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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일본기업’ 논란에 휘말려야 했다. 롯데 측은 줄곧 한국기업임을 강조하며 의혹을 부인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켜 우리나라에 진출한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우리말보다 일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점,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 등이 자리했다는 점, 실제로 일본인 모친과 부인을 둔 점 등이 거론되면서 롯데의 진짜 ‘국적’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했다. 국내에서 벌인 사업 역시 롯데는 많은 일본기업과 합작해 진행 중이다. 세븐일레븐(편의점), 캐논(카메라), JTB(여행업체), 아사히주류 등 다양한 사업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일본계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와 무지 무인양품 역시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두 브랜드의 똑 같은 제품이 일본과 한국에서 가격이 많이 달랐다.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생산된 동일 제품이 일본에 비해 국내 가격이 비싼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안 소비자들은 또다시 배신감을 전했다. 어떤 소비자들은 롯데그룹은 역시 일본기업이다는 비난도 쏟아냈다. 스카이데일리가 롯데가 들여온 유니클로·무인양품에서 빚어진 ‘가격표’ 논란을 현장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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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공룡 롯데그룹이 일본기업과 합작해 만든 브랜드 유니클로(사진 왼쪽), 무인양품의 가격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동일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일본보다 국내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실에 노골적인 불쾌함을 표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롯데그룹이 국내 시장에 들여온 일본 브랜드가 일본 현지에 비해 국내 판매 가격이 높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브랜드는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유니클로와 무지 무인양품이다.
롯데-일본기업 합작 브랜드, 같은 제품 불구 일본 보다 한국이 더 비싸
29일 관련업계와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유니클로와 무지 무인양품, 이들 두 브랜드는 롯데그룹이 직접 일본 본사와 합작 설립한 기업이 소유했다. 두 브랜드 모두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해당 기업은 에프알엘코리아(브랜드명 유니클로), 무인양품(브랜드명 무지 무인양품) 등이다.
두 브랜드의 주력 상품은 각각 △유니클로 의류 및 패션잡화 △무지 무인양품 의류 및 패션잡화, 생활용품 등이다. 이 중 유니클로는 우리나라 의류 시장에 SPA(다품종 대량공급 방식으로 저렴하게 판매되는 브랜드)열풍을 몰고 온 장본인으로 불릴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분구조는 롯데쇼핑이 49%, 패스트리테일링(일본)이 51% 등이다. 지난해 말 기준 무인양품의 지분구조는 롯데상사 40%, 양품계획(일본) 60%로 구성됐다.
에프알엘코리아는 롯데그룹 계열사에 포함돼 있지만 무인양품은 그렇지 않다. 다만, 두 기업 모두 합작기업의 형태이기 때문에 보유한 지분율 만큼의 수익은 고스란히 롯데그룹으로 돌아간다. 일련의 사실에 비춰볼 때, 이들 두 기업 모두 사실상 롯데그룹 계열사로 인식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 자료: 한·일 유니클로 무인양품 온라인 사이트. [도표= 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최근 이들 두 브랜드의 국내 판매 가격이 일본 현지의 가격보다 높게 책정돼 팔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적지 않은 비판이 일고 있다. 해당업체 등에 따르면 제품들은 대부분 일본이 아닌 ‘중국’서 만들어져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판매됐다. 즉, 국내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제품을 일본 현지인들 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셈이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일부 품목을 선별한 후 한·일 양국의 판매가격을 비교해 봤을 때, 할인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이 온·오프라인 스토어 기준 일본보다 1.2~1.5배가량 비싼 가격으로 판매됐다.
지난 29일 기준 제품명 스텐칼라코트와 밀라노립컷앤소죠거팬츠 등의 경우 한국 유니클로는 9만9000원, 2만9900원에 각각 판매 중이었다. 이에 반해 일본 유니클로는 같은 제품을 6990엔(약 7만1646원), 1990엔(약 2만397원)에 각각 팔고 있었다. 같은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이 각각 38%, 47% 가까이 비싸게 팔렸다. 일본 사이트 가격은 지난 29일 오후 기준 일본 엔화 환율 1024.98원으로 계산한 수치다.
