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
중국의 안방보험(安邦保险)은 비상장사로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 안방보험은 주요 주주와 이사진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베일에 싸인 기업이다. 현재 안방보험의 공식적인 수장은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이다. 우 회장은 덩샤오핑(1904-1997) 전 군사위원회 주석의 맏딸 덩난의 사위다. 그는 중국 정관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태자당 멤버로 알려졌다. 우 회장은 민간인이 보험 영업허가를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2004년 안방재산보험회사를 설립해 보험업에 뛰어들었다. 2004년 자기자본 5억 위안으로 시작한 안방보험은 기업 인수 합병과 투자를 통해 보험·증권·은행·펀드 등을 다루는 종합 금융사로 성장했다. 안방보험은 설립 11년 만에 총 자산 1조9000억 위안(340조) 규모의 세계 10위권 보험사로 성장했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하며 중국 자본 최초로 한국 보험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구·제일생명)도 인수하고 나서 국내 5위권 생보사로 거듭나게 됐다. 스카이데일리가 안방생명의 한국 진출에 대한 명암을 진단했다. 
|
▲ 중국 안방보험은 재산보험, 생명보험, 자산관리 분야 회사를 거느린 종합 보험사다. 2004년 설립된 안방보험은 지난해 동양생명을 1조1000억원 대에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알리안츠생명을 36억원에 인수했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합병될 경우 자산규모 40조원 규모의 국내 5위 생보사가 탄생되게 된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한국 알리안츠생명(구·제일생명)이 글로벌 보험시장에서 무섭게 몹집을 확장 중인 중국 안방보험(安邦保险)에 매각됐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9월 동양생명과 동양자산운용을 인수한데 이어 6개월만에 추가 인수합병에 성공했다.
안방보험은 지난 2014년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 입찰 참여로 국내 금융권 M&A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후 안방보험은 삼성카드 등 금융사 매각설이 제기될 때마다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됐고, 지난해 동양생명 인수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업계에서는 시장에 매물로 나온 ING생명, KDB생명, PCA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 인수에도 안방보험이 개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생명과 한국 알리안츠생명이 합병될 경우 자산규모는 40조원, 수입보험료는 6조원 규모의 생보사가 탄생된다. 이는 삼성, 한화, 교보, 농협생명에 이은 국내 5위 규모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 16조6510억원의 알리안츠생명을 단돈 35억원에 사들였다. 이는 당초 시장 예상가 2000억~3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다. 특히 알리안츠가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8500억원을 증자해 총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36억원은 예상하지 못한 헐값이라는 평가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지난해 기준 자산 16조 회사를 고작 36억에 사들인 것은 오히려 겁없는 ‘중국 안방보험’의 위험한 역류 행보로 비춰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국시장이 외국계 보험사들에게 그만큼 무덤이 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충고다.
▲ 자료: 안방보험 및 외신. 2015년 말 기준. ⓒ스카이데일리
1조 손해 보고 한국 떠나는 알리안츠…고금리 확정 보험 상품 누적 적자 매년 1500억원
알라안츠는 1999년 당시 제일생명을 4000억원대에 인수해 한국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한국 진출 이후 재미를 보지 못한 알리안츠는 무려 1조원 이상 손해를 본 뒤 한국 시장에서 탈출을 단행했다. 누적 적자에 대한 개선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 874억 원의 순손실을 보이는 등 적자 규모가 커졌다. 보험회사의 경영상태를 알려주는 지요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도 170% 선까지 떨어져 추후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알리안츠생명의 적자가 계속 누적된 상황에서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 1000억원 이상의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로 인한 대규모 적자를 정상화하려면 1조원 넘는 자본이 들어야 하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 낫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알리안츠생명 외 다른 외국계 생보사들도 한국 시장에서 보따리를 쌀 수도 있다는 점이다. 외국계 금융사의 한국 이탈은 2012년 이후 본격적으로 발생했다. 금투업계에 따르면 2012년 11월 골드만삭스자산의 한국법인 철수 이후 한국에서 철수 또는 사업 축소를 단행한 글로벌 금융사는 10여곳이었다.
