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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와 강남구는 ‘수서동 727번지’ 개발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다. 양측은 지난해 구룡마을 개발과 한전부지 개발이익금을 놓고 법적 공방을 펼친 바 있다. 구룡마을 개발은 강남구의 민영 개발방식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했고, 한전부지 개발이익금 갈등은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다. 아래 사진은 공용주차장으로 활용되고있는 문제의 수서동 727번지 ⓒ스카이데일리
최근 서울시와 강남구가 ‘수서동 727번지’ 개발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구룡마을 개발과 한전부지 개발이익금을 놓고 법적 공방을 펼친 바 있다.
문제가 된 땅은 지하철 수서역 6번 출구와 맞닿아 있는 서울시 소유의 땅으로, 현재 공용주자장으로 활용 중이다. 수서역은 KTX 수서역세권 개발과 GTX, 수서~광주 간 복선전철, 지하철 3호선, 분당선 등 5개 노선 환승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서울시가 727번지 주차장에 ‘행복주택’을 짓겠다고 하자 강남구는 ‘개발 제한구역’으로 고시하는 맞불을 놓았다. 그러자 서울시는 “‘개발행위 허가 제한에 대한 고시’를 해제하라”는 시정명령과 함께 직권취소를 결정했다. 이에 맞서 구는 대법원에 소(訴)를 제기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시는 ‘수서동 727번지’ 일대 3070㎡에 행복주택 41세대를 비롯해 지역주민을 위한 편의시설, 공영주차장 등의 ‘복합 공공시설’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행복주택은 박 대통령이 대선 공략으로 제시한 반값 임대주택이다. 철도 부지나 도심 유휴지에 신혼부부나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공급한다.
시에 따르면 44세대를 지을 예정이었으나 지역 거주민 의견을 반영해 41세대로 줄였다. 주차장 기능도 살려 자동차 69대를 세울 수 있도록 조성하고, 건물 일부에는 도서관, 쌈지공원, 편의시설 등도 지을 계획이다.
특히 시는 727번지에 들어설 행복주택은 친환경 ‘모듈러 주택’으로 짓겠다고 밝혔다. 모듈러 주택이란 규격화된 자재와 부품을 사용하는 조립식 주택이다.
그러나 강남구는 즉각 반대 입장을 보였다. 727번지 주차장 지역은 주택을 짓는데 부적합하다며 반발했다. 수서역 사거리 한가운데 위치해 소음, 분진 등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구는 구룡마을 등 다른 지역에 행복주택 건립을 제안하면서 이 부지에 ‘광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통 편리한 곳 주거지 절실”… 짜투리땅 활용 모듈러주택 진행 중
서울시 주택건축과 임대주택과 구인효 담당자는 “행복주택 거주 대상자는 직장이 도심에 있는 경우가 많아 수서 주차장 부지 같은 곳을 활용하는 게 적합하다”고 전제하고 “박원순 시장이 밝힌 짜투리 땅을 활용한 맞춤형 주택 정책의 연장선이다. 단 몇채라도 더 공급하겠다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원순 시장은 ‘서민 주거안정 대책’으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행복주택 8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구 담당자는 “국가 사업으로 선정된 모듈러 주택은 정부 출연금, 각종 산학단체 돈을 투입해 이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택지가 고갈된 서울시에 적절한 건축 방법”이라고 밝혔다.
▲ 서울시는 ‘수서동 727번지’ 일대를 행복주택 41세대를 비롯해 ‘복합 공공시설’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대규모 택지가 고갈된 짜투리 땅에 적절한 조립 방식으로 건물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반면 강남구는 주택지로는 부적합하다며 광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스카이데일리
모듈러 주택은 2013년 정부의 국가 R&D 사업과제 공모에 최종 선정된 사업이다. 수서 727번지는 아직 행복주택 공사에 들어가진 않았으나 이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울대학교, SH공사 등 10개 기관에서 사전 연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구 담당자에 따르면 모듈러주택은 다른 지역에서 이미 4층까지 올라간 사례가 있다. 모듈러 건축이 활발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아직 적용이 더딘 상황이다. 수서 주택 건축을 계기로 사전 연구개발이 이뤄져, 처음으로 5층 건물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강남구는 그러나 “모듈러 주택은 민간 기업의 이익사업인데 무리하게 진행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광장 조성이나 도로 확장 부지로 활용…구민 43000명도 행복주택 반대 서명
강남구는 수서동 727번지에 ‘광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구는 내년 6월 수서발 KTX 역사가 완공되면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남구 도시계획과 명노안 담당자는 “교통시설 이용객 및 주민 편의를 위한 휴게 공간을 마련하려 한다. 또 향후 도로 확장의 여지도 남겨둬야 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도로 확장만으로는 늘어나는 교통량을 감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강남구의 광장 조성 계획에 대해 “수서발 KTX 역사 앞에 광장이 조성되지 않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강남구는 “수서동 727번지 광장 조성은 6번 출구쪽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며 해명했다. 이어 “강남구민 4만3000명도 행복주택 건립에 반대 서명을 했다. 구의 입장은 주민들 입장과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구가 반대하는 이유는 ‘임대주택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시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행복주택 건립 취지에는 동의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은 임대주택 반대를 위한 반대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교통개선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세곡동 사거리∼KTX 수서역은 왕복 6차로에서 8차로로 확장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용일 법무법인 길상 변호사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최종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는 어느 한쪽 의견에 동조하긴 어렵다”면서 “양쪽 모두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어느쪽 주장의 근거가 더 맞는지를 대법원이 최종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에 대한 불복 수단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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