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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 제조기업 시몬스는 그동안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한국인의 수면습관과 체형에 맞춘 매트리스를 선보여 왔다. 그러나 시몬스가 최근 미국 시몬스 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프리미엄 상품’으로 판매하며 미국 제품을 홍보하는 유통사로 전락했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우리나라 사람의 체형에 맞는 ‘한국형 명품 침대’로 고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침대 제조기업 시몬스의 외도를 두고 잇단 잡음이 일고 있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시몬스는 그동안 특허 기술과 자체 생산 시스템을 강점으로 활발한 마케팅을 펼쳐 왔다. 설립 초 세계적 침대회사인 미국 시몬스 컴퍼니와 제조기술 도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사명까지 따 왔지만, 제조만큼은 ‘한국형’을 고집했다. 덕분에 시몬스는 한국인의 체형을 고려한 ‘한국형 명품 침대’로 평가되며 오랜 기간 국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몬스는 그동안 자신 있게 내세웠던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내던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몬스 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프리미엄 상품’으로 판매 중이기 때문이다. 이에 시몬스의 강점이었던 ‘한국형’을 버리고 유통사로 변했다는 이야기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시몬스가 판매하는 미국 시몬스 제품의 가격이 현지 판매 가격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한국 내 매장에서 제품을 확인한 후 해외 직구를 이용해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사이에서는 ‘미국 시몬스 제품의 홍보 기업 같은 상황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형 명품 침대 제조기업, 최대 800만원 미국 프리미엄 매트리스 수입 판매
관련 업계 및 시몬스 등에 따르면 시몬스는 지난 2014년 직수입 프리미엄 매트리스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을 국내에 선보였다. 뷰티레스트 블랙은 기존 매트리스 제품보다 진화된 포켓스프링으로 탄성과 지지력이 한층 높아졌으며, 새로 개발된 내장재로 적정 수면 온도를 유지해 숙면을 돕는다는 것이 시몬스 측의 설명이다. 이 프리미엄 라인 중 가장 높은 등급의 모델 시드니는 매트리스 가격만 800만원에 달한다.
시몬스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 프리미엄 침대 시장 성장에 대한 선제적 대처로 해석됐다. 실제로 한국가구 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침대 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1조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는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침대시장이 성장하고 삶의 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며 프리미엄 침대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몬스는 프리미엄 침대 시장 선점을 위해 미국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뷰티레스트 블랙을 직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시선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백화점에 전용관과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고, 수면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일대일 수면 상담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뷰티레스트 블랙 홍보와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대 명가 일군 ‘침대 토착화’ 전략 대신 미국산 제품 판매…‘유통사 전락’ 우려
그런데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근 시몬스의 행보는 그동안 자신 있게 내세웠던 자신들 만의 장점을 스스로 내던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제품을 그대로 직수입해 판매하기로 한 결정은 설립 후 줄곧 ‘한국형 명품 침대’를 강조해 온 것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 가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시몬스는 국내 침대 시장의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자 프리미엄 침대 시장 선점을 위해 미국 현지 인기 제품인 뷰티레스트 블랙을 직수입했다. 시몬스가 프리미엄 침대 판매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현지와의 가격 차이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소비자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시몬스는 그동안 ‘기본에 충실한 명품’이라는 기업 철학 아래 100% 자체생산시스템을 줄곧 고수해 왔다. 제작부터 배송까지 전 생산 과정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진행하며 한국형 명품 침대 생산에 만전을 기했다는 평가다.
시몬스 연구·개발(R&D) 센터에서 한국인의 수면습관과 체형을 분석한 후 50여 종의 매트리스 제품을 개발해 판매한 것은 이 같은 노력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시몬스 측은 “우리가 자체생산을 고집하는 것은 침대가 일반 소비재와 달리 그 지역의 생활문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사계절이 뚜렷하고 온돌문화가 있어 다른 나라의 침대와 소재, 형태 등이 같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침대 토착화’ 전략은 ‘한국적 명품 침대’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소비자와 조사기관으로부터 수년간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지난해엔 ‘더 프라우드 대한민국 품’ 침대 부문에서 1위로 선정돼 8년 연속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처럼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내세우던 시몬스가 미국산 제품을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판매하자 “지금껏 지켜온 시몬스 만의 강점과 정체성 등을 스스로 내던져 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는 것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매트리스를 그대로 가져오며 자체개발·생산이라는 원칙을 깨트리고 유통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본연의 특색을 잃은 시몬스가 프리미엄 침대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같은 제품, 다른 가격…미국 직구로 몰리는 소비자들
일부 소비자들은 시몬스의 프리미엄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은 국내 판매 가격이 미국 현지 가격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해외 직구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그동안 시몬스 국내 매트리스 모델은 독자적인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미국 현지와 전혀 다른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반해 프리미엄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을 그대로 들여온 것으로 국내와 미국 모두 동일한 제품이다.
뷰티레스트 블랙은 미국 현지 판매되는 제품과 동일한 제품임에도 현지 가격과 국내 가격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해당 제품을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품목의 판매가격을 비교한 결과, 동일 제품 기준 국내 판매가가 미국 현지 판매가에 비해 150만원~200만원 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기준 에비와 엘리자베스 캘리포니아 킹사이즈는 한국에서 각각 495만1000원, 658만4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미국에서는 같은 제품을 2519달러(약 295만원), 3779달러(약 443만원)에 각각 팔고 있었다. 미국 사이트 가격은 지난 16일 오후 미국 달러 환율 1171.4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이 같은 가격 차이에 소비자들은 국내 구매보다 직구를 선택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방문한 류누리(34) 씨는 “인터넷으로 뷰티레스트 블랙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 미국과 가격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혼집에 가구를 들일 때까지 아직 시간이 넉넉히 남아 미국 사이트에서 시몬스 매트리스를 직접 구매하려고 한다”며 “오늘은 제품을 살펴보기만 할 목적으로 매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객 최정자(54) 씨는 “오래된 매트리스를 교체하기 위해 매장에 왔다”며 “미국과 가격차이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 아무리 좋은 매트리스라고 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 딸에게 직구를 알아봐달라고 부탁 해야겠다”고 전했다.
▲ 뷰티레스트 블랙 모델 중 가장 높은 등급인 시드니의 국내 가격은 804만7000원이다. 이는 미국 현지 가격보다 214만원 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뷰티레스트 블랙 시드니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국내 직구업체를 통해 매트리스를 구입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침대 직구업체를 운영 중인 이 모 씨는 “뷰티레스트 블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미리 구입을 확정하지 않으면 제품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프리미엄 라인을 제외하면 시몬스의 제품 모델명이 모두 달라 직접적인 단가 비교는 어렵지만 비슷한 모델의 미국 가격이 훨씬 저렴해 뷰티레스트 블랙 외 모델도 소비자들의 구입 문의가 많은 편이다”며 직구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소비자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올해 시몬스의 제품 가격 인상이 예정돼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격이 인상되면 뷰티레스트 블랙의 국내 판매가와 직구 가격의 간극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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