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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들 사이에서 비타스틱이 유행하면서 흡연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기자가 만나 본 청소년들 중 담배 피우는 것과 유사한 비타스틱 경험을 통해 담배까지 펴봤다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도 비타스틱 관련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비타스틱을 애용하는 학생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1. 서울 S중학교 3학년 김대철(16·가명)군은 최근 ‘비타스틱’에 푹 빠져있다. ‘비타스틱’이란 담배처럼 피우면서 섭취하는 있는 비타민 제품이다. 김 군이 처음 비타스틱을 접한 것은 SNS를 통해서였다. 비타스틱 관련 게시물을 보고 호기심을 느껴 피우게 됐다. 섭취 방법이 담배와 매우 유사했지만 약국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2. 서울 H고등학교 1학년 이지형(17·가명)군은 최근 학교에서건 집에서건 비타스틱을 늘 입에 물고 산다. 같은 반 친구 중 상당수가 비타스틱을 즐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김 군의 주변에서는 비타스틱을 즐기다가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담배를 피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비타스틱’을 피우는 아이들을 우습게 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김 군 또한 주변 친구들에게 우습게 보이는 게 싫어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3. 서울 K중학교에 다니는 2학년 이진영(15·가명)군은 친구의 소개로 비타스틱을 알게 됐다. 이 군은 다른 친구 3명과 함께 약국으로 몰려가 비타스틱을 구경했다. 제품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이 군과 친구들은 돈을 모아 비타스틱을 샀다. 비타스틱을 흡입하면서 비슷한 담배에도 호기심을 갖게 됐다. 평소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에 대해 상당한 호기심을 가졌던 이 군은 현재 비타스틱 대신 담배를 피우고 있다.
최근 담배와 마찬가지로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비타민을 섭취하는 ‘비타스틱’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흡연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담배와 흡사한 비타스틱을 애용하다가 비슷한 방식으로 섭취하는 담배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급기야 실제 담배를 피우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비타스틱은 전자담배와 비슷한 막대 모양의 제품을 말한다. 제품 안에 들어있는 액상을 흡입하면 수증기로 기화돼 비타민을 흡수한다는 개념이다. 현재 다양한 향의 제품들이 약국에서 판매중이다.
앞서 비타스틱은 국내 도입 초기부터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우선적으로 안전성을 문제 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비타스틱이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면서 유해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게 일었다.
비타스틱의 총판을 맡은 ‘비타씨그코리아’는 자사 제품에 대해 ‘안전한 제품’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비타씨그코리아 측에 따르면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인 미국 인터텍(INTERTEK)에서 안전검사를 통과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으로부터 안전성 검사도 마쳤다.
그런데 이들 모두 비타스틱 액상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검사라는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비타씨그코리아 관계자는 “액상에서 니코틴 등 유해물질이 없다는 사실을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결국 안전성은 액체 상태에서만 입증된 셈이며, 막상 신체에 흡수될 당시의 상태에 대한 안전성은 입증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10월 1일까지 비타씨그코리아에 제품 성분과 안전성을 포함한 입증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 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스틱이 안전성 검증을 통과하면 의약외품으로 지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청소년 유해상품으로 지정해 유통 제한을 실시한다는 게 식약처의 방침이다.
이 같은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타스틱의 판매는 꾸준히 증가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에 따르면 올 1~4월까지의 비타스틱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배 증가했다.
앳된 청소년들, 호기심에 교복 입고 뻐끔뻐끔…“비타민인데 문제될 게 있나요”
▲ 비타스틱은 지난해 초 국내에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금연보조제로 알려졌다. 실제 당시 언론보도에선 ‘흡연습관을 교정해주는 기구’, ‘1회용 전자식 금연보조제’로 제품이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비타스틱은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당국은 인체 부작용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금연보조제처럼 판매되고 있으니 소비자들이 오인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은 비타스틱 국내 총판 업체인 비타씨그코리아 ⓒ스카이데일리
그런데 막상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안전성 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스틱을 접한 청소년들 중 일부가 섭취 방법이 흡사한 담배에까지 호기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 도중 일부 학생들로부터 “비타스틱을 접하다가 담배까지 피게 됐다”는 발언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등굣길에서 기자와 만난 대부분의 학생들은 비타스틱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학생들 중 상당수는 비타스틱을 SNS를 통해 처음 접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H중학교 3학년인 최시영(가명) 군은 “지난해 10월쯤부터 유행이 시작됐고, 지금은 한 반에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 이상 비타스틱을 갖고 다닌다”며 “주기적이지는 않더라도 한 번쯤은 유행에 따라 흡입해 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는 비타스틱에서 벗어나 담배로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서울 K중학교 2학년인 김정수(가명) 군은 비타스틱 경험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맛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군은 이어 “지금은 우리 학교는 갖고 다니는 친구들이 많이 줄었지만 옆 학교의 경우는 여전히 많이 갖고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타스틱을 담배와 같이 생각하고, 멋으로 피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밝혔다.
서울 S중학교 3학년인 이승현(가명) 학생은 “아직도 갖고 다니는 아이들도 많고 새로 사는 친구들도 꽤 있다”며 “대부분은 아무 문제런 제재 없이 약국에서 구매한다”고 말했다. 또 “학교 안에서도 사용하냐”는 질문에는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주변 친구들로부터 다른 반에서는 교실에서 비타스틱을 쓰다가 선생님에게 적발돼 혼났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기도 내 한 중학교에서는 ‘비타스틱 금지령’을 내린 학교도 있었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해당 중학교는 지난 3월 학생·학부모·교사들의 동의를 얻은 후 전교생에게 비타스틱을 사지도 갖고 다니지도 못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당시 해당 학교의 한 교사는 “비타스틱이 제품 외형이나 피는 모습을 볼 때 전자담배와 다를 게 없다”며 “학생들은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인데 (비타스틱이)담배를 쉽게 접하도록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약국 “청소년 판매 문제될게 없다”…총판업체 “공산품에 불과하지 않나”
제약업계 및 아동·청소년 관련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여성가족부는 대한약사회에 청소년에게 비타스틱 판매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타스틱이 청소년들에게 흡연유도제 역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 비타스틱은 시중 약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청소년 판매 논란이 있은 후 여성가족부는 지난 3월 대한약사회에 청소년 판매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약국에선 아직도 청소년들에게 판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약국에 비치된 비타스틱 제품 ⓒ스카이데일리
그러나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학생들과 일선 약국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여전히 청소년들은 약국 등에서 비타스틱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약국에서 개선은 커녕 오히려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한 약국의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호기심에 네 다섯명 정도 몰려와 하나만 사간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팔아도 괜찮냐”는 질문에 “공산품이라 문제될 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약국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약국의 약사는 “비타스틱이 흡연을 조장한다는 걱정 때문에라도 청소년은 구입을 자제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하면서도 “청소년들이 원하면 판매하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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