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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사채업계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금의 중소규모 사채시장은 과거에 비해 그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대표적인 변화로는 채권추심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에 대한 단속 수위가 높아지면서 추심 자체가 힘들고 돈을 떼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로 인해 최근 사채시장의 트렌드는 돈을 빌려줄 때부터 공증, 현금성 담보 등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물론 소액 대출 위주로만 대출을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사채업자도 영세사업자…폭행·협박 등 불법추심 사라지면서 안전담보 확보후 대출
▲ ⓒ스카이데일리
#2. 대출의 시작은 무조건 공증부터다. 담보는 전·월세 임대차계약서, 자동차 등 각종 현금성 자산 및 부동산이다. 담보가 좋으면 이율도 낮다. 대출금액은 최소 100만원부터 1억까지만 가능하다. 억 단위 대출은 안된다. 사채업자도 엄밀히 따지면 영세업자이기 때문이다. 억 단위 대출 후 신고, 도주 등으로 인해 회수가 지체되면 곧장 망하는 길로 접어들게 된다. 귀찮고 수고스럽더라도 돈은 최대한 소액으로 분산시켜서 빌려줘야 한다.
수 십 년에 걸쳐 사채업계에 몸담아 온 인물들, 소위 말하는 베테랑 ‘사채업자’들로부터 직접 들은 생생한 증언들이다. 이들의 증언을 종합해 봤을 때, 지금의 ‘사채업계’는 한 마디로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로 정리됐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만난 다수의 사채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살인적 이자율, 원금 보다 많은 이자, 폭력·협박 등을 통한 불법추심 등 일반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돼 온 ‘사채’는 이제 옛 말이 돼 있었다. 높은 이자율은 그대로지만 고액 대출은 엄두도 못낸다는 게 사채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물론 아직까지 불법추심을 일삼는 이들도 더러 있다. 말도 안되는 이자율을 적용하면서 이를 받아내기 위해 각종 범법 행위를 저지른다. 종종 뉴스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그들은 범죄자지 사채업자는 아니다. 사채업자도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불법적인 요소가 있으면 어떻게든 오랜 기간 명맥을 이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각종 규제와 신고 방법의 다양화 등으로 인해 철저하게 보수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리스크가 큰 대출은 피하고 공증·현금성담보 등을 철저하게 챙기는 사업자들이 많다.
이 가운데 특히 대다수의 사채업자들은 도주·도망 등의 우려가 있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아무리 높은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다 해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경향을 보였다.
고리채 운용하지만 ‘돈 못받을까’ 전전긍긍…고개숙인 사채 ‘1억 이상 대출 안해’
▲ 사채시장에 발을 들인 후 사채업자로 활동한 지 올해로 11년이 된 A씨에 따르면 처음 사채시장에 발을 들인 때는 약 2년여간 일을 배운 후 홀로서기에 나선다고 한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관행이라고 했다. 다만 달라진 점은 과거에는 독립 시 사무실에서 종잣돈을 빌려줬지만 최근 들어서는 종잣돈 마저 갚지 않고 도망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종잣돈을 빌려주는 관행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사진은 대부업 사무실이 밀집한 한 빌딩 내부 현판 ⓒ스카이데일리
최근 사채업계의 분위기와 트렌드 등 세세한 부분을 직접 듣기 위해 기자는 현재 활동중인 사채업자들을 만나 봤다. 처음으로 만난 인물은 사채업계에 발을 들인 지 올해로 11년이 된 A씨(36세)였다. 그는 변화가 많은 사채업계에서 10년 이상을 버텨낸 베테랑 사채업자였다. 주로 강남 일대 지역에서 활동 중인 그는 “최초 반지하 살이를 벗어나기 위해 사채업자가 됐다”고 밝혔다.
기자와 간단한 인사를 나눈 A씨는 본인이 처음 사채업계에 발을 들여 놨을 때를 회상하며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처음 사채 사무실에서 약 2년 간 일을 배웠다. 당시에는 사무실에서 약 2년 정도 일을 배우면 독립시켜주는 것이 사채업계의 관례였다고 했다. 독립시켜줄 때는 사무실에서 약간의 돈을 빌려주기도 한다. 종자돈을 투자해주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관례도 사라져 버렸다. 빌려준 종자돈을 들고 도망가버리는 일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전했다.
