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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샤로 잘 알려진 화장품 기업 에이블씨엔씨(사진)가 지나친 타사 깎아내리기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또 다른 브랜드 어퓨에서 ‘전해라’ 시리즈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면서 이 같은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를 통해 비슷한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어 어퓨도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
화장품 브랜드 ‘어퓨’가 경쟁사에 대한 저격성 성격이 짙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인해 비난을 사고 있다.
‘어퓨’는 국내 최초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 신화를 만들어 낸 에이블씨엔씨가 단일브랜드 위험 분산을 위해 론칭한 브랜드다.
어퓨는 일명 ‘저렴이’ 상품을 내세워 20대 초반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저렴이’는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신조어로 고가의 제품과 성능·디자인 면에서 유사하지만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출시된 제품을 지칭한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선 TV프로그램, 블로그 등을 통해서 ‘저렴이’ 제품의 정보를 얻고 구매하는 것이 새로운 뷰티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미샤가 2000년대 후반부터 고가 수입화장품 브랜드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던 것과 같이 미샤의 동생 격 브랜드 어퓨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타사제품을 대놓고 저격한 마케팅으로 인해 일부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어퓨 마케팅 직원의 페이스북 광고문구 논란까지 일며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브랜드숍 시초 ‘미샤’, 공격적 미투전략…세컨 브랜드 ‘어퓨’ 비슷한 행보
지난달 20일 어퓨는 ‘ㅅㅇㅁㄹ에게 전해라’는 문구를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문구가 일본 뷰티 브랜드 ‘슈에무라’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어퓨가 정한 타깃 슈에무라는 일본 뷰티 브랜드로 눈썹을 그리는 제품 중 아이브로우 펜슬로 유명하다. 슈에무라의 아이브로우 펜슬은 패션잡지, 뷰티방송 프로그램 ‘겟잇뷰티’ 등에서 이미 성능을 인정받은 제품이다.
어퓨는 아이브로우 펜슬 제품 출시를 앞두고 홈페이지와 공식 페이스북에 이 같은 문구를 게재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어퓨의 이 같은 홍보방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도 립펜슬 출시를 앞두고 ‘나스에게 전해라’ 광고를 내놓았다.
타사 브랜드와 가격에서 승부를 걸 수 있는 ‘저렴이’ 상품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운 것이다. 나스의 ‘새틴 립 펜슬’은 3만원대지만 어퓨의 립 펜슬 제품은 5800원이다. 연이은 타사 브랜드 저격 홍보에 소비자 및 업계에서 에이블씨엔씨가 미투 제품 전략을 재가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투 제품은 1위 브랜드, 인기 브랜드, 경쟁 브랜드 등을 모방해 그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해 자사 제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만든 제품이다. 다른 말로 유사상품·유사제품, 심한 경우 ‘베끼기상품’으로 불린다.
유사제품을 타 유명 브랜드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은 이미 미샤에서 충분히 펼쳐온 전략 중 하나라는 것이 유통업계의 지적이다.
▲ 미샤는 앰플, 에센스 제품에서 수입 브랜드 제품과 비교품평 마케팅을 펼친 적이 있다. 이에 어퓨가 미샤와 비슷하게 미투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에이블씨엔씨 측은 화장품 케이스 디자인이 비슷한 것일 뿐 미투제품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사진=어퓨 홈페이지 캡쳐화면]
미샤는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고가 수입 브랜드 에스티로더(갈색병), SK2(피테라에센스) 등의 주력상품들과 유사한 제품들을 출시하며 비교품평 마케팅을 내세웠다.
심지어 미샤는 지난 2011년 타임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 출시 당시 SK2의 ‘피테라 에센스’ 공병을 가져오면 신제품을 공짜로 주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너무 비슷한 화장품케이스로 인해 ‘짭테라’ ‘짭색병’ 등의 좋지 않은 별명까지 덤으로 얻었다.
어퓨가 미샤의 미투 전략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어퓨 마케팅 담당자의 신중치 못한 발언이 소비자들의 부정적 여론을 부추겼다.
일부 소비자들이 미투제품에 대해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자 어퓨 페이스북 마케팅 담당자가 “ㅅㅇㅁㄹ에게 전해라고 하니 거품 뿜는 분도 계시네요. 근데 ㅅㅇㅁㄹ 이게 뭐에요? 뭔데 그렇게 거품을” 문구를 함께 올린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말이 심하다’, ‘어이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어퓨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경쟁사를 저격하는 것도 모자라 소비자에게까지 비아냥거리는 듯한 발언은 소비자들의 화를 돋우었다.
