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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ING생명 인수전에서 유력한 국내 후보로 부상했던 교보생명이 가격 경쟁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예비입찰에서 탈락하며 또 한 번 사세 확장에 실패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신창재 교보그룹 회장의 경영자질 논란이 일고 있다. 신 회장은 앞서 은행을 소유하겠다는 행보를 지나치다고 할 만큼 욕심을 부려 왔지만 업계에서는 “번번히 입질만 하고 말았다”는 시선을 받아 왔다. 사진은 교보생명 강남타워 ⓒ스카이데일리
최근 신창재 교보그룹 회장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력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사업 진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 회장의 경영 능력 재검증 논란도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2010년 이후 은행업 진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결정적 순간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또 얼마 전에는 동종업계 기업인 ING생명 인수전에서도 조기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신 회장이 이 같은 행보를 하는 동안 생보업계에서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교보생명보험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과거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한화생명보험과의 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대기업집단 제외 유력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비은행 금융기업으로는 세 번째로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지 불과 4년 만이다.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만약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총 자산 8조5180억원(공정위 기준)을 보유한 교보생명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다.
교보그룹 총수 신창재의 꿈 ‘교보은행’…연이은 인수 실패 ‘쓴 맛’
금융권 및 교보그룹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2014년 초 범금융기관 신년 인사회에서 “은행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10년 전부터 해왔다”며 은행업 진출에 대한 열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은행업 진출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지 약 3년여 만에 일이었다.
신 회장의 은행업 진출 시도는 지난 2011년 처음 시작됐다. 신 회장은 그 당시 자신이 보유한 교보생명 주식을 KB금융의 신주와 맞교환하는 주식스와프를 추진하며 은행 인수를 본격화 했다. ‘교보은행’에 대한 꿈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신 회장은 우리은행의 민영화 움직임이 본격화 됐던 2012년에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를 위해 막판까지 검토 작업을 진행했으나 최종적으로 인수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신 회장이 은행업 진출에 대한 열의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2014년에도 잠시 주춤했던 우리은행 민영화가 재차 진행됐다.
교보그룹은 우리은행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마감 하루 직전까지도 입찰 참여 결정을 유보했다. 당시 교보그룹 측은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인수 타당성에 대해 해외공동투자자 및 컨설팅사와 검토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됐다”며 “이에 따라 이번 우리은행 인수 참여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보그룹의 인수 불참으로 복수의 후보가 참여해야 하는 입찰 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며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은 불발됐다. 당시 금융권 일각에서는 2년 전과 같은 수순을 밟으며 시장 혼선을 가져온 교보생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게 일기도 했다. 특히 신 회장을 향해 “사전에 잘 알아보지 않고 의욕만 앞세워 혼란만 야기시켰다”며 그 책임을 묻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뉴시스]
신 회장의 ‘교보은행’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교보그룹은 금융권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시도했다. 당시 인터넷전문은행에 큰 관심을 보였던 신 회장은 직접 현지조사를 위해 일본 출장길에 오르는 열의를 보여 그룹 안팎의 시선을 모았다.
그러나 이 마저도 결국 물거품이 됐다. 교보그룹은 KT, 우리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논의했지만 이 역시 한 달여 만에 무산되고야 말았다. 당시 금융권 일각에서는 교보그룹과 KT가 교보생명이 서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다가 무산됐다는 관측이 무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여전히 교보그룹은 시장에 은행이 매물로 나올 때마다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곤 하지만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여론이 적지 않다. 결과 없이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에는 은행 인수에 대한 열의를 공공연하게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매 번 실패를 거듭하는 신 회장의 경영 능력에 ‘물음표’를 그리는 목소리도 불거져 나와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헛 꿈 전락한 은행 진출 시선, 주력 계열사 마저 경쟁사에 밀려 ‘입지도 흔들’
신 회장이 은행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는 사이 교보그룹의 주력 사업은 점점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대등한 수준을 보였던 경쟁업체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교보그룹 및 생보업계 등에 따르면 교보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교보생명과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인 한화생명은 오랜 기간 생명보험업계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한화생명의 전신인 대한생명은 지난 2002년 한화그룹에 인수되며 총 자산 규모에서 교보생명을 앞질렀다.
이후 한화생명은 생보업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삼성생명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한화생명은 삼성생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3위인 교보생명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효과를 얻었다.
근소한 차이를 보였던 과거와 달리 지난 5년 간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자산 규모 차이는 점차 벌어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자산 총계 차이(개별 기준)는 △2011년 6조4268억원 △2012년 7조429억원 △2013년 8조3913억원 △2014년 11조5035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지난해엔 두 기업 자산 총계의 차이가 더욱 증가했다. 한화생명의 자산은 98조8554억원, 교보생명은 86조5889원으로 그 차이는 12조2665억원에 달했다. 총 자산 규모의 차이가 불과 5년 새 2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교보생명은 동종업계 기업인 ING생명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해 업계의 시선을 모았다. 교보생명이 ‘알짜 매물’로 꼽히는 ING생명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한화생명에게 빼앗겼던 국내 생명보험사 2위 자리를 재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예비입찰 단계에서 부적격 판단을 받았고, 결국 지난 3일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그동안 교보생명이 자발적으로 인수를 포기했던 것과 달리 이번 ING생명 인수건의 경우는 입찰 문턱도 넘지 못하고 조기 탈락한 것이다. 이로 인해 기존에 불거져 나온 신 회장의 능력 재검증 논란은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업 진출과 외형확대에 대한 신 회장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수 년 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며 “이에 일각에서는 거듭된 M&A 실패가 의사 출신인 신 회장 특유의 과도한 집착에 지나친 신중함이 겹쳤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는 실정이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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