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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119안전센터에서 보광초등학교까지 이르는 100m 남짓한 오르막길은 밤이면 화려한 네온사인이 수를 놓는다. 이 오르막 중턱에는 수십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킹클럽’이 자리하고 있다. 이태원 일대 수많은 클럽 중에 킹클럽은 다른 클럽에 비해 큰 넓이를 자랑한다. 예전의 킹클럽은 미군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 전용클럽이었다. 미군전용 클럽이었던 킹클럽은 세월 따라 조금씩 변해갔다. 초창기에는 미8군이 지정한 미군 전용 업소였다가 2000년대 들어와서는 당시 유행에 맞춰 내·외국인이 함께 드나들 수 있는 라운지 클럽 형태로 변신했다. 현재는 여성종업원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대화형식의 클럽으로 바뀌었다. 스카이데일리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태원의 명물 킹클럽과 그 빌딩 가치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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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클럽은 이태원의 살아 있는 역사 현장이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킹클럽은 미군만이 이용할 수 있는 미군 전용 클럽이었다. 2000년대에는 내·외국인이 자유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클럽으로 변했다. 최근에는 여성종업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스카이데일리
킹클럽은 한국·외국 여성종업원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클럽을 찾아온 남성들이 여성종업원과 술을 마시며 합석을 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다. 클럽 관계자에 따르면 종업원들이 술값에 대해 일정보수를 가져간다.
클럽의 외관은 많이 낙후됐지만, 여전히 예전 이름 그대로를 간직하며 영업 중에 있다. 킹클럽과 관련해 이태원에서 2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을 한 대표는 “20년도 더 전에는 킹클럽은 미군을 위한 전용 업소여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못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여나 들어가려면 미군과 동행해야 들어 갈 수 있다. 클럽 안에는 면세된 술을 팔아 미군에게 인기가 많았다”며 “전에 비하면 요즘은 시들해졌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지난 4일 늦은 밤 킹클럽을 찾았다. 주민들로부터 들었던 예전의 명성은 오간데 없고 무대는 텅 비어 있었다. 여러 개의 테이블 중에 한두 곳만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미군이 아닌 중동계 무슬림으로 보였다.
클럽 안의 바 뒤로는 여성들이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동남아 여성이었으며, 2~3명의 한국 여성들도 보였다. 예전에는 한국 여성이 주를 이뤘는데, 요즘에는 동남아 여성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 자정 무렵 찾아간 킹클럽은 조용했다. 예전의 영광을 간직한 채 상호만 옛 이름 그대로였다. 예전에 미군을 상대하는 국내 여성들이 있었다면, 현재 그 자리를 동남아 여성들이 대신 차지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클럽 안에는 화장을 짙게 한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포켓볼을 치고 있었다. 그 주위로 백인 남성들이 맥주를 마시며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내 곧 그들은 같이 포켓볼을 치며 친구가 돼 가고 있었다. 킹클럽은 한국에 있어도 이방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
텅 빈 클럽이 팝 음악으로 가득 찼을 때, 한 남성이 맥주 한 병을 시키고 테이블에 앉았다. 이내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서는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남자가 앉자마자 팬티가 보일 정도로 아슬아슬한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그 옆에 앉았다.
미군전용클럽에서 힙합클럽 변신…지금은 토킹클럽
20대로 보이는 여성은 자기보다 훨씬 나이 많아 보이는 그 남성에게 웃음을 던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성의 카드를 집어 들고서는 테킬라 두잔을 테이블로 가져왔다. 그리고 두 남녀는 서로 팔을 교차하며 테킬라를 먹었다.
그들은 마치 서로를 오래 알고 지낸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여성은 남성에게 연신 뽀뽀를 했다. 그리고 또 짙은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그들은 연거푸 술을 마셨다. 두 남녀의 웃음소리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보다 더 크고 즐거워 보였다.
자신을 21살 ○○라고 밝힌 여성은 기자가 심심해 보인다며 다가왔다. 그는 술 한 잔을 사주면 같이 얘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기자는 그에게 데킬라를 사주고 여성종업원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킹클럽이 입점해 있는 빌딩 소유주는 모 대학의 교수다. 빌딩 거래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이 빌딩은 3.3㎡당 7000만원 선으로 약 132억원이 예상된다. ⓒ스카이데일리
킹클럽 직원인 그는 “어릴 때 뉴질랜드로, 호주로 유학을 다녀왔는데, 고향이 지방이라서 영어 쓸 기회가 많이 없다”며 “영어도 계속 사용할 겸, 아르바이트도 할 겸해서 여기서 일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는 미군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주를 이루는데, 평일에는 크게 사람이 없다”며 “손님도 없고, 내일 9시에 학교 수업이 있어서 빨리 집에 가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정이 지나자 백인 남성들이 몇 명 들어왔다. 그들은 클럽 내 외진 테이블에 앉으며 맥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얼마 후 동남아 여성 1명이 그들 옆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초면으로 보였지만 이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남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외국인 여성은 바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장부에 무언가를 적은 후, 술을 받아서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장부에 적는 것은 하루 동안 그녀가 얼마나 매상을 올렸는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매출 기록표로 보였다.
기자가 만난 또 다른 여성은 “과거에는 손님들이 꽉 찼다고 들었다. 요즘은 주말에도 그전처럼 손님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그래도 주중보다 주말이 손님이 더 온다”고 말했다.
기자는 클럽에서 용산구에서 태어나 30년을 넘게 살았다는 한 남성을 만날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2005년쯤만 해도 킹클럽은 힙합 음악이 흘러나오고 흑인들이 주로 가는 클럽이었다”며 “예전에도 내·외국인들이 한데모여 춤을 추고 술을 마시는 곳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클럽이란 게 원래 어둡지만 이곳은 유독 어두웠는데 그게 매력으로 다가왔다”며 “변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찾아왔는데 개인적으로는 변화된 모습이 다소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시간이 흐르자 한두 명 씩 무대로 나오는 이가 있었다. 춤을 추던 그들은 별 호응이 없자 이내 곧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연신 술을 사달라는 여성종업원의 말을 뒤로 하고 새벽 2시가 넘어서 기자는 킹클럽을 나섰다.
3.3㎡(1평)당 7000만원 이상 거래…킹클럽 건물 130억 시세
서울시 부동산 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킹클럽이 들어 선 빌딩은 지하 2층, 지상 5층으로 이뤄져 있다. 지상 1층은 킹클럽, 지하 1층은 킹바로 사용된다. 이 건물의 토지면적은 623.8㎡(약 189평), 연면적은 1546.82㎡(약 468평)다. 1층 면적은 237.665㎡(약 72평)다. 1985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30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킹클럽 빌딩 시세와 관련해 김윤수 원빌딩 팀장은 “킹클럽 빌딩 주위의 매각 사례를 보면 2007년 이곳에 3.3㎡당 3000만원에 거래됐다”며 “현재는 그보다 두 배 이상 오른 3.3㎡당 7000만원의 시세가 형성돼 빌딩 가치는 약 132억원”으로 예상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빌딩 소유주는 모 예술대학의 오 모 교수다. 유학파 사진작가로 알려진 그는 영화포스터, 패션 분야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그는 1988년 이 건물을 증여 받았으며,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다. 그의 작업실도 이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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