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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고속도로는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오는 15일 추석을 앞두고 벌초에 나선 시민들로 인해 정체가 빚어진 것이다. 올 추석은 예년보다 빨리 찾아왔다. 추석을 준비하는 분주한 손길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가운데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가에서는 지난달 초·중순께부터 추석선물세트를 속속 출시하며 한가위 기분을 물씬 풍겼다. 하지만 곳곳에서는 예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이달 28일로 예고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빚어진 진풍경이라 소개했다. 김영란법은 앞서 공무원들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를 막기 위해 도입된 ‘공무원 행동강령’에 비해 대상 범위와 이들이 제공받을 수 있는 편의가 대폭 제한된 것이 특징이다. 김영란법의 대상은 공무원을 비롯해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이 대상이다. 당초 공무원 행동강령에서는 식사비(3만원), 경조사비(5만원)를 대상으로 한 상한선을 두었으나 김영란법에서는 선물 상한액(5만원)이 신설됐다. 스카이데일리가 김영란법 도입 직전 추석연휴를 앞두고 달라진 선물 풍경을 금주의 이슈포커스 키워드로 선정하고 이를 조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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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년보다 이른 추석을 맞이해 유통가에서 7월 말부터 선물세트판매가 시작됐다. 이달 28일로 예정된 김영란법 여파로 5만원이하 실속형 상품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프리미엄 고가 상품들 역시 속속 품절현상을 빚고 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진열된 한우세트를 소비자들이 꼼꼼히 보고 있는 모습 [사진=박미나기자]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백화점 및 대형마트 등 유통가는 7월 말께부터 속속 추석 선물세트 사전판매를 실시했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실제 매대를 준비하고 추석맞이에 여념이 없는 분위기다.
유통가를 찾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는 28일 도입 예정인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미리부터 조심하자”는 반응과 “마지막 기회다”는 반응이 엇갈리면서 일부 실속형 상품들과 초고가 프리미엄 상품들의 인기가 덩달아 나타난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사전예약판매 당시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빅3’는 5~10% 대의 추석선물세트 예약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예년 신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예약판매의 경우 저가 실속형 상품의 약진이 이뤄져 매출이 다소 하락한 것으로 보일뿐”이라며 “실제 매대에서는 추석일이 다가오면서 프리미엄 제품의 문의가 잇따르는 등 전혀 다른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초반 저조한 듯 했으나…한우·참굴비 등 수백만원대 고가품목 ‘잇단 품절’ 불티
“이번 추석과 김영란법은 무관하다. 김영란법은 내년부터나 시행된다”
IT 업체 등이 밀집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소재 한 백화점 식품관에서 접한 직원의 호객 내용 중 일부다. 이 직원이 언급한 내용 중 절반은 맞았고 나머지는 틀렸다. 무관한 것은 맞지만 김영란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직원에게 기자임을 밝히고 잘못된 호객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최근 한우판매가 신통치 못하다”며 “김영란법이다 뭐다 고객들이 선물하는데 불안함을 갖고 있을까봐 안심시키려다보니 말이 헛나갔다”고 해명했다.
▲ 자료: 국민권익위원회 ⓒ스카이데일리
해당 직원은 한우판매가 예년만 못하지만 최고급 프리미엄 상품군을 찾는 발길이 도리어 늘었다고 전했다. 중저가 한우세트들의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고 120만원에 달하는 한우세트의 판매가 늘었다니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특히 고가 제품군의 경우 소 한 마리에서 극히 일부분이 나오는 부위들을 모아 놓은 제품들과 최고급 한우의 인기부위를 구성해 놓은 상품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1++’ 등급의 한우들로 80~1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직원은 “소량 준비했던 일부 프리미엄 상품들의 경우 추석상품세트 출하와 함께 일부 품절된 상품들이 속속 등장할 정도다”며 “이들 고가 상품만 따로 떼 놓고 봤을 때는 오히려 예년에 비해 잘 팔리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 역시 김영란법 때문이 아닌 가 분석된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만큼 월등히 비싸고 좋은 제품을 찾는 게 아니겠느냐”며 “100만원짜리 세트 3개를 구입한 손님의 경우 연신 ‘중요한 분들 챙겨드릴 상품’이라며 백화점에 와서도 믿을만한 상품인지를 연신 따져 물었다”고 언급했다.
