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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그룹형지(사진)가 교복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한 에리트베이직(현 형지엘리트)의 교복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으며 최근 개성공단 폐쇄여파로 인해 교복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재계에선 최병오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동대문시장 1평 매장 패션신화로 불리는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이 야심차게 진출한 교복사업이 순탄치 않은 양상이다. 높은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각종 구설과 논란 등이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패션그룹형지는 지난 2013년 4대 교복업체 중 하나인 에리트베이직을 인수하고 형지엘리트로 사명을 변경하며 교복사업에 진출했다. 형지엘리트는 지난해 에스콰이아를 인수해 형지에스콰이아로 바꿨다. 패션업계는 이 같은 최 회장의 사업 확장 승부수가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강남대세 교복브랜드…학생들 선호도 높아, 가격 더 비싸도 ‘엘리트’ 구매
학생들이 선호하는 교복브랜드를 파악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서초구 및 강남구 일대 중·고등학교를 찾았다. 많은 학생들이 형지엘리트 교복에 대한 호감을 보였다.
숙명여중학교 1학년 김모양과 서초고등학교 2학년 이가현 학생은 학교에서 다른 교복 브랜드를 공동구매 함에도 엘리트 제품이 좋아서 돈을 더 주고서라도 구매한다고 답했다.
이가현 학생은 “(약 10만~20만원) 가격차이가 나더라도 학교에서 공동구매하는 교복이 아닌 엘리트 교복을 산다”며 “질이나 핏(옷태)이 맘에 든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반응은 비단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들에게서도 나타났다. 서울고등학교 1학년 김모군은 “원단이 좋은 것 같다”며 “학교에서 공동구매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문고등학교 1학년 원정우 학생은 “체육복과 교복 둘 다 엘리트를 좋아한다”며 “친구들도 엘리트를 선호하는 편이다”고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2월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밖에도 도곡중·대치중·숙명여고·휘문고 등의 강남 일대 학교 학생들 중 일부는 교복업체 중 디자인, 재질 등 다양한 이유를 들며 엘리트 제품이 좋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강남 8학군 학생들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형지엘리트는 실적 악화를 겪었다. 지난 2012년부터 좋지 않던 형지엘리트의 실적이 결국 지난해 적자로 전환됐다.
무리한 사업 확장 이어 학생 수 감소·학교우선주관구매제 출혈경쟁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연결기준 형지엘리트의 실적은 2012년 7월~2013년 6월 영업이익 58억원, 당기순이익 31억원에서 지난해 하반기 영업손실 22억원, 당기순손실 17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3년간 실적이 감소했다.
패션그룹형지의 자회사 형지엘리트의 실적하락은 학생 수 감소 등의 실질적인 원인과 함께 무리한 사업 확장이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또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학교주관 구매제도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학교주관 구매제도는 교복단가를 낮추기 위해 학교에서 경쟁입찰을 거쳐 교복을 공동구매하는 제도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교복업체 간 단가를 낮추는 출혈경쟁 양상을 띠었다.
엘리트 교복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업체들끼리 입찰경쟁을 하다 보니 마진이 거의 안 남아 월세 내기도 벅차다”며 “(학교우선구매)제도시행 후 할 일은 더 늘었는데 이렇게 힘들게 고생만 하고 얼마 벌지도 못하느니 차라리 내년부터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더 이익일 듯하다”고 말했다.
패션그룹형지는 중년 여성복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지난 2012년 남성복업체 우성I&C를 인수한 데 이어 2013년 교복업체 에리트베이직을 인수하며 사업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같은 해 바우하우스, 베트남 의류업체 C&M 등을 함께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지난해 골프브랜드 까스텔바쟉을 론칭하고 에스콰이아를 인수한 형지는 여성복 브랜드 샤트렌를 통해 홈 퍼니싱 식음료 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같은 해 부산지역 면세점에 도전했다가 실패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최 회장의 적극적인 사업 확장 행보를 놓고 패션업계에선 장기적인 전략 없이 우선 시작하고 보자는 식의 섣부른 진출이 회사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교복사업을 영위하는 형지엘리트가 패션부문 사업을 결국 지난해 철수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교복사업이 매출이 약 80% 차지하는 형지엘리트에서 영위하던 패션사업은 지난 2012년 7월~2013년 6월 47억원이던 매출이 2014년 7월~2015년 6월 4억4500만원으로 줄며 90%나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2월 기준. ⓒ스카이데일리
개성공단 폐쇄 여파 납품기일 지연 교복대란…협력사 대금지급 거부 논란
이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지엘리트는 개성공단 폐쇄 여파로 인한 교복공급 차질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의 갈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달 10일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북한은 다음 날 개성공단 폐쇄와 공단 내 남측 인원 추방으로 맞대응했다.
지난달 29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의 주장에 따르면 형지엘리트가 개성공단 입주기업 4곳에게 밀린 결제대금은 16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형지엘리트가 “공단폐쇄라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개성에 놓고 온 원부자재 가치에 대해 상계한 후 즉 원부자재 손실분 보상을 제한 차액에 대해 배상할 것을 통보했다”며 “원부자재를 줄 때 담보로 잡은 부동산 담보가액 안에서라도 대금을 줄 수 있지만 미루고 있는 결제대금이 16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형지엘리트는 즉각 반박했다.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비대위 주장과 다르게 1개 업체에는 납품대금을 지급했다”며 “나머지 3개 업체와는 총 10억원 규모의 대금 지급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협력업체들이 원부자재 손실에 대한 논의 없이 거래대금 지급만 주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입장발표 이후에도 논란이 점점 확산되자 결국 지난 2일 패션그룹형지는 개성공단 협력업체에 결제하지 않은 임가공비를 지급키로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손실을 입주업체들에게 떠넘겼단 비난과 함께 ‘등 떠밀린 상생’이란 지적은 나왔다.
형지엘리트는 개성공단 폐쇄로 교복 공급에 차질이 생겨 새 학기에 일부 중·고등학생들이 교복을 구매하지 못해 사복으로 등교 후 교복 없는 입학식을 치르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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