비난 여론이 무섭게 일자 어퓨 측은 해당 발언을 삭제하고 공식 사과글까지 올렸다. 하지만 타사 브랜드를 대놓고 저격하는 마케팅을 펼치는 어퓨를 바라보는 일부 소비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만은 않다.
소비자, “야비해 보인다” VS “호기심 자극, 싸고 질 좋으면 괜찮다”
에이블씨엔씨 측의 미투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둘로 나뉘는 분위기다.
호기심을 자극해 관심을 갖게 하고 또 질 좋은 화장품을 싼 값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하는 소비자들이 있는가하면 “야비해 보인다”, “너무 비슷해 창피하다”는 등의 부정적인 여론으로 양분된다.
김슬기(가명, 21)씨는 “당당한 광고글을 보니 ‘품질에 자신 있구나’ 생각했다”며 “원래 잘 알지 못하는 브랜드였지만 ‘한 번 사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김정민(29)씨는 “(성능이)거짓말만 아니라면 상관없는 것 같다”며 “어차피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 몫이니 문제 될 게 없는 듯하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코카콜라나 펩시처럼 외국에선 원래 대놓고 경쟁사 비하 광고를 많이 한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 “저렴하게 비슷한 제품을 쓸 수 있으면 소비자 입장에선 좋다” 등의 입장이 나왔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6년 2월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윤리적으로는 문제가 있을 것 같긴 하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이와 비슷하게 타제품을 따라하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나며 좋지 않아 보인다는 부정적인 의견들도 있었다.
고아라(31)씨는 “관종(관심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의 줄임말)같은 느낌도 들지만 노이즈마케팅으로 홍보효과는 좋을 거 같긴 하다”며 “하지만 케이스까지 너무 비슷하게 따라하는 건 창피하다는 반응도 주변에 많다”고 답했다.
신혜미(27)씨는 “마케팅 기법의 하나기 때문에 본인(회사)의 선택에 달린 문제 같다”며 “하지만 좀 야비해 보이긴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건 좋지만 출시하기도 전에 대놓고 타사제품을 겨냥하는 홍보를 하는 것은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제조사가 직접 티내는(광고하는 것) 것보단 제품을 직접 써본 소비자들 통해서 ‘가격대비 성능이 좋다’는 말이 나오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소비자 의견도 있었다.
미투전략 장기적으로 위험 ‘지적’…에이블씨엔씨 “어퓨, 미투제품 아니다”
에이블씨엔씨의 이러한 전략이 단기적으로 매출성장에 도움이 될 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온다.
자사 연구개발을 통한 주력상품 개발보다 미투 제품에 주력하는 모습에 소비자들의 신뢰가 하락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판매업자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강남의 한 화장품 판매업자 김 모씨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구매했었지만 계속 다른 브랜드만 따라하는 것 같아서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다”며 “최근 매장을 가면 ‘빨간비비’ 같은 미샤를 대표할 만한 상품보단 유명브랜드 따라하는 제품이 더 눈에 띈다”고 답했다. 이어 “초심을 잃은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에이블씨엔씨의 최근 실적은 주춤한 편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의 지난 3년간 연결실적은 ▲2012년 매출액 4523억원, 영업이익 536억원, 당기순이익 420억원 ▲2013년 매출액 4424억원, 영업이익 132억원, 당기순이익 126억원 ▲2014년 매출액 4383억원, 영업이익 67억원, 당기순이익 26억원 등이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4079억원, 영업이익 177억원, 당기순이익 156억원을 보였다. 공시와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의 매출 중 미샤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가 미투제품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던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매출이 상승한 반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어퓨가 미투 제품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화장품 케이스가 원래 비슷하게 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소비자들이 이를 갖고 미투제품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입장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어퓨가 무슨 베끼기 상품만 만드는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는데 화장품 용기가 원래 거기서 거기다”며 “용기가 비슷한 것으로 놓고 보자면 거의 모든 화장품사들이 미투 제품을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슈에무라와 나스를 언급한 것은 가격대비 좋은 제품이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홍보 전략의 일부였다”며 “과거 미샤에서 앰플, 에센스제품을 갖고 비교품평 마케팅을 시도한 것은 미투 전략으로 볼 수 있겠지만 어퓨에서 내놓은 제품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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