A씨는 “입사 후 2년이 지나자 사무실에서 5000만원을 받고 독립했다. 5000만원은 일정 이자를 지급하며 갚아가야 할 돈이지만 일종의 자본금이 생긴 셈이다. 목돈을 내주며 독립시키는 것은 일종의 업계 관례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를 독립자금으로 내주면 이를 들고 도망 가버리는 일이 적지 않아 이제는 돈을 빌려주지 않고 독립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잣돈이 없다고 해서 사무실에 계속 몸담고 있을 수는 없다. 2년이 되면 무조건 나가야 한다. 머리가 굵어지면(경험이 쌓이면) 잔머리를 굴리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잔머리를 굴린다는 의미는 사무실 자금을 본인 자금처럼 이용해 별도로 돈을 굴린다(융통시킨다)는 얘기다. 직원 개인이 별도로 돈을 굴리면 대부분은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사고의 책임은 고스란히 사무실 몫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2년 이상은 사무실 생활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만난 또 다른 사채업자 B씨도 강남 지역을 주 무대로 삼고 있다. B씨는 특이하게도 다양한 직업의 고객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었다. 현재 B씨의 고객층은 시중 은행장부터 의사, 자영업자, 구의원, 변호사, 유흥업소 종사자 등으로 다양했다. 과거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끝내 사채에 손을 대는 경우와는 사뭇 달라졌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B씨는 특히 사채업계 홍보 방법의 진화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B씨에 따르면 과거에는 전단지, 명함 등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해 홍보를 했다. B씨 또한 처음 홀로서기에 나섰을 당시 아침 6시부터 11시까지 5시간,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2시간 등 하루 7~8시간씩 강남 지역 곳곳을 누비며 홍보물을 돌렸다. 약 5년여 동안은 거의 매일같이 그렇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 과거 최진실·안재환 등 인기연예인의 자살 사건 뒤에 사채의 압박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사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게 일었고, 이로인해 사채 홍보물에 대한 단속이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MB정권’ 당시에는 대부업법이 한층 강화돼 사실상 홍보물 배포가 불가능해졌다. 이에 지금은 그저 ‘입소문’을 통해 찾아오는 사람들에 한해서만 돈을 빌려주는 게 일반적이다.
B씨는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사뭇 달라져, 일을 하다 자연스레 건너건너 아는 사람들로부터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소개 받는다. 간혹 인터넷을 활용한 홍보만 할 뿐이다. 고객들 중 유흥업소 여성 접대부들이 많은 편인데, 이들의 경우는 최초 마담·부장 등 소위 ‘자기 새끼(자기 직원)’를 데리고 있는 이들에게 접근해 소개 받는다. 보통 돈을 빌릴 사람을 소개해주면 대출 원금의 2%를 인센티브로 준다. 만약 100만원을 빌리면 2만원을 주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채업자 C씨는 첫 만남부터 사채업계의 상황이 과거와 너무 달라졌다며 한 숨부터 내쉬었다. C씨에 따르면 최근에는 빌려준 돈을 받는 일, 즉 ‘추심’ 부분이 가장 크게 변했다. 돈 떼일 걱정에 빌려주는 것 조차 신중해 질 수 밖에 없는 게 최근 사채업계의 분위기라는 것이다.
C씨는 “공증, 현금성담보 등 돈을 빌려주기 전 사전 작업을 철저하게 거친다. 아무리 이렇게 하더라도 1억 이상의 고액 대출은 실시하지 않는다. 한 번에 벌어들이는 돈이 크긴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사채를 빌려주는 쪽은 법은 어떻게든 법을 어기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담보를 아무리 잘 잡아도 불리하기 마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담보 잡은 것 조차 문제가 될 때도 있다”고 귀뜸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이렇게 운영해도 상환이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자연히 언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폭력은 절대 없다. 법도 강화돼 추심법에 걸리면 곧바로 철장행이다. 돈을 빌려줄 때 개인 등·초본 이런걸 요구한다. 나름의 확인절차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상 심리적 안전장치에 불과하다. 그래서 지금은 가급적 친절하게 고객을 대한다. 돈을 갚을 의지를 꺽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사채업자들도 먹기살기 힘들어요”…노숙자 전락, 옥살이 경험에 조심조심 경영
▲ 22년 동안 사채업자로 활동해 온 D씨에 따르면 사채업자들은 ‘월급쟁이(샐러리맨)’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급쟁이들의 경우 정해진 날 받은 돈(월급)이 전부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샐러리맨들은 조금이라도 소비가 커지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닥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게 D씨의 설명이다. ⓒ스카이데일리
1000만원의 종잣돈을 통해 주변 지인들에게 일수를 놓기 시작하며 처음 사채업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는 D씨는 22년이나 사채업자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그는 우리나라 사채업계의 특징과 변화, 사채업의 원리와 구조, 지금의 트렌드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기자와의 만남에서 D씨는 “대한민국 사채업계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물어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D씨에 따르면 사채업의 원리는 한 마디로 ‘피라미드’에 가깝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런 피라미드 식의 구조가 더욱 견고해진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사채업자가 돈을 버는 원리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들이 전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만약 1000만원을 갖고 일수를 시작하면 이 돈은 100일후 1200만원이 된다. 그 과정에서 중간에 회수되는 돈을 재차 융통시킨다. 이런 식으로 점차 규모를 키워나간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확장 속도가 비교적 느린 편이다. 이에 대다수의 사채업자들은 ‘전주’로 불리는 이들에게 종잣돈을 빌린다. ‘전주’로부터 돈을 차용해 전주에게 갚는 이자보다 비싼 이자를 받아 돈을 굴리는 식이다.
