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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토익 응시자는 2008년부터 지난 6년 간 1200만명이 넘었다. 매년 200만명 이상이 응시한 셈이다. 한국은 인구당 토익 응시자수에 있어서 다른 국가는 따라올 수 없는 부동의 세계 1위다. 2011년 한국인 토익 응시자는 211만명으로 전 세계 응시자의 약 40%를 차지했다. 한국 사회가 입사·승진·졸업시 토익 점수를 요구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시험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토익 과열 현상으로 한국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8년 한국형 토플 시험인 니트를 개발했으나 턱없이 낮은 인지도와 운행상의 문제점으로 인해 지난해 완전 폐지됐다. 스카이데일리가 토익이 가져온 한국사회의 병폐와 정부의 문제점에 대해 ‘이슈 포커스’ 시리즈로 3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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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9일부터 일명 ‘신토익’이 시행된다. 국내 영어학원들은 개정된 시험에 맞춰 각종 커리큘럼을 내놓으며 수험생 모집을 위한 각종 마케팅 행사를 벌이고 있다.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 시장 중에서는 토익 시장이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토익 주관사인 미국의 ETS사로 매년 나가는 로얄티만해도 300억원 이상이다. 사진은 국내 유명 토익학원 중 3곳인 YBM, 영단기, 파고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최성규·김인희·이경엽·황새봄 기자]오는 29일 이른바 ‘신토익’이 도입되면서 응시자들의 시간적·금전적 부담이 늘 것으로 예상됐다.
제310회 토익 시험부터 새로운 유형이 신설돼 응시자들은 새로운 유형에 대해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대학생 김장우씨(25)는 취직을 목적으로 재작년부터 토익을 공부했다. 그는 “예전에 비해서 토익이 어려워졌다”며 “예전 토익으로 공부했을 때는 모의고사 점수가 770점까지 나왔는데, 새로운 토익으로 모의고사를 보니 700점이 나와 70점을 손해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새로운 유형에 적응하고 점수를 높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교재를 새로 구입하고, 학원 수강 신청을 다시 했다. 대학교에서 관광학과 전공하고 카지노 취업을 희망하는 그에게 토익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다.
김씨는 “세븐럭 카지노 등 일반적인 카지노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토익 700점 이상이 필요하고, 워커힐 호텔 등 초고급 호텔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900점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카지노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말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토익은 말하기 능력 상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회화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토익 스피킹 시험을 따로 볼 경우 경제적 부담감은 더욱 커진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토익 공부는 시험 패턴을 암기해서 점수를 만드는 시험이기 때문에 토익을 오래 공부하거나 점수가 높아도 영어실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외로 다른 사람들도 하니까,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는 이유로 토익을 준비하는 취준생도 많았다.
토익시험 점수가 영어능력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토익에서 만점을 받고도 외국인을 만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토익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와중에도 토익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토익을 대체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시험이 없기 때문이다.
▲ 자료: YBM·한국TOEIC위원회. ⓒ스카이데일리
우리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토익·토플 등 해외영어시험 의존도를 낮추고 학생들의 실질적 영어의사소통능력 신장을 위해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니트(NEAT: National English Ability Test)를 개발했다. 한국형 토플로 불린 니트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수능 영어와 달리 말하기와 쓰기 능력까지 평가 가능하도록 개발한 시험이다.
정부가 니트를 개발할 당시 한국은 아시아 주요 국가 중 외국에서 개발한 시험을 가장 많이 보는 국가였다. 중국이 2%, 대만 30%, 일본은 39%에 불과했지만, 한국은 76% 이상이어서 미국 ETS사의 영어 식민지라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국내 토익·토플 응시자는 247만명이었고, 이들은 응시료로 1237억원을 지불했다. 이 가운데 27.4%에 해당하는 339억원이 주관사인 미국ETS에 로열티로 지급됐다. 2010년 이후 토익과 토플 응시자 수는 매년 250만명을 유지하고 있어 지난 5년간 약 1700억원의 국부가 외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예측됐다.
국가주도 영어능력평가시험 처참히 실패…세계 최대 토익 대국으로 남은 한국
이후 부실운영 논란에 휩싸이면서 외국어영역을 대체하려던 2·3급 시험은 2014년 전면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성인·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던 1급 시험 역시 지난해 시행 중단하면서, 결국 국가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총 56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공인영어시험인 니트는 완전 폐지된 상태다.