분당 및 서울 강남구 소재 다른 백화점들 매대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같은 부위로 구성된 제품들이라도 ‘1’, ‘1+’, ‘1++’ 등 등급에 따라 천차만별의 가격차를 보이는데 올해의 경우 오히려 비싼 제품들의 소진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대다수 관계자들 역시 “김영란법 때문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이 밖에도 자연산 송이버섯·참굴비·인삼·홍삼제품 등의 인기 프리미엄군 제품을 판매하는 곳 역시 비슷한 상황임을 전했다. 선물세트 매출액만 떼 놓고 봤을 때 전년보다 다소 감소했거나 소폭 상승했다는 매대 관계자들은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들의 소진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 것이다.
모 백화점 굴비세트 매대 관계자는 “김영란법을 앞두고 확실히 예년 같지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면서 “단순히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추석선물이 저조하다면 말이 되지만 동시에 극소량 준비된 200만원에 육박하는 참굴비세트 등이 조기 완판되는 것 등을 감안하면 김영란법을 앞둔 진풍경으로 소개할만 하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들은 10만원에서 30만원대 농·축·수산물 등이다. 전복·로브스터 세트(사진)의 경우 ‘싯가’로 판매되고 있었으며,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35만원에 판매됐다. 업계 관계자는 선물세트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가 상품들을 찾는 발길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스카이데일리
특수 반갑지 않은 상인들 ‘설날 걱정’…사기업 간 甲乙관계 여전 ‘문제없어 시각도’
한우·인삼·홍삼·굴비 등 일부 프리미엄 제품들을 판매하는 매대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설을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실속형 상품 등이 대세로 떠오른 가운데 고가 상품군들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김영란법은 기존 ‘공직자 행동강령’과 비교했을 때 적용대상은 늘리고 항목별로는 다소 완화했다는 특징을 갖는다. 기존 강령의 적용대상 범위가 공무원 등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김영란법에서는 사립학교교원·언론인 및 그 일가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반면 항목별 접대가능 상한금액에 있어서는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식사비의 경우 3만원으로 기존 강령이 그대로 계승됐으며 강연비 등의 경우 대부분 기존보다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그간 ‘현실성없다’는 지적을 받아 온 경조사비가 기존 대비 2배 상승하는 등 대폭 완화됐다.
선물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강령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선물을 받는 것은 금지돼 있었다. 반면 김영란법에서는 5만원을 상한선으로 둬 이를 초과하는 선물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상 범위가 사립학교교원·언론인 및 그 가족 등으로 확대되면서 사실 상 선물세트를 구성해 판매하는 일부 품목의 경우 심각한 위기감이 든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관련산업 손실 추정액을 살펴보면 ‘선물’ 분야의 매출손실액이 1조9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 같은 우울한 전망이 매대 곳곳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한우세트 매대 관계자는 “초특급 프리미엄 제품도 판매하지만 전체적인 매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10만원~30만원 대 한우세트의 판매다”면서 “내년 설연휴까지 볼 것도 없이 당장 28일(김영란법 시행일) 이후 판매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 이번 추석은 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명절연휴다. 자연스럽게 향후 선물세트 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 간 접대문화가 공직자·언론인 등에 대한 접대보다 더 크다”며 “다소 영향이 있겠지만 큰 타격까지는 아닐 것”이란 반응도 보였다. 사진은 고가의 프리미엄 과일 선물세트 ⓒ스카이데일리
멸치세트 매대 관계자 역시 “멸치의 경우 통상 선물 받은 제품을 냉동보관하며 오랜 시간 구매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 같은 제품 상 특징 때문에 법 개정 후 판매가 신통치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당장 내 자리 보존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혀 다른 예상도 있었다. 한국사회에서의 갑을관계 및 접대·피접대 문화가 사라질 수 없다는 점에서 명절은 물론 평시 선물세트판매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도입으로 공무원에서 언론인 등으로 대상이 확대됐다고는 하나 민간기업 간 주고받는 청탁과 접대가 더 큰 것으로 안다”며 “5만원 이상 선물세트의 판매가 금지된 것도 아니고 이들의 ‘주고받음’이 제제 받지도 않는 상황이어서 일부 타격은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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