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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아비를 조롱하며 어미 순종하기를 싫어하는 자의 눈은 골짜기의 까마귀에게 쪼이고 독수리 새끼에게 먹히리라” <잠언 30 : 17>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이 자기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고 남자와 여자를 만드신 뒤 그들에게 땅과 바다와 하늘에 있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는 축복을 내리셨다. 모든 일을 끝마친 뒤 창조하신 것들을 바라보시며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하셨듯이 사람을 만드신 것에 스스로 흡족해 하셨다. 특히 하나님이 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며 코에 생기를 친히 불어넣으신 것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고귀성과 존엄성을 분명 부각시켜준 것이다.
또 선(善)과 악(惡)을 구별 할 수 있는 나무를 에덴동산에 두어 그 나무 열매는 먹지 말라 이르시며 그 나무의 열매를 먹는 순간 반드시 죽으리라고 경고 했다. 그러나 뱀(사탄)의 꼬임에 빠진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자에게도 권유해 먹게 했다. 눈이 밝아지자 자신들이 벌거벗은 것을 알게 되었고 부끄러움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자 나무 숲속에 숨은 것이다.
하나님의 무서운 질책에 남자인 아담은 여자인 하와에게 하와는 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인류 최초의 밀고자, 변명하는 자가 되었다. 그 결과 여자에게는 ‘임신의 고통’을 남자에게는 ‘노동의 고통’을 주시며 너는 흙으로 지었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고 말씀하셨다. 결국 그들은 에덴동산 쫓겨났다.
남자의 타락한 본성은 그 자손을 통해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그에게서 태어난 가인은 믿음으로 제사를 드린 동생 아벨을 시기한 나머지 그를 살해하면서 최초의 살인자라는 오명을 후세에 남겼다. 과연 인간들이 아귀다툼으로 싸우며 살생까지 하는 지금도 하나님은 여전히 ‘보기에도 좋았더라’고 하실까?
반포지효(反哺之孝). 까마귀 새끼가 자란 뒤에 늙은 어미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준다는 사자성어다. 우리나라에선 얼마 전까지 까마귀를 흉조(凶鳥)로 여겼지만 이런 까마귀마저 부모를 향한 효성은 지극하다. 성경에도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사람의 눈은 까마귀가 쪼아낸다는 표현이 나온다.(잠언 30 ; 17) 그런데 어찌된 까닭인지 요즘 세상에는 까마귀만도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한 것 같다.
효도관광 명목으로 부모님 버리고 오는 까마귀만도 못한 子女
오래 전 이야기긴 하지만 효도 관광차 제주도에 자식들과 함께 왔다가 자식들에게 버림을 받은 노인들이 제법 많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국내다 보니 노인들이 버려졌어도 집으로 다시 찾아가기가 쉬웠다는 것이다. 그러자 자식들이 찾아오기 힘든 동남아 지역으로 부모님을 관광여행을 데리고 가서 버리고 온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액면 그대로 믿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참으로 슬프지 않을 수 없다. 몇 년 전 필리핀에 있는 선교지에 봉사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공원에서 우연히 필리핀 소녀 세 명과 진돗개 한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노인을 만났다. 처음엔 필리핀 사람인줄 알고 영어로 인사했는데 자세히 보니 한국 분이었다. 반가움에 “어르신 건강하시고 오래 사세요”라는 덕담을 하자 “그런 말은 내게 욕을 하는 거”라며 노인이 역정을 냈다.
사연인즉 노인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던 중소기업 사장이었으나 사업을 하던 아들내외가 부모에게 함께 살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노부부는 기쁜 마음에서 아들이 요구하는 대로 집은 물론 전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었다는 것이다. 얼마 후 아들이 해외여행을 같이 가자고해서 아들말만 믿고 비행기에 탔는데 사흘도 지나지 않아 노부부만 말도 통하지 않는 외지(필리핀)에 버려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들이 거처 할 수 있는 집과 수발을 해주는 필리핀 현지 사람들을 고용했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고 자식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배신감과 충격으로 몇 개월을 눈물로 보내던 아내는 결국 필리핀 땅에 묻혔고 지금은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땅에서 홀로 외롭게 죽지 못해 산다고 했다. 그때 당시 70대 중반이던 노인은 자식들 보다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한없이 그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인해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자식들에게 버림을 받거나 학대 받는 노인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학대는 노인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포함한다.
