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무시 웹툰사, 회원 탈퇴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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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이경엽 기자페이지 + 입력 2016-07-25 22:00:24

▲ 이경엽 기자 (부동산부 1팀)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 폭풍우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지난 18일 한 성우가 자신이 구입한 티셔츠를 자신의 SNS에 올렸다. 하지만 이 작은 행동으로 인해 4200억원 규모의 웹툰 시장이 폭풍우에 휩싸였다.

2012년 KBS 성우극회 37기 공채 데뷔한 김자연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티셔츠 사진 하나를 올렸다. 이 당시 김자연은 넥슨에서 제작한 게임인 ‘클로저스’의 신규 캐릭터인 ‘티나’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김씨가 ‘티나’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사용자들은 지난 18일 김씨의 게임 목소리 퇴출을 요구했다.

네티즌은 김자연 성우의 티셔츠를 문제 삼았다.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고 써진 이 티셔츠의 판매 수익금은 ‘메갈리아’라는 자칭 페니미즘 커뮤니티 사이트로 들어간다. 메갈리아는 자신들의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한 미국 페이스북 본사에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티셔츠를 판매했다.

메갈리아는 페이스북코리아가 일부 여성혐오 페이지는 계속적인 신고에도 삭제하지 않는 반면 자신들의 페이지에 대해서는 남성혐오를 이유로 삭제한다며 페이스북 코리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문제는 ‘여성혐오’를 반대하는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남성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 커뮤니티라는 점이다. 김씨가 이 소송에 대해 지지하는 행동을 취하자 수많은 게임 유저들이 문제를 삼은 것이다.

게임 유저들의 요구에 대해 지난 19일 넥슨 측은 김자연 성우의 목소리를 신규 캐릭터에 이용하지 않겠다며 신속하게 대처했다. 넥슨은 계약금 지급 등 김자연 성우와의 모든 계약이 문제없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쉽게 가라앉을 줄 알았던 이 사건은 웹툰 시장으로 번지게 됐다. 네이버, 다음, 레진코믹스 등에다 웹툰을 연재하는 작가들 일부가 김자연 성우를 옹호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웹툰 작가를 일부 독자들이 반박하면서 사건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몇몇 작가들이 독자들을 인격적인 모독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다음에서 ‘데미지 오브 타임’을 연재 했던 선우훈 작가는 김 성우를 옹호하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독자들에게 “글을 읽고 생각하는 게 불가능한거 같은데 어떻게 만화를 읽었지?”라며 “와, 그 지능으로 재밌게 본거면 뭘 본거임?”이라고 독자를 깔보는 태도를 취했다.

레진코믹스에서 ‘애제자’를 연재하는 김영조 작가 역시 “야이, 그래서 만화 안 볼거야?”라는 등 독자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특히 레진코믹스에서 만화가를 관리하는 편집진이 메갈리아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른 웹툰 플랫폼에 비해 더 많은 비난을 사게 됐다. 결국 수많은 독자들이 레진코믹스를 탈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사실 레진코믹스는 앞날이 유망한 웹툰 플랫폼이었다. 레진코믹스는 지난 2013년 웹툰의 유료화 플랫폼을 지향하며 설립돼, 기존의 대형 포털사이트의 광고 중심의 웹툰 시장을 모바일 결제와의 연계한 유료 웹툰 시장으로 전환 시키는 선두주자로 주목 받던 터였다.

레진코믹스를 서비스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14년에는 NC소프트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500억원의 투자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장래가 유망했던 레진코믹스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회원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레진코믹스가 유료 웹툰 시장에서 차지하던 비중을 고려하면 이번 고객 집단 탈퇴의 여파는 레진코믹스 회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칫 웹툰 시장 전체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레진코믹스는 적절한 대응을 취했어야 했다. 독자들에게 막말을 한 웹툰 작가들에게 사과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넥슨이 김자연 성우를 정리했듯이 해당 작가를 정리했었어야 한다.

KT경제경영 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우리나라의 웹툰 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 수준이며, 캐릭터 상품과 광고 매출 등 웹툰에서 파생되는 부가가치까지 포함하면 대략 4200억원 규모다. 지난 1996년 처음 선보인 웹툰은 불과 20여년만에 ‘K-POP’ 등과 함께 한국의 대표 문화 콘텐츠로 성장했다.

공급자가 소비자를 무시한 결과 시장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며 성장하고 있던 4200억 시장이 흔들렸다. 시장은 소비자 없이 유지될 수 없다.

이경엽 yeab123@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