D씨 또한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주로부터 돈을 빌렸다. 가진 돈 1000만원으로 일수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돈을 쓰고 싶어 하는 이는 늘어나는데, 이들을 모두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사채업자들이 전주를 찾는 이유다.
사채업자들은 운용하는 돈의 규모에 따라 세분화된다. 돈의 규모에 따라 고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운용하는 이들을 일컬어 소위 ‘큰손’이라 부른다. D씨의 경우 아직까지 ‘큰손’ 반열에 오르진 못했다. 다양한 고객들을 상대하고는 있지만 나름의 철칙을 세운 까닭이다.
대부분의 사채업자들이 ‘월급쟁이(샐러리맨)’를 기피하는데, D씨는 아예 상대조차 하지 않는다. 월급쟁이들은 정해진 날 받은 돈(월급)이 전부라 조금이라도 소비가 커지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기 때문이다. D씨는 “경험상 월급쟁이들이 가장 까다로운 고객이다”고 못을 박았다.
또 다른 사채업자인 E씨의 경우는 다른 사채업자들에 비해 비교적 우여곡절이 많은 인물이었다. 무리한 확장으로 큰 위기를 겪고 노숙자가 될 뻔한 위기에 처한 적 있으며, 옥살이 경험도 있었다. 법적 처벌의 경우 업계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예전의 방식을 고수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그 일이 있고난 후부터 그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더욱 촉수를 곤두세우고 있다.
E씨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채업자가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발로 뛰지만 일부는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아예 자리를 잡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경마장, 하우스(도박장) 등이다. 일반인들도 한 번 정도 들어봤을 법한 단어인 ‘꽁지’, ‘맞대기’ 등이 모두 여기서 나온 단어들이다.
그런데 경마장, 하우스 등에서 돈을 빌려주는 것은 편하긴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크다. 그곳에서는 얼굴이 곧 보증인 터라 돈을 빌려줄 때 비교적 확인을 까다롭게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돈을 떼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하우스, 경마장 등을 운영하는 이들이 직접 돈을 빌려주는 일 까지 도맡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남들 보다 큰 리스크를 감안하고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면서 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채업자들도 그 트렌드는 존재한다는 게 E씨의 설명이다. 그는 “트랜드를 놓치면 작게는 돈을 떼이는 일부터 크게는 감옥에 가는 일까지 감수해야 한다”며 자신의 과거를 털어 놓았다.
E씨는 “2000년대 중반 옥살이 경험이 있다. 공갈·협박·폭력이 금지 돼 추심이 비교적 어려워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규모를 키우다 보니 돈을 떼이는 일이 많아졌고, 떼인 돈의 규모가 커져 전주에게 빌린 돈 조차 상환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주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를 당해 감옥살이를 했다. 당시 지인들이 흩어진 돈을 일부 회수해주는 등 상당한 도움을 준 덕분에 옥살이가 오래가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일이 있고난 후 사채일을 함에 있어 상당히 보수적인 운용을 하는 편이다. 왠만하면 무조건적으로 담보를 요구하고, 일면식도 없거나 무작정 찾아온 이에게는 아예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허가를 내고 일을 하지만 그렇다고 광고를 하지도 않는다. 채권 추심 과정에 있어서도 조금이라도 불법적인 측면이나 불리하게 작용할 만한 일은 아예 하지 않는 편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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