2004년 노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전국 20여 곳에 노인보호전문기관이 개설되고 노인들은 학대에 대한 상담이나 위급한 상황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인보호기관의 한 관계자는 학대신고 접수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자녀들의 학대에 의한 것이 많다고 귀띔 했다. 그런데 자녀들에게 학대 받은 노인들의 반응과 사례는 거의 유사하다고 한다.
노인학대의 그늘…자식이라고 감싸기 ‘급급’
노인들은 학대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자식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노인 학대가 만성화되는 등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상담 혹은 경찰조사에서 자식들의 신원에 대해 말을 아낀다고 했다. 혹시라도 자식에게 누가 되고 다칠까 봐 그렇단다.
지금은 노인복지 시설도 많이 늘고 있고 혜택도 많아졌지만 노인 학대는 알게 모르게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부모를 버리기도 하고 일정한 장소에 가둬놓기도 한다. 심지어는 멀쩡한 부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자기가 기르는 개(犬)에게는 온갖 신경을 다 쓰면서도 자신들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에 대해서는 식사를 어떻게 하고 건강은 어떤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한 노인은 자식들이 산 속에 있는 컨테이너에 감금을 해놓고 모든 재산을 빼돌렸다가 형제들과 벌어진 재산 싸움으로 인해 감금사실이 들통이 난 사례도 있었다. 그 자식은 사기, 공문서 위조죄에 부모를 감금한 죄가 적용 될 수 있었지만 부모가 자식의 앞날을 생각하고 선처를 바라다보니 자식을 구속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현행법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성립되기 때문이다.
노인 학대가 더 이상 가정사로 머물러서는 안 되며 범 국가 정책 차원에서 강력한 대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피해자의 고소와는 상관없이 범법행위자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낳아주고 이제까지 길러주신 부모가 없이 내가 존재 할 수 있을까? 부모 공경에 관해서 성경의 가르침은 엄격하고 단호하다. 십계명에서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을 정도다. ‘아버지를 버리는 자는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과 같고 자기 어머니를 화나게 하는 자는 주님께 저주를 받는다’고 기록돼있다.
이 말씀은 불효자에 대한 징계를 단호히 경고하고 있다. 법을 지키지 않는 자가 처벌을 받듯이 부모를 홀대하는 불효자는 불행과 파멸을 각오해야 한다. 날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 공경은 인간의 도리 이전에 하나님의 엄중한 계명이다. 또한 자신의 삶에 축복을 안겨주는 지혜의 삶이다. 오죽하면 부모를 모시지 않으면 상속의 혜택도 주지 않겠다는 법이 제정됐을까.
참으로 인간사·가족사에 대해 슬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일명 ‘베이비부머’ 라 불리는 노인들이 700만 명이나 된다. 이들은 정년을 못 채우고 직장을 나와 일명 ‘반 퇴 시대’를 살게 된 덕분에 노후 대책은커녕 자식들 뒷바라지에 등골이 휘고 있다고 한다. 얼마 되지도 않는 퇴직금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실패해 밑천을 모두 날리고 가족에게까지 외면을 당하는 경우도 적잖다.
자식들도 취업이 어려워졌다. 자신들이 뼈 빠지게 노동해 번 돈을 노인들이 갈취한다고 여겨 노인들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노인 세대와 젊은이들의 세대 간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천당은 아니지만 서로 갈등 없는 사회를 살아 갈 순 없을까. 마치 지옥처럼 서로의 것을 뺏고 뺏기는 약육강식의 사회 풍조, 미개한 동물보다 못한 인간의 모습에 한숨만 깊어질 뿐이다. 제 밥그릇 찾기에만 눈이 어두운 정치인들의 무능·무력으로 인해 엉뚱하게도 노인과 젊은이들 모두 똑같이 힘든 처지가 되었고 무엇 하나 맘대로 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어찌 하겠는가. 그러나 오늘이 있기까지 국가 경제와 자식들을 위해 땀 흘려 일 한 노인(부모)을 결코 학대해서는 안 된다.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전도서 4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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