무인양품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LED손전등·방수와 아르간오일의 판매가격은 △한국 무인양품 5만2000원, 3만원 △일본 무인양품 2900엔(약 2만9724원), 1800엔(약 1만8450원) 등이었다. 무인양품 역시 같은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각각 74%, 62% 가량 비싸게 팔렸다.
소비자들 “사실상 일본인 회장, 한국보다 일본에 더 애착 있나” 비판여론
이 같은 사실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편한 진실’로 통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대다수 소비자들은 일본에 비해 비싸게 팔리고 있는 현실에 상당히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일부 소비자들은 아예 해외 직접 구매 방식을 이용하기도 했다. 일본 여행 시 사재기를 해오는 경우도 있었다.
▲ 유니클로, 무인양품 매장에서 만난 고객들 중 일부는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가격표 눈속임 논란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방송 이후 웬만하면 유니클로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사진은 상단 왼쪽 시계방향으로 강남 유니클로1·2, 강남 무지, 잠실 무지매장. ⓒ스카이데일리
실태 파악을 위해 기자는 직접 서울 시내 유니클로 및 무인양품 매장을 찾아가 봤다. 유동인구가 많은 잠실, 강남, 홍대, 명동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 봤다. 취재 결과, 고객들 중 상당수는 일본 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점에 대해 불쾌한 반응이었다.
무지매장에서 만난 권용식 씨(58)는 “같은 브랜드인데도 불구하고 국내가격이 더 비싼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당연히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매장에서 만난 정희선(28) 씨는 “솔직히 가격차이가 나는 것을 몰랐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나니 상당히 불쾌한 감정이 든다”며 “이러한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언론에서 더 많이 다뤄줬음 좋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고객들은 롯데그룹을 향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김가영(53·가명)씨는 “롯데그룹을 두고 일본기업이니 뭐니 하면서 시끌벅적했던 걸로 알고 있다”며 “회장도 일본사람이나 다름없는데 이처럼 일본 브랜드를 들여와 한국에서 비싸게 판매하는 걸 보니 한국보다는 일본에 더욱 애착이 있는 듯 하다”고 전했다.
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자국민을 배려하지 않는 롯데의 가격정책을 내놓았다”며 “롯데그룹의 행태는 분명 국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2월 기준 ⓒ스카이데일리
또 국적 논란을 겪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발언 즉 “롯데가 일본기업이 아니라 한국기업”이라는 선언과 배치되는 경영행태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러한 여론의 반응에 대한 롯데그룹의 태도는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롯데그룹은 현재의 사태에 대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비췄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해당 기업들의 일이니 알아서 각 사에 문의하라”고 말한 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고객 우롱 할인…롯데 불신 아이콘 전락 ‘우려’
롯데그룹이 들여 온 일본 브랜드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해 유니클로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을 이용해 ‘꼼수판매’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은 적 있다.
당시 JT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 소비자가 유니클로 티셔츠의 가격표에 붙은 스티커를 떼자 오히려 더 할인된 금액의 가격이 숨겨져 있었다. 제조년월을 확인해보니 직전 해에 판매하다 남은 재고품이었다. 유니클로는 재고 상품에 가격을 더 올려붙인 뒤 재판매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보도된 후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일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8월 기준. 8월 회계법인. ⓒ스카이데일리
또 유니클로는 지난해 엔저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가격인상을 단행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저렴한 가격대비 좋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유니클로의 가격인상은 일부 소비자들의 반감을 얻기도 했다.
과거 유니클로를 둘러싼 각종 논란의 여파는 여전히 사그러들지 않고 남아 있다. 여러 소비자들은 여전히 유니클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소비자들은 롯데그룹 자체에도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슬기(30·가명)씨는 “가격도 불합리하지만 블랙프라이데이 라벨 눈속임 같은 사건은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비판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 중인 김새롬(30·가명)씨는 “(블랙프라이데이 눈속임 할인)보도를 보고 되도록 유니클로는 이용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유니클로나 무지도 일본에서는 저가브랜드로 알려졌는데 왜 우리나라만 오면 고가브랜드로 변하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롯데의 터무니없는 가격정책, 일본 유니클로는 독도를 다케시마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극우익단체 후원논란 등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소비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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