반면 한국과 같은 아시아권 국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체 영어능력 평가시험을 개발해 해외 영어시험 의존도를 낮추는 데 공성했다.
일본은 한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토익 응시자를 보유한 국가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서는 일본 영어능력검정시험 에이켄(EIKEN)이 토익이 차지하던 자리를 대체하는 추세다.
1963년부터 국가공인 영어시험 에이켄은 현재 연간 250만명이 응시하고 있어 토익 응시자 수를 뛰어 넘었다. 에이켄이 토익의 아성을 뛰어 넘을 수 있었던 것은 고교 및 대학입학, 학점인정, 졸업요건, 기업체 취업 등에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스카이데일리
중국은 개혁, 개방화 정책에 따라 대학생들의 실질적인 영어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국가주도 영어시험인 CET(The College English Test)를 만들었다. 1987년부터 시행된 CET는 공공단체와 기업에서 CET 증명서를 가진 구직자를 선호하면서 연간 1000만명 이상의 대학생과 일반인이 응시하는 공인 영어시험으로 자리를 잡았다.
중국 대부분 대학에서 학사학위 취득요건으로 CET의 4등급 통과를 요구해 대학생들은 CET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CET는 상대적으로 응시료가 비싼 토익을 따돌리고 완벽하게 공인 영어시험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만은 1999년 교육부에서 비영리기관인 LTTC(Language Training & Testing Center)를 지원해 개발한 시험인 영어종합능력시험인 GEPT(General English Proficiency Test)가 시행중이다. GEPT는 연 220만명이 응시하는 시험으로 정부기관, 기업, 학교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호용(31)씨는 “자국의 영어 시험이 공신력을 얻기 위해서는 정부기관, 대학, 기업에서 널리 사용돼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많은 기업이 토익을 선호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토익을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한 이준모(가명) 원장은 “학원 두세 달만 다녀도 점수를 낼 수 있는 토익 시험은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평가하기에는 부적절한 시험이다”며 “정부는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체 평가시험을 만들고, 이를 공무원 시험과 공기업 채용에 반영한다면 토익에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강남 유명학원의 토익강사 김모씨는 “토익은 상대평가 점수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모든 수험생이 만점을 목표로 하며 과열경쟁을 불러일으키는 구조다”며 “중국처럼 점수가 아닌 등급제 영어시험을 개발한다면 토익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응시료도 저렴해지고, 젊은이들이 아까운 시간을 토익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 것이다”고 전했다.
한국 사회가 토익 시험 시행을 위해 투자하는 사회적 비용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사교육 시장은 한해 20조원 규모인데, 이중 영어 시장만 6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영어 시장이 사교육 시장의 1/3 가량을 차지하게 된 것은 토익 시험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학원가 관계자들의 소견이다.
신토익 개정 이전에 점수를 따기 위해 지난달 속성반 수업을 들었다는 대학생 신나래(21)씨는 “주위 친구들 중에서 토익 점수를 마련하기 위해 2개월 과정의 수업을 받는다. 그러나 한번 수강으로는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2~3번은 듣는다”며 “토익 공부는 시작하는 순간 100만원 정도는 우습게 나간다”고 전했다.
| 국내 토익의 역사 |
▲ 토익 공부에 열중인 학생들 [사진=강사제공] 국내에서 가장 보편적인 공인 영어 시험인 토익은 1982년 연 3회 정기시험 첫 시행됐다. 그해 12월 삼성그룹 최초로 특별시험을 도입했고, 이후 LG, 포스코, 대한항공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신입선발이나 승진시험으로 토익을 활용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
1990년대부터는 취업준비생 중 상당수가 토익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이후부터는 거의 모든 취준생들이 토익을 준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한민국은 토익 열풍에 휩싸였다. 지난해 연간 20회로 시험 횟수가 늘어났으며, 연간 응시인원은 2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오는 29일 시행되는 제310회 토익 시험부터 새로운 유형이 신설된다. 듣기평가(L/C) 유형에서는 3명 이상의 화자가 대화를 나누는 유형, 화자의 의도를 묻는 유형, 시각정보(도표, 그래픽 등)를 활용하는 유형이 추가된다. 읽기평가(R/C) 파트 역시 문자 메시지, 메신저 대화문 등의 유형과 세 개 연계지문에 대한 이해도를 묻는 문항 등이 도입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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