캠퍼스(구 대관령삼양목장)는 원유생산 및 목장관광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로 강원도 평창에서 대관령 삼양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계열사인 에코그린캠퍼스에 1997~2015년까지 약 20년간 삼양식품 소속 직원 및 임원을 보내 업무를 하도록 하고 임금을 에코그린캠퍼스 대신 지급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6월 30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또 삼양식품은 2007~2014년까지 약 7년간 에코그린캠퍼스의 관광사업을 영위하면서 필요한 셔틀버스를 무상으로 대여해 줬다. 삼양식품이 에코그린캠퍼스에게 부당하게 지원한 금액은 인력지원 약 13억원 및 차량지원 약 7억원 등 총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그린캠퍼스는 지원이 이뤄진 대부분 기간 동안 자본 잠식상태였고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모회사인 삼양식품의 부당한 밀어주기를 통해 2010년 52억원이던 자산 총계가 지난해 254억원까지 증가하는 등 인근 동종사업자에 비해 유리한 경쟁여건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에코그린캠퍼스은 지원주체인 삼양식품이 48.49%, 총수일가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인 내츄럴삼양이 31.26%, 총수일가가 직접 20.25%를 보유했다. 삼양식품의 최대주주는 내츄럴삼양이다. 주주구성이 이렇다보니 에코그린캠퍼스는 사실상 오너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모회사인 삼양식품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계열사에 밀어주기를 통해 오너가가 부당이득을 편취한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대한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며 “부당한 내부거래는 공정한 경쟁이 왜곡되고 동종업계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같은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그룹의 부당지원행위도 공정위의 감시대상이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고 위법행위 적발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현범 기자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