대표적으로 HSBC이 소매금융사업에서 철수했고, IMG그룹은 MBK파트너스에게 한국ING생명을 매각했다. 바글레이즈 역시 증권 및 은행 지점을 철수했다. 알리안츠그룹의 철수를 계기로 생보업계에서 한국을 떠나는 외국계 금융사가 더 발생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더 이상 글로벌금융사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며 “까다로운 금융규제와 강성 노조 역시 외국계 금융사들에게는 부담이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자본잠식에 빠질 확률이 높은 외국계 생보사들의 한국 탈출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회계기준 2단계 기준서는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경우 알리안츠생명처럼 과거 확정형 고금리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의 경우 자본금이 부족하거나 추가로 확충하지 못하는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명재 전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대표는 “저금리 추세로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1조원을 훨씬 넘었다”며 “과거 제일생명 때 판매했던 고금리 상품들이 경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또 알리안츠 한국법인의 전직 한 임원은 “독일 알리안츠 본사는 한국을 수렁으로 봤다. 하루라도 빨리 그 수렁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생보사들은 보험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고금리 확정형 보험 상품을 많이 팔았는데, 제일생명 역시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팔았다”며 “제일생명은 알리안츠가 인수한 후에도 고금리 상품 판매를 계속해 누적 적자가 심해졌다”고 전했다.
당시 제일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팔았던 연이율 7%대 고금리 상품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역마진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알리안츠는 이로 인해 매년 1500억원 정도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생보사들이 신상품을 개발하고 고금리 상품 판매 중단을 통해 역마진 상품의 비중을 낮춘 반면 알리안츠생명은 대응이 늦어 적자 폭이 더 컸다는 평가를 받는다.
▲ ⓒ스카이데일리
금융권에서는 알리안츠생명이 인수합병이 이뤄지기 전에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요스 라우어리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대표가 언급한 구조조정 인력은 최소 400명 수준이다.
알리안츠생명의 인력은 현재 1150명 정도로 지난 1999년 인수 당시 3400명에 비해 1/3 수준까지 인력 감소가 이뤄진 상태다. 그러나 경쟁사와 비교하면 인력이 30% 가량 많다. 또한 신입사원 충원 대신 지속적인 인력 구조조정으로 간부급 직원이 사원급보다 많은 역피라미드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중장기적으로 동양생명과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는 수순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퇴직금 누진제 폐지와 함께 희망퇴직을 확대해 고용조건을 업계 수준으로 맞추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보험시장 특유의 아줌마 부대(설계사) 모집문화 이해 못하면 비싼 수업료만 지불”
중국 안방보험의 국내 진출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뒤처진 금융시장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2014년부터 안방보험은 오랜 역사를 지닌 외국 금융기업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안방보험은 2014년 12월 벨기에 보험사 피데아를 사들였다. 지난해 12월에는 네덜란드 델타로이드 은행의 벨기에 사업부를 매입했다. 이들은 각각 100년과 260년이 넘는 금융사였다. 같은 해 9월에는 동양생명을 인수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한국에 진출한 안방보험이 국내 보험업계의 지형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은 크지 않다. 7일 KTB투자증권은 중국 안방보험의 한국 알리안츠생명 인수가 삼성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남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생명과의 시너지 창출 효과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대형3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합산 시장점유율은 5.4%로 생보업계 5위지만 상위 4사와의 격차가 크다”고 평했다.
▲ 자료: 생명보험협회 ⓒ스카이데일리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이른바 현재 생보업계 빅4는 삼성생명(227조원), 한화생명(100조원), 교보생명(87조원), NH농협생명(57조원)이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다. 반면 안방보험 합산 생보사는 10%에 미치지 못한다.
안방보험이 인수·합병의 방법 외에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한국 보험사들은 설계사에 대한 의존율이 높은 편인데, 안방보험은 설계사 활용에 대한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알리안츠 등 유수의 외국 보험사들이 역시 보험설계사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는 활동하는 설계사가 3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삼성생명이 업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설계사 관리를 잘했기 때문이다”며 “보험 아줌마 부대를 잘 활용하지 않으면 안방보험 역시 다른 외국계 보험사들처럼 한국시장에서 재미를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