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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7년 발생한 IMF 외환위기는 결코 망하지 않을 것 같았던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국민에게 일깨워줬다. 한보사태를 시작으로 대기업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기업에 자금을 대줬던 은행들도 연쇄 도산 위기를 맞았다. 당시 29개였던 국내 은행이 여러차례 인수합병을 거쳐 현재의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 씨티은행 등으로 대폭 감소됐다. 정부가 나서서 은행권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다. 최근 정부가 매각에 나선 우리은행 역시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등 부실 은행을 ‘한빛은행’으로 합병한 이후 평화, 경남, 광주은행 등이 추가 합병되면서 2001년 우리금융지주 체제에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만 12조7000억원 이상이다. 문제는 15년이 넘도록 우리은행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지난 2014년 취임한 이광구 행장은 기존 3년이던 임기를 2년으로 줄이면서까지 민영화 작업에 사활을 걸겠다고 공언해왔다. 취임전부터 서금회 논란에 휩싸였던 이 행장으로서는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에 대한 무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최근 다섯번째로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에 나선다고 밝힌 금융당국과 이 행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스카이데일리가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을 둘러싼 업계 및 주변의 평가 등에 대해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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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금융당국이 또 다시 우리은행(사진) 민영화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네 차례의 민영화 작업이 모두 실패로 끝난만큼 이번엔 과점주주 방식으로 매각에 나선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매각이 연내 매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공적자금 회수, 은행 경쟁력 확보 등 중요한 전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에 재시동을 걸고 나섰다. 2010년 이후 다섯 번째다. 이전 네 차례의 시도가 모두 실패로 끝난만큼 이번엔 매각 방식을 달리했다. 기존 일괄매각 방식에서 지분을 쪼개 4~8%씩 나눠파는 과점주주(여럿의 대주주) 방식으로 바꿔 매각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높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번 매각이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4차례의 민영화 작업에서 경영권 매각을 고집했다. 민영화 3원칙 중 하나인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서다. 그런데 과점주주 방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을 수 없는만큼 공적자금 회수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 매각이 은행 경쟁력 확보라는 중요한 전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간 성과없이 시간을 끌면서 우리은행의 경쟁력은 약화됐는데, 이광구 행장 및 금융당국이 연내매각에만 초점을 맞춰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보단 ‘매각’으로 입장 ‘선회’…경영참여권 유인책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그간 고수해왔던 일괄매각 방식을 버리고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선회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중인 지분 51.1% 중 30%를 최소 4%에서 최대 8%까지 나눠 판다는 것이다. 사실상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노리기 보단 ‘매각’ 성공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 자료: 금융위원회 ⓒ스카이데일리
23일 금융당국 및 우리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총 12조7663억 원이다. 이 가운데 8조2869억원이 블록세일과 배당금 등을 통해 회수됐다. 투입된 공적자금 64.9%가 회수된 것이다.
23일 우리은행의 종가는 1만400원인데, 금융투자업계에선 주당 1만1000~1만2000원선에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점주주 매각이 마무리되면 우리은행 공적자금 회수율은 80%로 상승할 전망이다.
또 여러 입찰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별도의 유인책까지 마련했다. 이번 매각에서 우리은행 지분 4%이상을 사들인 입찰자에게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과점주주가 우리은행 행장 선임 등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사외이사 임기는 2년이고 지분율 6% 이상이면 ‘3년 임기’를 보장해줘 인수 지분율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제공한다. 공자위는 오늘(24일) 우리은행 매각공고를 내고, 다음 달 23일부터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한다. 오는 11월 낙찰자를 선정하고, 12월 주식 양수도 및 대금 납부 등 매각절차를 종결한다는 계획이다.
과점주주 방식 매각에 공적자금 회수·경영권 메리트 없다 ‘우려’
▲ 자료: 금융위원회 및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금융당국이 연내 매각 성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번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 금융산업 발전, 은행 경쟁력 확보라는 원칙을 지키기 힘들어보인다는 지적이다.
공적자금 회수 측면에서 과점주주 매각 방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는 만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군다나 공적자금 100% 회수를 위해선 지금보다 주가가 30% 가까이 올라야 한다.
우리은행 주당 가격이 1만3000원선에 매각돼야 하지만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1만원대에 머물러있다. 더욱이 지나치게 비싸게 매각하면 앞서의 실패 사례처럼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고, 너무 싸게 팔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선 과점주주 매각 방식은 정부의 민영화 의지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0%의 지분이 모두 매각된다고 해도 예보가 여전히 21%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이를 두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자위는 “원금 회수 기준 주가는 중요한 참고 지표이나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다”라며 “주가 흐름, 입찰자 규모, 매각 성사 가능성, 공적자금 회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매각은 경영권과 소수지분 매각의 중간 성격”이라며 “과점주주는 차기 행장 선임 등 ‘집단적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구 행장, 연내 매각 ‘공언’…치적 쌓기 전락 우려 제기돼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이번 민영화 작업에 대해 시장의 기대감은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22일 공자위가 민영화 발표를 한 직후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은행의 민영화는 경영진의 독립성 확보를 통해 관치금융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선 이번 민영화가 ‘연내 매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작 중요한 관치금융 해소, 금융산업 경쟁력 확보, 관료화된 분위기 타파 등 근본적인 문제점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결정이 이광구 행장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를 내린다. 현재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이광구 행장은 취임초 기존 3년이던 임기를 2년으로 줄이며 ‘민영화’ 작업에 사활을 걸겠다고 공언해왔다. 취임전부터 ‘서금회’ 논란에 휩싸였던 이 행장에게 민영화 작업이 갖는 의미가 작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민영화 자체가 은행의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간 우리은행은 정부 소유가 된 이후부터 금융과 관련된 온갖 민원을 해결하는 창구로 활용돼왔다”며 “사실상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릴 수 밖에 없어 관료화된 분위기와 경쟁력 약화에 시달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자산건전성은 개선되고 있는 반면 금융기관이 수익을 얼마나 내는지 판단하는 지표인 순이자차익의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하반기에는 우리은행의 순이자차익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민영화는 공적자금 회수, 은행 경쟁력 향상 등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우리은행 경쟁력 제고가 이뤄진다면 민영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지는데 ‘연내 매각’이라는 치적 쌓기에 함몰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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